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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두리의 마지막] ‘우리는 차미네이터가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우리는 차미네이터가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차붐의 아들’로서 큰 화제를 모으며 첫 A매치를 치렀던 2001년부터 14년간 대표팀을 지킨 차두리가 호주전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한다. 추후에 은퇴경기를 치를지는 미지수지만 그의 마지막 메이저대회가 끝났음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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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은 것을 말해주는 차두리의 사진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차두리는 분명 자신의 아버지인 ‘차붐’ 차범근이나 ‘레전드’ 박지성과 같은 실력을 가진 선수는 아니었다. 기술적으로 타고나지 못했고, 센스가 좋은 선수도 아니었다. 그러나 친근한 이미지와 폭발적인 스피드, 아프리카 흑인 선수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몸싸움으로 많은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은퇴를 앞둔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점점 성장하는 모습은 착실한 자기관리의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태극마크를 달고 마지막으로 뛰는 메이저대회에서 차두리는 마지막 투혼을 불살랐다. 조별리그 2차전, 쿠웨이트전에서 정확한 크로스로 남태희의 결승골을 이끌었고, 8강 우즈벡전에서는 미친 듯한 전력질주로 손흥민의 추가골을 도왔다. 35세 노장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폭발력이었다.

약점으로 지적받던 수비력도 어느새 최고 수준에 오르며 결승전 전까지 무실점행진을 이끌었다. 김진수와 더불어 차두리가 지키는 한국의 측면수비는 상대 공격진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비록 2골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호주와의 결승전에서도 측면수비만큼은 빈틈이 없었다. ‘사커루’가 자랑하는 로비 크루즈와 매튜 래키는 차두리의 강력함을 뚫기에 역부족이었다.

많은 기대감 속에 A매치 데뷔전을 치렀던 2001년 세네갈 전부터 마지막 경기인 호주 전까지 무려 14년 동안 차두리는 대표님과 함께 했다. 2번의 월드컵 낙마라는 아픔도 맛봤지만 차두리는 꿋꿋이 버텨나갔다.

2002월드컵 16강 이탈리아 전에서의 오버헤드킥, 남아공 월드컵 직전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일본 수비진들을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렸던 장면, 그리고 호주 아시안컵 우즈벡전의 미친 달리기까지 동양 선수들에게 기대할 수 없는 모습을 수차례 보여줬던 차두리를 우리는 쉽게 보낼 수가 없다. 그를 위해 아시안컵 우승을 원했지만 그마저도 무산됐기에 아쉬움은 한층 더해졌다.

지난 카타르 아시안컵 이후 박지성, 이영표가 은퇴하면서 우려됐던 그 둘의 빈 자리는 손흥민과 김진수가 잘 메워주었다. 하지만 차두리 같은 유형의 선수는 다시는 나오기 힘들 수도 있다. 완벽한 축구선수는 아니었으나 완벽한 태극전사였던 차두리의 은퇴, 너무나도 아쉽지만 그가 있었기에 축구팬들은 즐거웠다. 제2의 축구인생에서도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길 많은 축구팬들이 바랄 것이다. [헤럴드스포츠=임재원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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