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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베트남으로 제2의 골프인생 떠난 이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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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연(36) 프로가 지난 9일 베트남으로 떠났다. 아직 현역에서 은퇴하지는 않았으나 한류가 뜨거운 베트남에서 지도자로 ‘제2의 골프인생’을 시작하려는 첫 걸음을 뗀 것이다. 이정연은 하노이에 위치한 한국인 소유의 골프장에 골프 아카데미를 개설하고 ‘K-GOLF’ 전파에 나설 계획이다.

출국 전 만난 이정연은 차분한 모습이었다. 지난 해 음주 사건으로 인한 풍파로 심한 마음고생을 한 듯 말투와 눈매는 한결 그윽해 졌다. 인생의 굴곡을 거치면서 많은 것을 내려 놓은 듯 했다. “잘못 했지만 배운 게 많다”는 이정연은 “성장을 위한 시련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처음엔 모든 게 원망스러웠지만 지나고 나니 약이 되더라고도 했다. 베트남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겠다는 생각도 그런 참회의 시간과 무관치 않은 듯 했다. 본질적인 물음인 행복한 삶과도 관련이 있어 보였다.

이정연은 지난 연말 베트남으로 건너가 베트남골프협회 사무총장과 라운드하며 친분을 쌓았고 많은 정보를 얻었다고 했다. 한류의 영향으로 현지에서 한국여자골프가 인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골프 붐이 일어나기 직전이라 골프스윙을 가르칠 인스트럭터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베트남엔 현재 36개의 골프장이 있으나 향후 5년 이내에 그 숫자가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정연은 나이도 있고 다른 일도 준비할 때가 됐다고 판단해 귀국행 비행기에서 베트남 행을 결정했다.

하노이 공항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프라이빗 골프장인 반트리(ban tri) 컨트리클럽에 개설될 이정연의 아카데미는 230야드 거리의 드라이빙 레인지에 20개의 타석을 갖추고 있다. 과학적인 레슨을 위해 스윙 분석기와 거리 측정기가 설치되며 체계적인 티칭 매뉴얼로 베트남 골퍼들의 수준을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이정연은 한국과 미국 투어에서 17년간 뛴 경험을 바탕으로 베트남 골퍼들에게 행복한 골프를 전파할 생각이다. 아카데미가 개설될 골프장의 멤버 구성은 60%가 베트남인, 30%가 한국인, 10%가 일본인이란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회원들이 대부분이라는 귀띔이다.

이정연이 꿈꾸는 아카데미의 핵심은 ‘행복 라운드’다. 과거 미국에서 선수생활을 할 때 닉 팔도 골프 아카데미에서 부모와 아들 부부가 함께 라운드를 하는 모습을 우연히 지켜본 뒤 머리 속에 ‘로망’으로 자리잡았다. 이를 베트남에서 실행에 옮겨보고 싶다는 포부다. 베트남에서 성공할 수 있다면 한국에서도 가능할 것이란 판단도 있다. 그래서 레슨도 실력 향상 위주 보다는 필드에서 효과를 낼 수 있는 원 포인트 레슨 위주로 진행할 생각이다.

이정연은 국내 프로골퍼중 해외에 자신의 아카데미를 내는 첫 번째 선수가 될 듯하다. 비슷한 또래의 동료 프로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으나 그 만큼 책임감도 크다고 했다. 국내에선 레슨 시장이 포화상태라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지도자 생활을 꿈꾸는 남녀 프로들이 많다. 이정연은 자신이 길을 잘 닦아 놓아야 ‘K-GOLF’가 해외에서 확산될 수 있다는 마음이 강하다. 그것이 한국 골프에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도 크다. [헤럴드스포츠=이강래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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