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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군 경기 0’ 구자욱, ‘모죽’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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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스리그에서 날아올랐던 구자욱, 1군무대에서도 꽃 필 수 있을까?



모죽. 대나무에서 최고로 치는 품종으로 씨를 뿌린 후 5년이 지나도 싹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인고의 시간이 지나고 어느 순간 갑자기 싹을 틔운다. 하루에 70~80cm씩 자라고 6주 만에 25m까지 크는 ‘미친 성장’을 한다. 5년 동안 땅속에 깊은 뿌리를 내리며 내실을 단단하게 다졌기에 나온 결과다.

프로야구 삼성의 구자욱은 2011월 8월 신인 2차 2라운드로 지명된 후 현재까지 단 한번도 1군 무대에 나서지 못했고 첫 시즌을 퓨처스 리그에서만 보냈다. 프로생활을 더 해보고 싶었던 구자욱이었지만 팀은 입대를 권유했다. 삼성이 구자욱을 저평가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주 포지션인 3루에 박석민이라는 큰 산이 버티고 있었고 타 팀이라면 주전도 가능한 손주인과 조동찬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구자욱은 권유를 받아들여 국군체육부대(상무)에 들어갔다.

오로지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상무는 구자욱이 깊은 뿌리를 내리는 데 최적의 공간이었다. 박치왕 상무 감독도 꽃 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박치왕 감독은 구자욱의 타격 재능을 알아보고 이를 키우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꾸준히 경기에 내보내며 경기감각을 끌어올렸고 실책을 겁내지 않고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주문했다. 주 포지션인 3루에 비해 수비부담이 적은 1루와 외야 수비를 맡기기도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14시즌 타율 0.357(남부리그 1위) 3홈런 48타점 27도루 출루율 0.447을 기록했다. 홈런은 적지만 빠른 발로 2루타 14개, 3루타 6개를 만들어내 장타율이 5할(0.502)에 달했다. 구자욱도 “상무에서 실력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많이 성장했다. 2년이라는 시간이 정말 큰 의미로 남는다”라며 상무시절을 인생의 전환기로 꼽았다.

구자욱이 삼성과 연을 맺은 지 5년째가 되었다. 돌아온 구자욱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해이기도 하다. 이번 시즌은 경기수가 팀당 128경기에서 144경기로 늘어나 선수층의 두터움이 더욱 중요한 해다. 지난 시즌 통합 4연패라는 업적을 이룬 삼성은 겨울동안 전력보강이 없었다. 오히려 정현이 kt, 김헌곤이 상무로 떠나고 강명구도 은퇴하며 야수진에 공백이 생겼다. 이런 상황에서 타격이 좋고 내·외야 수비가 가능하며 도루능력까지 갖춘 구자욱은 프로입단 이후 가장 큰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올해는 상무에서 돌아온 구자욱 선수에게 관심을 가져야할 것 같다. 원래 3루수인데 발이 빨라 대주자 요원도 가능하고, 외야수비도 가능하다. 외야, 내야, 1루수, 대주자 할 것 없이 멀티로 잘 활용할 생각”이라며 높은 점수를 주었다.

구자욱은 야구실력 외에도 스타의 자질이 풍부하다. 대구본리초-경북중-대구고를 나온 ‘대구 토박이’ 구자욱은 189cm의 큰 키와 뚜렷한 이목구비를 갖춰 벌써부터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시즌을 통해 자신의 실력만 제대로 보여준다면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수도 있다.

‘1군 경기 0’ 구자욱이 실전에서 보여준 것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구자욱은 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묵묵히 내실을 다졌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손을 내민다. 과연 구자욱은 삼성의 ‘모죽’이 될 수 있을까? [헤럴드스포츠=차원석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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