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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쉬운 준우승] 패했지만 그래도 빛난 카멜레온 전술
27년 만의 진출한 결승에서 55년 만의 우승을 간절히 바랬지만 아쉽게 실패로 돌아갔다. 완벽한 수비조직력을 보여줬지만, 한국이 허용한 단 2차례의 기회를 호주는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히 박수 받을 만한 경기력이었고, 가능성을 내다 볼 수 있는 대회였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은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 이영표 이후 제대로 된 후계자가 없었던 왼쪽 풀백자리는 김진수가 충분히 대체할 수 있게 되었다. ‘공격수 기근’이라는 악재 속에서 이름조차 낯설었던 이정협의 발견도 눈여겨 볼 만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성과는 슈틸리케의 전술변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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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슈틸리케 감독.

가히 ‘전술의 귀재’라고 불려도 과언이 아니다. 슈틸리케는 호주와의 결승전에서 마치 여러 경기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많은 전술변화를 시도했다. 선발 라인업부터가 파격이었다. 4-2-3-1의 형태는 그대로 가져갔지만 그동안 홀딩 미드필더로 기용되던 박주호를 왼쪽 측면 미드필더에 뒀다. 그리고 장현수를 기성용의 파트너로 낙점했다. 한 번도 가동해보지 않은 시도를 결승전에 했다는 자체가 놀라울 수밖에 없다.

호주의 예상을 뛰어넘은 이 전술은 충분히 효과가 있었다. 박주호는 왼쪽 미드필더로서 나쁘지 않은 활약을 보여줬다. ‘한국축구의 레전드’ 박지성과 같은 수비형 윙어로 손색 없었다. 호주의 약한 측면수비를 공략함과 더불어 로비 크루즈를 효과적으로 봉쇄하라는 슈틸리케의 지시를 정확히 이행했다. 비록 후반에 접어들면서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냈지만 교체되어 나갈 때까지 제몫을 해줬음에는 틀림없다.

선발라인업이 파격의 전부가 아니었다. 정작 놀라움의 극치는 후반 42분에 발생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0-1로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최전방 스트라이커 이정협 대신 수비수 김주영을 투입했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격수를 수비수로 바꾼다는 자체가 상상을 초월했다. 게다가 교체투입 이후 최전방 공격수 위치에는 센터백 곽태휘가 서있었다. 곽태휘의 제공권을 활용하겠다는 계산이었다.

이 역시 완벽히 적중했다. 호주 센터백들이 곽태휘에 집중한 사이 기성용과 손흥민에게 공간이 났다. 공중볼 싸움에서 리바운드 된 볼을 기성용이 잡자마자 손흥민이 내줬고, 손흥민은 해결사답게 이를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곽태휘가 직접 간여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제공권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줬음에는 틀림없었다.

이후에도 근육경련이 일어난 장현수와 김영권을 각각 원톱과 중앙미드필더에 위치시키고 한국영을 센터백에 두는 등 상황에 맞게 시시각각 전술을 변화시켰다.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서 홍명보 감독에게 가장 아쉬웠던 점이 전술이었다. 이런 와중에 슈틸리케는 단 4개월만에 한국의 가장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주었다.

비록 아시아 최고의 자리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슈틸리케를 통해 한국축구의 미래는 밝아졌다. 한국은 애초에 아시안컵보다는 월드컵에 초점을 맞췄다. 앞으로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많이 남았다. 앞으로 슈틸리케가 전술적인 부분에서 얼마나 더 향상시킬 수 있을지, 한국축구를 보는 재미가 더해졌다. [헤럴드스포츠=임재원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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