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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리치 구단주의 소원은 이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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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의 마이크 일리치 구단주 (사진=MLB.COM)


한 차례의 월드시리즈 준우승과 4년 연속 지구 우승. 지난 4년간 디트로이트가 거둔 업적이다. 같은 기간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팀은 세인트루이스와 디트로이트가 '유이'하며, 아메리칸리그에서는 디트로이트 한 팀 뿐이다.

그럼에도 디트로이트의 지난 4년에 ‘성공’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이는 많지 않다. 엄청난 재력을 자랑하는 일리치 구단주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디트로이트는 최근 3년 연속 연봉 총액 TOP 5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달리 말하면, 디트로이트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아닌 양키스와 다저스처럼 월드시리즈 우승이 목표가 돼야했던 팀이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죽기 전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보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는 올해 86세를 맞이하는 일리치의 바람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되레 그들의 최종 성적은 월드시리즈 준우승-챔피언십시리즈 탈락-디비전시리즈 탈락으로 뒷걸음질 치고 있다. 과연 일리치의 소원은 이뤄질 수 있는 것일까.

2011년 5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 이후, 디트로이트에게 우승의 최적기는 시즌 중반 아니발 산체스를 영입한 2012시즌과 2013시즌이었다. 하지만 전력상 절대 우세로 예상됐던 2012시즌 월드시리즈에서, 1차전 선발 벌랜더가 무너지며 디트로이트는 샌프란시스코에 4연패로 시리즈를 내주고 만다. 2013년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타선의 침묵 속에 미구엘 카브레라를 2번 타순에 배치시키는 궁여지책에도 보스턴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해 프라이스를 영입했으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야 지구 우승을 확정지은 디트로이트는, 디비전시리즈에서 볼티모어에 속절없이 3연패를 당하고 말았다.

디트로이트를 꾸준히 지켜봐 온 팬들이라면, 2012-2013년이 그들에게 우승의 적기였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실패했다. 다이너마이트 타선과 최강의 원투펀치를 꾸렸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가는 길이 아니었다.

‘우승은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는 격언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는 우승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 다는 것, 다음은 우승의 문턱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느냐의 여부는 팀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다는 것이다.

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나선 2011년은 논외로 하고, 1969년 이후 2012-2013시즌의 디트로이트를 포함해 2년 연속 챔피언십시리즈 이상 진출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두지 못한 경우는 총 18차례 있었다.(1969년 - 챔피언십시리즈 제정) 이 중 바로 이듬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팀은 2006년의 세인트루이스가 유일해 확률적으로는 5.5%에 불과하며, 지난해 디트로이트의 결과 역시 대세에 수렴했다. (2006년 당시 세인트루이스의 정규시즌 승수는 82승에 불과했다.) 2년 이내로 범위를 넓혀도 단 세 차례이며, 이 경우 역시 1990년대 이후로는 2006년의 세인트루이스 한 차례 뿐이다. 한 번의 실패를 받아들이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실패가 반복된다면 문제의 본질을 바라보는 시각은 보다 냉정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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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해야 하는 저스틴 벌랜더 (사진=OSEN)


부질없는 숫자놀이 일 수 있다. 통계는 당시 팀의 상황과 제반 여건을 보다 면밀히 뜯어봐야 원하는 결과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디트로이트는 어떤 상황일까.

먼저 올 시즌을 전망해보자. 지난해 리그 득점 2위에 오른 공격력은 올 시즌에도 유지될 것이다. 빅터 마르티네즈와 4년 재계약에 성공한 가운데, 미구엘 카브레라는 여전히 리그 최고의 타자다. 토리 헌터가 친정팀으로 복귀했으나, 세스페데스의 영입으로 장타력에서는 지난해보다 한 층 나아질 여지가 있다. 관건은 J.D. 마르티네즈가 지난해의 활약을 재현할 수 있을지의 여부와 앤서니 고스와 라자이 데이비스가 플래툰 시스템으로 활약할 중견수 포지션 정도가 될 것이다.

문제는 투수력이다. 프라이스-벌랜더-산체스-그린-사이몬의 선발 로테이션은 분명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금강벌괴’ 시절의 벌랜더와 슈어저, 산체스, 피스터 그리고 포셀로 등이 로테이션을 이룬 최근 수년 사이와 비교했을 때 무게감이 떨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돔브로스키 단장의 피스터 트레이드는 여전히 미스테리다.) 물음표는 불펜에도 달려있다. 디트로이트 불펜의 심각성은 이미 지난해 디비전시리즈 3연패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불혹을 맞이하는 네이선의 외줄타기 투구는 올해도 계속될 예정이며, 디트로이트로의 이적 후 호아킴 소리아는 캔자스시티 시절은 물론 텍사스 때와도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오히려 디트로이트 불펜의 열쇠는 알 알버커키와 향후 마무리 투수로 기대되는 브루스 론돈이 쥐고 있을지 모른다.

수비도 걱정이다. 이글레시아스의 합류로 킨슬러와 짝을 이룰 키스톤 콤비의 세기는 더욱 단단해졌다. 하지만 카브레라의 1루 수비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며, 빅 리그 조기 입성을 위해 마이너시절의 외야 수업을 뒤로 하고 본인의 원래 포지션인 3루로 복귀한 카스테야노스의 수비는 재앙 수준이었다.(3루수 런 세이브 부문 24명 중 최하위, -30 / 23위 로니 치즌홀 -14) 내야 양 코너 수비에 대한 걱정. 어째 디트로이트에겐 익숙한 고민이다.

최근 디트로이트의 전력은 화려했으나 섬세하지 못했다. 슈퍼스타급 선수가 즐비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속은 단단하지 못했다. 수비는 언제나 그들의 고민거리였으며, 수년 째 마무리 고민은 이어지고 있다. 수비와 뒷문.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단기전에서 타격의 힘을 맹신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점은 이미 재작년 보스턴과의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확인한 바다. 올 시즌 역시 디트로이트는 같은 고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작 문제는 현재의 고민을 풀어 나갈 돌파구를 찾기가 여의치 않다는데 있다.

현재까지 확정된 내년 시즌 연봉 총액은 1억 6,570만 달러.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1억 7천만 달러 선에서 최종 연봉 총액이 확정될 전망이다. 사치세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나 역대 구단 최고 연봉 기록을 세운 지난해의 1억 6,300만 달러를 이미 뛰어 넘었다. 카브레라와 벌랜더 두 선수에게만 5천만 달러를 지급해야 하며, 프라이스·킨슬러·산체스까지 5명의 선수에게 1억 달러가 넘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 일리치 구단주의 피자 사업이 여전히 번창하고 있다 해도, 디트로이트가 양키스나 중계권 대박이 터진 다저스처럼 2억 달러 수준까지 몸통을 부풀리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팀의 구멍 난 부분을 메우는 작업에 좀처럼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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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계약을 맺은 빅터 마르티네즈 (사진=OSEN)


그래서 빅터 마르티네즈와의 4년 6800만 달러 계약은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연간 1700만 달러의 규모로, 3할 타율이 보장된 선수라곤 하나 지명타자 치곤 대단히 높은 금액이다. 4년이라는 기간 역시 디트로이트에겐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마르티네즈와 함께 리그를 대표하는 지명타자인 오티즈의 올 시즌 연봉은 1,600만 달러며, 보스턴은 오티즈의 내구성과 나이를 우려해 철저히 단기 계약으로 그에게 접근하고 있다. 마르티네즈 역시 올 시즌 어느덧 36세 시즌을 맞이하게 되며, 3년 전 시즌을 통째로 날린 무릎 부상은 언제 그를 엄습할지 모를 뇌관이다.

마르티네즈의 이탈은 팀 공격력 약화를 가져 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디트로이트가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한다는 가정 하에, 일 년 중 가장 중요한 7경기 중 최소 3경기, 최대 4경기까지 선발로 출전할 수 없는 선수다. 물론 마르티네즈를 1루, 카브레라를 3루수로 기용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는 도박에 가까운 선택이 될 것이며, 그들이 실패한 전례를 답습하는 격이다. 디트로이트가 지구 우승을 넘어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야망을 품기 위함이었다면, 마르티네즈를 향한 ‘4년간 6,800만 달러’의 투자는 결코 최선의 선택은 아니었다.

결국 문제의 요지는 ‘장기 계약의 위험성’이라는 케케묵은 논쟁으로 이어진다. 올 시즌 카브레라와 벌랜더에게 지급해야하는 5천만 달러. 게다가 2016-2017시즌 두 선수에게 지급해야 하는 돈은 5,600만 달러, 2018-2019시즌에는 5,800만 달러까지 늘어난다. 그리고 2020년 이후, 예상컨대 그 때 쯤이면 지명타자 역할을 수행하게 될 카브레라에게 4년간 1억 2,400만 달러의 돈을 더 지불해야 한다. 일단 카브레라의 마지막 4년은 차치하고라도 벌랜더와 미기가 함께 뛸 2019시즌까지, 그들이 완벽한 체질 개선에 나서지 않는 한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금강벌괴’로 불리우던 사나이가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급작스런 구속 감소로 곤혹을 치를 것으론 일리치 구단주도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라는 카브레라를 FA 시장에 내보내는 대신 일찌감치 연장 계약으로 묶어 두는 것을 최우선 현안으로 생각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일리치가 간과한 부분이 있다면 2009년 양키스의 우승 이후 최근 월드시리즈 우승은 더 이상 ‘돈’과 ‘슈퍼스타’의 소유물이 아닌 것이 됐다는 점이다.

끊임없이 유망주들을 배출해내는 화수분 야구와 장기 계약 대신 단기 FA로 팀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세인트루이스, 팀 내 프랜차이즈 선수들이 주축이 된 샌프란시스코가 최근 메이저리그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다가 2013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가 포지와 체결한 당시 26세 선수와의 9년 계약과, 카브레라가 33세가 되는 2016시즌부터의 8년 계약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 ‘현재와 미래’라는 오묘한 경계에서 어긋난 선택을 하는 순간 팀의 미래에 미칠 악영향은 최근의 양키스와 필라델피아가 몸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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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의 코메리카 파크 (사진=OSEN)


지난 수년간 시즌 전망에서, 디트로이트는 ‘압도적인’ 지구 우승 후보였다. 매체를 불문하고 쏟아져 나오는 각종 예상에서 그들은 우승 후보로 몰표를 받았다. 하지만 매년 생각보다 정규 시즌 레이스부터 그들은 순탄치 못했다. 최근 3년간 2위와의 격차는 각각 3경기, 1경기, 1경기였다. 그들이 왜 막강한 전력으로 압도적인 시즌을 보내지 못했는지는, 매년 포스트시즌에서 고스란히 그 이유가 드러났다.

물론 올 시즌도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는 디트로이트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이 자리를 잡아가는 캔자스시티의 돌풍은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시카고 화이트삭스도 오프 시즌 동안 알찬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클리블랜드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올해 디트로이트는 최근 그들을 둘러싼 고민을 해결하지 못한 가운데, 전체적인 전력 역시 예년만 못 한 상황이다. 아마도 올 3월, 시즌 전부터 당연시되던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의 정규시즌 우승 예상도 최근의 풍토와 조금은 다른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팀 페이롤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벌랜더와 카브레라. 이미 벌랜더의 시계는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으며, 2023년까지 팀과 운명을 함께 할 카브레라가 30대 후반으로 접어들 4-5년 뒤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다. 당장 시작돼도 이상할 것이 없는 마르티네즈의 노쇠화 여부도 디트로이트가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86세를 맞이한 일리치와 1984년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에 목말라 있는 팀 모두에게 생각보다 시간은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헤럴드스포츠 = 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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