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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13만원짜리 골프채로 13억 번 스네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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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에서 우승을 결정한 후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는 브랜트 스네데커.


브랜트 스네데커가 지난 주 AT&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에서 우승했다. 오랜 슬럼프 끝에 거둔 우승이라 스네데커는 눈물을 흘렸다. 흥미로운 점은 스네데커가 112달러(약 13만원)에 불과한 드라이버와 아이언, 퍼터로 122만 4000달러(약 13억원)라는 거금을 벌어 들였다는 점이다.

외신들의 보도에 따르면 스네데커가 이번 대회에 들고 나간 드라이버는 2010년형 테일러메이드 버너 슈퍼 패스트 드라이버였다. 퍼터도 9년전 교체한 오딧세이 화이트핫 XG 로지였고 아이언은 4년된 브리지스톤 J40이었다. 이 클럽을 중고 골프숍에서 구입할 경우 합이 112달러였다는 계산이다.

스네데커는 PGA투어에서 대표적인 단타자로 통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드라이버 평균거리가 289.9야드로 장타 부문 113위였다. 그렇지만 성적을 놓고 보면 골프가 꼭 멀리 친다고 우승하는 것은 아니란 점을 보여준다. 스네데커는 이에 대해 "경기 때 온 힘을 다해 드라이버를 치지는 않는다. 똑바로 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재미있는 점은 스네데커의 경우 드라이버와 아이언, 퍼터가 모두 다른 회사 제품이라는 점이다. PGA투어의 경우 통상 선수들이 용품 회사와 계약을 하고 한 제품을 사용한다. 나이키를 사용하는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매킬로이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스네데커 처럼 용품 계약으로 버는 돈을 포기하고 자신과 잘 맞는 제품을 고루 선택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프로들은 경기중엔 볼도 6개 홀에 하나 꼴로 교체한다. 용품은 말할 것도 없다. 수시로 클럽 피팅을 하며 좋은 제품이 나오면 우선적으로 사용해 본다. PGA투어 든 LPGA 투어든 투어 랩이란 용품회사 직원들이 대회장에 상주하며 선수들의 요구 조건을 그 자리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스네데커가 투어 랩에게 새 클럽을 요구하는 건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경기력 향상을 위해 무기나 다름없는 클럽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스네데커는 ‘구관이 명관’이란 생각으로 웬만해선 손에 익은 클럽을 바꾸지 않는다. 심지어 퍼터와는 결혼을 했다는 생각까지 갖고 있다. 스네데커는 우승후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9년간 말 잘 듣던 그녀(퍼터)를 버릴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마치 조강지처를 중시하는 듯한 말투다.

그도 그럴 것이 퍼팅이 장기인 스네데커는 지난 해 부상과 퍼팅 부진으로 세계랭킹이 50위 밖으로 밀려났다. 그 결과 마스터스와 WGC(월드골프챔피언십) 등 A리스트 대회에 나가지 못했다. 이럴 경우 웬만한 선수들은 새로운 퍼터를 찾게 된다. 하지만 스네데커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인내하며 기다렸고 결국 우승으로 보답받았다.

스네데커는 지난 주 3개 코스를 오가며 나흘간 23개의 버디를 잡아 우승했다. 보기는 1개에 불과했다. 조강지처 같은 퍼터가 우승 스코어를 만들어 냈음은 물론이다. 특히 경쟁자인 닉 와트니가 12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먼저 넣었음에도 곧바로 2.4m 거리의 버디를 성공시켜 우승에 쐐기를 박는 장면은 압권이었다.재기를 위해 8개월간 부치 하먼과 스윙을 교정했던 스네데커로서는 눈물 날 정도의 훌륭한 퍼트였다. [헤럴드스포츠=이강래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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