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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택 관전평] 절박했던 SK, 싱거워진 동부…언젠가 다시 만날 땐?
3월 1일 경기 결과 :원주 동부(35승 17패) 69-75 서울 SK(35승 17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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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3점슛 3개 포함 21득점, 약 70%에 달하는 야투 성공률로 팀 승리를 이끈 SK 김민수.

절박했던 SK, 싱거워진 동부
SK가 꺼져가던 4강직행의 불씨를 되살렸습니다. 덕분에 2일 인천 원정경기를 준비하던 모비스는 손 안 대고 코를 풀었네요. 동부의 패배가 하나 남은 매직넘버를 지워줌으로서 5시즌만의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것입니다.

동부와 SK는 높이가 좋은 팀입니다. 서로의 강점을 너무 잘 알았던 걸까요. 양팀의 골밑 수비는 다른 때보다 더 타이트했습니다. SK가 헤인즈와 박상오, 동부가 사이먼과 김주성을 앞세워 상대의 골밑을 함락시키려 했지만, 좀체 가운데 득점이 나오지 않았던 이유죠.

특히 동부산성을 상대로 한 SK의 포스트 수비는 촘촘하고 좁았습니다. 모처럼 20분을 뛴 코트니 심스는 골밑에서 데이비드 사이먼을 끈질기게 괴롭혔고, 최부경-박상오 등 포워드들은 여차하면 다닥다닥 더블팀을 가동했습니다. 사실 중간중간 SK의 더블팀 타이밍은 빠른 감이 없지 않았고, 워낙 외곽 찬스를 잘 봐주는 사이먼이기에 외곽포에 대한 위험부담이 적지 않았을 SK지만(실제로 동부는 이날 3점슛 9방을 터뜨렸습니다), 그만큼 외곽득점을 주더라도 골밑 득점은 주지 않겠다는 의지는 강해보였습니다.

어찌됐건 동부는 가운데 득점이 막히자 다른 곳에서 활로를 찾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이먼은 점차 밖으로 밀려나갔고 김주성도 2대2 픽앤롤플레이나 미들슛 찬스를 노리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후반 들어 좀더 집중력을 갖고 차곡차곡 야투 득점에 성공한 SK가 이날 승리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3쿼터 사이먼의 테크니컬파울로 발생한 위기를 박병우와 윤호영의 연속 3점슛으로 잘 극복해낸 동부지만, 4쿼터 김민수의 맹활약 앞에 맞불을 놓기엔 막판 슛 성공률이 너무 저조했습니다. 이날 동부의 2점슛 성공률은 35%였는데요. 3점슛 성공률(43%)보다도 낮았네요.

슛 성공률의 차이는 물론 체력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만큼 4강 직행 마지노선에 직면한 SK 선수들의 절박한 마음가짐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요. 지난 관전평에서 줄곧 무리한 플레이가 보이지 않는 실책이라는 말씀을 드려왔는데요. 문경은 감독도 경기 후 밝혔듯 SK는 이날 다른 경기에 비해 무리하는 모습이 적었고 그런 것들이 결국 기록지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승리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턴오버 역시 5개로, 팀 평균(10.8개)보다 크게 줄인 SK입니다. 그만큼 선수들의 집중력이 돋보인 한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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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계륵(?) 코트니 심스(왼쪽)는 이날 동부 주득점원 사이먼을 잘 막아내며 팀 승리를 지켰다. SK가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심스의 활약이 중요하다.

심스와 김민수, 오늘만 같아라
득점 공헌도는 적지만 동부의 주득점원 사이먼을 잘 막아준 코트니 심스는 이날의 숨은 MVP입니다. 사실 심스의 활용방안은 SK가 고질적으로 안고있는 숙제와도 같은데요. SK의 공격을 풀어주는 선수는 어쨌든 헤인즈지만 동부처럼 높이가 있는 팀을 상대하려면 포스트 수비가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심스를 넣자니 공격루트가 답답해지니 문경은 감독으로서는 정말 고민되는 부분일 겁니다.

결국 심스가 뛸 때는 이날처럼 다른 선수들의 득점지원이 어느 정도 필요한 SK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수비에서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헤인즈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죠. 이날은 다행히도 국내선수들의 외곽지원이 잘 이뤄진 가운데 심스가 문 감독의 주문대로 상대의 주득점원을 봉쇄해주며 승리를 따낼 수 있었습니다.

4쿼터에만 3점슛 2개 포함 14득점으로 팀에 승리를 선사한 김민수의 활약 역시 SK의 플레이오프 전망을 밝게 비추는 등대입니다. 확실한 슈터가 없다는게 SK의 약점이라 하지만 김민수나 박상오 같은 이들은 신장 대비 굉장히 좋은 슈팅력을 갖고 있는 선수들입니다. 특히 김민수는 웬만한 전문 슈터에 견주어도 밀리지 않을 슛감을 자랑하죠. 기동력은 좀 떨어질 수 있으나 동시에 상대의 느린 빅맨을 달고 나와 지체없이 외곽 득점을 해줄수 있으니 충분히 SK의 약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파괴력을 갖고 있는 셈입니다.

다시만날 동부와 SK의 키(Key)맨, 김주성과 김선형
이날 패배로 8연승 뒤 3연패에 빠진 동부입니다. 3승3패로 올시즌 맞대결을 끝낸 동부와 SK간 2위경쟁은 득실점 마진과 남은 일정을 놓고 볼때 아직도 동부가 다소 유리한 게 사실인데요. 4강직행 여부를 떠나 양팀은 2-3-6위가 챔프전 티켓을 다투는 과정에서 다시만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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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에서 다시 만날 가능성이 높은 동부와 SK. 승리의 키는 결국 김주성-김선형(왼쪽부터)이 쥐고 있다.

동부가 최근 연패한 3경기를 돌이켜보면 경기당 평균 80실점, 결국 트레이드마크인 짠물수비가 다소 싱거워진 게 최근 부진의 원인이라고 보여지는데요. 동부 수비의 핵 김주성이 시즌 막판 체력 부담을 느끼면서 보이지 않는 구멍이 생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날 경기를 보면 세컨 리바운드를 내주거나 후반 미들슛 등을 놓치는 부분에서 다소 둔한 움직임을 보인 김주성입니다.

결국 2위로 4강에 직행할 경우 주어지는 충분한 휴식기에 김주성이 얼마나 체력을 세이브하고 몸을 추스러 살아나느냐가 동부의 올시즌 성적을 좌우할 것입니다. 골밑 득점에 치중하는 가운데 외곽득점이 쏠쏠한 보조 역할을 하는 게 동부의 팀컬러인데요. 내외곽의 득점루트를 다양하게 만드는 중심에 김주성이 있기에 그의 활약이 살아나야 동부 농구는 활력을 찾을 수 있습니다.

SK는 앞선에서의 득점이 살아나야 합니다. 열쇠는 김선형이 쥐고 있죠. ‘4쿼터의 사나이’보다는 안정적으로 꾸준히 득점을 터뜨려줄수 있어야 합니다. 무리한 공격보다는 팀플레이 위주로 앞선과 골밑의 득점 조화를 도모해야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또 SK는 3점슛 성공률 부분에서 KBL 최하위 팀(30.34%)인데요. 앞으로도 이날처럼 외곽 득점까지 살아나준다면 문경은 감독의 경기 운용 폭은 더 넓어질 수 있겠네요. [전 중앙대 감독] (정리=나혜인 기자 @nahyein8)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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