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의 수영스타 박태환. 수영인프라가 부족한 한국에서 그의 존재는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박태환이 선수생활의 황혼기에 접어들자 ‘다시는 박태환 같은 선수가 수영계에서 나오기 어렵다’라는 말이 돌고 있다. 어찌 보면 서양에 비해 신체조건이 왜소한 동양인이기에 당연한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 '여자 박태환'이 나왔다. 현재 14세 9개월의 ‘수영 천재’ 이의섭(한국)이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미국 뉴저지 럿거스 대학교 수영장에서는 세라비 인비테이셔널 수영대회가 열렸다. 미국 최고의 수영 유망주를 가리는 이 대회에 14세의 어린소녀 이의섭도 출전했다. 그리고 그녀는 자유형 200m에서 2분01초21의 기록으로 당당히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수영 강국’ 미국의 유망주들을 모두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의섭은 접영 100m에서도 1분02초24의 기록으로 2관왕에 올랐다. 그녀가 출전한 레벨이 만18세 이하라는 것을 감안할 때, 자신보다 최대 4살이 많은 선수들을 모두 제친 것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아직 만15세도 되지 않은 소녀가 비공식 한국최고기록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의섭은 작년 8월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2014 스피도 주니어 내셔널 챔피언십 자유형400m에서 4분12초65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는 제33회 대통령배전국수영대회에서 조현주가 세운 한국기록(4분13초20)보다 0.55초가 더 빠른 기록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이의섭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미국 주니어선수권 역사상 21세기에 태어난 최초의 우승자'라는 보도가 나왔다. 14세의 어린 동양인이 건장한 미국 선수들을 제친 데에 신선한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이의섭은 미국수영연맹에서 진행하는 청소년 국가대표 프로그램에 선발되기도 했는데, 미국 국적이 아니란 이유로 아쉽게 제외됐다. 이에 많은 미국 수영팬들이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수영 강국에서도 인정한 이의섭은 아쉽게도 현재 한국에서는 어떠한 관심도 받지 못했다. 왜냐하면 이의섭이 대한수영연맹에 등록된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그녀가 세운 최고기록도 한국에서는 인정받지 못한다. 아쉬운 현실일 수밖에 없다.

한국은 그동안 제2의 박태환이 나오기를 갈망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땅은 아니지만 엄연한 한국선수가 '여자 박태환'으로 쑥쑥 성장하고 있다. 남은 일은 이의섭과 같은 선수가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일일 것이다. [헤럴드스포츠=임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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