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몸짓에 지나지 않은' 롯데 손용석. 꽃이 될 수 있을까?
이미지중앙

'올해는 다를까?' 롯데 내야에 경쟁 바람을 불어넣는 손용석. 사진=OSEN


3월 중순부터 전국엔 봄꽃이 만개한다. 꽃은 언제나 같은 향기, 같은 모습이지만 언제나 아름답다. 사직구장엔 10년 째 봉오리를 펴지 못한 꽃 하나가 놓여있다. 과연 올 봄, 사직구장 내야에 그 꽃이 비로소 만개할까?

부산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2006년 1차 지명으로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한 손용석은 '터지지 않은 유망주'다. 입단 당시 장타력과 수비력을 겸비한 멀티 내야수로 주목을 받은 손용석은 팬들과 코칭스태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오히려 '야구 선수'보다 '구단 버스 기사의 아들'로 이름을 알렸다.

자존심이 상할 법한 상황에서 손용석은 반전을 꾀했고 기회는 왔다. 양승호 전 감독이 팀을 이끈 2011~2012 시즌 손용석은 매년 40경기 이상 출전하며 타율 0.260 이상을 기록했다. 주로 경기 후반 대수비와 대타로 나서는 상황에서 만든 값진 성과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양승호 전 감독이 해임된 뒤 지난 두 시즌 동안 손용석의 경기에 나선 건 단 여섯 번, 타석 수는 2년 합쳐 10개가 고작이다. 분명 힘든 시기였을 것이다. 도리어 손용석은 지난 2년을 기회로 여긴다. "내가 부족해서 퓨처스 팀에 머문 것"이라며 자책한 손용석은 "이제 야구를 잘할 때가 됐다. 팬들께 좋은 모습을 보일 차례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칼을 단단히 간 손용석은 가고시마에서 진행된 2차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2월 19일 kt wiz와의 연습경기에선 4타수 2안타로 멀티히트를 기록하더니 3월 2일 팀내 마지막 청백전에선 투런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4타점으로 주전경쟁 불씨를 당겼다. 한번 고조된 타격감은 시범경기에서도 내려올 기미가 없다. 3경기에서 8타수 3안타 1타점을 기록 중이다.

흔히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의 성적을 두고 의미가 없다고 하지만 손용석에겐 다르다. 손용석이 시범경기에서 안타를 친 건 지난 2007년이 마지막이었다. 지난 2년간은 단 한 차례도 시범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심지어 2014시즌을 앞두고는 스프링캠프 명단에서마저 제외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렇기 때문에 손용석에게 지금의 한 타석, 안타 하나는 값지다.

11일 사직, LG 트윈스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만난 손용석의 표정은 밝았다. "나도 2015년의 내가 너무 기대된다"며 각오를 밝힌 손용석. 그가 눈에 띄게 달라진 부분은 단 하나, 자신감이 붙었다는 점이다. '멘탈 게임'이라고 불리는 야구에서 자신감이 상승한 건 고무적인 요소다. KBS N 조성환 해설위원도 "항상 재밌게 야구하는 선수가 바로 손용석"이라며 칭찬했다.

손용석의 장점은 2루와 3루를 모두 맡을 수 있는 탄탄한 수비. 손용석은 2006년 프로 데뷔 이후 부상과 군복무로 날린 3시즌을 제외한 6시즌 146경기 408과 2/3이닝에서 단 하나의 실책도 없다. 표본은 적지만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이닝은 아니다. 또한 2011시즌에 보여준 클러치 능력까지 더해진다면 1군 백업 요원으로서 가치는 충분하다.

현역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로 꼽힌 김춘수의 꽃의 구절을 떠올려보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아직까지 그저 몸짓에 지나지 않은 손용석이 팬들에게로 와 꽃이 될 수 있을까? 롯데 팬들은 2015년 손용석의 이름을 부를 준비를 마쳤다.

[헤럴드스포츠(사직)=최익래 기자 @irchoi_17]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