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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숫자로 풀어 보는 골프 규칙] 이안 우스남의 발목을 잡은 숫자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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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의 실수로 2001년 브리티시오픈에서 벌타를 받은 이안 우스남(가운데).


'14' 라는 숫자를 지난 회에 제시했었지요. 여러분께서는 어떤 것을 연상하셨나요? 규칙 4조를 설명 드렸었고요. 4조의 3항까지 설명해 드렸습니다. 그럼 규칙 4조 4항을 설명할 차례가 되었군요. 네, 그렇습니다. 4조 4항에는 “…. 14개 보다 더 많은 클럽을 가지고 정규 라운드를 출발해서는 안 된다” 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잘 알고 계시고 한국 대회에도 참가한 적이 있었던 이안 우스남 선수에게 이 룰과 관련된 사건이 2001년 브리티시오픈에서 일어났습니다. 장소는 로얄 리담 & 세인트 앤즈( Royal Lytham & St. Annes) 였습니다. 대부분의 골프장들은 출발 홀이 파4 또는 파5 홀로 시작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골프장은 출발 홀이 파 3인 홀로 되어 있습니다.

선두에 1타 뒤진 상태에서 플레이 한 우스남 선수의 6번 아이언 샷은 멋진 샷이었습니다. 핀 옆 바로 30cm 정도에 볼이 안착해 버디를 기록합니다. 바로 공동 선두가 된 것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2번 티에 도착하였으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우스남 선수의 캐디는 골프백 안에 드라이버가 두 개가 꽂혀 있는 것을 보고 울상이 됩니다. 출발 전 연습장에서 두 개의 드라이버 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 테스트 하다가 하나를 빼 놓지 않고 1번 홀로 간 것이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첫 홀이 파3 홀인 관계로 드라이버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15개의 클럽을 갖고 2번홀에 도착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우스남 선수는 버디로 출발 할 수 있었으나 2벌타를 받아 선두에 2타 뒤지게 됩니다. 다음 3홀 중 두 개의 보기를 기록하였으나 그 이 후에는 크게 분발하여 최종 13개 홀을 3언더파로 마무리합니다. 그러나 선두에 4타 뒤진 채 3위로 대회를 마치게 됩니다. 우스남 선수가 만일 벌타를 받지 않았다면 어찌 됐을까요? 다음 3개 홀 중 두 개의 보기를 범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물론 가정입니다만 우승도 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허용된 클럽의 개수가 14개로 제한된 것은 1938년 미국골프협회(USGA)가 규칙을 개정하면서 부터입니다. 영국의 왕립골프협회(R&A)는 그 이듬 해인 1939년부터 같은 규칙을 채택하게 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아무런 제한도 없었습니다. 실제로 1934년과 1935년 로슨 리틀 (Lawson Little) 이라는 영국 선수는 20~31개의 클럽을 가지고 다니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1930년대 초 스틸 샤프트가 생산되면서 발생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플레이어들은 비틀림이 견고한 스틸 샤프트를 히코리 샤프트와 같은 정도로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곧 알게 되었습니다. 새로 나온 쇠붙이는 게임에서 기교를 빼앗아 가 버린 것입니다. 종전에는 5~6개의 히코리 샤프트로 달성할 수 있었던 성과를 어떤 선수들은 20 내지 25개의 스틸 샤프트가 필요하였기 때문에 그 것들을 다 가지고 다닐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하필이면 왜 14개 클럽으로 제한하게 되었는지에 관한 특별한 이유는 발견할 수 없습니다. 1930년대 R&A 규칙위원회 골프볼 소 위원장이었던 로버트 해리스 (Robert Harris) 는 그의 저서에서 “문제의 14개 클럽 수는 특별한 이유 없이 완전히 독단적으로 떠오른 생각이었던 같다. 그렇지만 확실히 14개 클럽은 너무 많은 것 같다. 플레이어가 몇 번 클럽을 선정 할 것인가에 관하여 캐디와 논의하고 있는 사이 게임은 더욱 지연될 뿐이다”라고 기술하였다. 그러나 이 숫자는 현재 확고 부동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최근에 라운드를 하고 나서 복기를 해 보면 14개 클럽 중 사용하지 않은 클럽이 3개 내지 4개 정도 된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면 확실히 14개도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렇다고 한두 개의 클럽을 빼고 라운드를 하면 빼 놓은 클럽에 대한 아쉬움이 있기도 합니다. 14개가 최대 숫자이고 완전하다고 보면 그 미만인 숫자는 불안하게 생각되지요. 그래서 전 14개를 다 갖고 다닙니다. 다음에 제시할 숫자는 “1783, 1952” 입니다. kohbaksa@yahoo.com 으로 많은 의견 주시기 바랍니다. 고충남(KPGA 경기위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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