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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의 기대주’ 조원우의 성인대회 첫 우승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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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우의 세계성인대회 첫 우승은 본인 뿐만 아니라 아시아에도 큰 경사다. (사진= 선수 제공)


“마지막 날 제가 좋아하는 바람이 부는 순간, 우승 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아시아의 RS:X 기대주' 조원우(20,해운대구청)가 세계 성인대회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조원우는 1월 17일~19일(현지시간) 마이애미에서 열린 2015 북아메리칸 챔피언십에서 베이징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샤하르 주바리(이스라엘)와 후안 마누엘 모레노 베가(스페인)를 4점차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RS:X는 윈드서핑의 일종으로 보드에 돛을 달아 해풍을 이용해 앞으로 나아가는 종목이며 다른 종목에 비해 속도감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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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우는 첫 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4위권에 들었다. 첫 경기는 총 점수에서 제외된다. (사진=대회 공식홈페이지 캡쳐)
※요트는 순위에 따라 벌점을 매기며 총 벌점이 낮은 선수가 1위를 차지한다. 단, 총 레이스 중 가장 높은 벌점 하나를 제외하고 순위를 매긴다.]


‘신성’ 조원우의 우승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에도 기쁜 소식이다. 그동안 웬만한 국제대회 시상식에서 동양인의 모습을 찾아보기란 힘들었다. 신체적으로 동양인에 비해 큰 키와 긴 팔다리를 가진 유럽인들이 요트를 다루는데 이점이 많다. 또한 요트경기는 1661년 네덜란드로 부터 발전했기에 상대적으로 유럽이 요트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어 선수들이 어릴 때부터 요트를 접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와 해풍을 읽는 능력이 중요한 요트에서 경험만큼 중요한 것이 없기에 빨리 시작할수록 유리하다. 반면 요트가 늦게 전파된 아시아는 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중국, 일본 등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는 단계다. 그런 상황 속에서 아시아 선수 조원우의 우승소식은 더욱 값지다.

조원우는 떡잎부터 남달랐다. 부산아이파크 유소년 팀에서 뛰며 축구선수를 꿈꾸던 조원우는 아버지와 바닷가를 걷던 중 우연히 본 윈드서핑에 반해 요트선수의 길로 빠져들었다. RS:X도 남들보다 빨리 선택했다. 국내선수들은 일반적으로 고교 1학년부터 시작하지만 조원우는 중학교 2학년부터 돛을 잡았다. 고등부는 나이제한 때문에 못 나갔지만 꾸준히 일반부 대회에 출전했다. 요트를 빨리 접하고 어릴 때부터 성인들과 겨뤄온 조원우는 중학교 3학년 때 국가대표에 발탁될 정도로 실력이 쑥쑥 자랐다.

고등학생이 된 조원우는 펄펄 날았다. 고교 3년 동안 전국대회 RS:X 3연패를 달성했다. 이어 세계적으로도 권위 있는 독일 킬 위크 월드컵 대회에 나가 2010,2011년 연속으로 우승하며 아시아 최초의 대회 2연패 선수가 되었다. 2014년부터는 성인대회에서도 이름을 알렸다. 2014 왕산아시아요트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지난 11월 푸켓 아시아비치대회에서도 은메달을 차지했다. 절친한 선배이자 라이벌인 이태훈(28,보령시청)에게 밀려 인천아시안게임에 못 나간 것이 못내 아쉬웠다.

청소년 무대와 아시아에서 실력을 키워온 조원우는 20대가 되자마자 사고를 쳤다. 세계성인대회에서 첫 우승을 해낸 것이다. 2015 북아메리칸 챔피언십은 올림픽 메달리스트도 출전하는 수준 높은 대회다. 조원우는 2일차까지 선두권에 있었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5차 레이스까지 샤하르 주바르와 공동 1위를 달리고 있었고 그 뒤는 후안 마누엘 모레노 베가가 2점차로 뒤쫓고 있었다. 우승이 결정되는 마지막 날 바닷바람은 조원우를 향해 미소 지었다.

“레이스 하는 동안 1등 해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했어요. 하지만 내가 이 선수들과 충분히 붙을 실력은 된다는 자신감은 계속 가지고 있었죠. 마지막 날 3경기를 했는데 마침 제가 좋아하는 바람이 불었어요. 그 순간 ‘이 바람에는 무조건 안 질 자신 있다. 빨리 시합 시작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신감이 100%가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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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기대주' 조원우(가운데)의 세계 정복은 이제 시작이다. (사진=선수 제공)


자신감은 실력으로 나타났다. 6,7차 레이스에서 1위로 들어오며 라이벌과 점수 차를 크게 벌렸고 7차 레이스에서도 안정적인 레이스를 펼치며 성인대회 첫 우승을 확정 지었다. 우승을 확정하던 순간 조원우는 “처음엔 그저 기뻤고 속이 후련했습니다. 한국 선수의 기량을 보여준 것 같아서요. 유럽선수들에게 한국이 무시 못 할 나라라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아 더더욱 기뻤고 한층 더 (실력이) 늘어 난 제 모습에 뿌듯했습니다.”라는 생각을 했다.

조원우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최근 바람을 보고 읽을 줄 아는 능력을 키웠는데 이를 이용하면서 타니 힘을 많이 안들이고도 앞서나갔어요. 이번 대회를 통해 큰 자신감을 얻어서 기쁩니다. 이제 1월 26일~31일에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준비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국내 랭킹 1위가 되어 리우올림픽에 나가 꼭 금메달을 따고 싶습니다.”

“다른 종목은 출전 자체에도 뉴스거리가 되지만 우리 종목은 세계대회에서 우승해도 짤막하게 나옵니다. 이것이 비인기와 인기종목의 차이고 비인기 종목의 서러움이죠. 김연아, 박태환 같은 선수들도 그들이 금메달 따기 전에는 몰랐습니다. 우리도 금메달 따면 다른 종목처럼 충분히 재미있는 종목이니 알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큰 나라, 큰 대회에서 성적을 내면 요트도 인기 스포츠가 될 수 있고 봅니다. 그렇게 만드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피겨스케이팅, 리듬체조, 수영은 몇 년 전만 해도 비인기 종목이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김연아, 손연재, 박태환이라는 스타가 나오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시작했다. 요트선수 조원우도 그런 존재가 되길 희망한다. 아니 그렇게 되리라 확신한다. [헤럴드스포츠=차원석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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