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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 타타라타] Time to make a song for OOO
#28일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는 독일의 복싱영웅 헨리 마스케(50)를 울린 감동의 노래를 소개했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가수 사라 브라이트만(54)이 이탈리아의 시각장애인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56)와 함께 부른 노래 '타임 투 세이 굿바이(Time to say goodbye)'다. 브라이트만은 “은퇴경기를 위한 노래를 만들어 달라”는 마스케의 부탁을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명곡을 만들었고, 마스케는 경기에서 진 후 이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쏟았다. 새삼 이 스토리가 다시 알려지면서 시류에 민감한 ‘검색기사’들이 잇달아 나올 정도로 화제가 됐다.

#이와 관련된 심화학습 하나. 이 스토리에는 속편이 있다. 1996년 열린 해당 경기는 챔피언 마스케와 버질 힐(미국)의 IBF라이트헤비급 11차 방어전이었다. 명승부 끝에 2-1 도전자 힐의 승리. 독일국민만 2,000만 명이 시청했고, 이 노래는 유럽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공전의 히트를 했다. 이렇게 은퇴경기를 치르다니 정말 멋진 일이다. 그런데 2006년 마스케는 은퇴 10년 만에 컴백을 선언했다. 그리고 상대는 버질 힐. 마스케는 전혀 복싱을 하지 않았지만 힐은 계속 선수생활을 한 끝에 그렇지 않아도 1차전에서 진 마스케가 참담하게 패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2007년 3월 리턴매치가 열렸고, 마스케는 예상을 깨고 압도적인 경기력을 뽐내며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117-110 117-110 116-113)을 거뒀다. 역시 2,000만 명 이상이 시청했다(시청률 63%). 버질 힐은 3차전을 요구했지만 마스케는 “다시 링에 오르면 힐이 아니라 아내에게 맞아 죽을지 모른다”며 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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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리턴매치에 버질 힐을 다운시키고 있는 헨리 마스케(오른쪽).


#심화학습 둘.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마스케는 위대한 복서로 손색이 없다. 동독 출신으로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프로전적도 31승(8KO)1패. 빼어난 기량에 외모도 준수했다. 188cm의 키에 조각 같은 몸매, 영화배우 뺨치는 마스크를 가졌다(실제로 2010년 독일 전설적인 복서의 일대기를 다룬 <맥스 슈멜링>이라는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다). 중요한 것은 그가 통일독일 초창기 ‘화합의 아이콘’이었다는 점이다. 통일이 된 1990년 프로로 데뷔한 그는 ‘오시’, ‘베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갈등이 심했던 독일국민들이 하나로 뭉치는 데 기여했다. 동서독 사람들이 마스케의 연승행진을 한마음으로 응원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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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을 입은 헨리 마스케.


#2010년 라스베이거스의 MGM 그랜드아레나에서 추성훈의 UFC 2차전(UFC116)을 지켜봤다. ‘저질 체력’을 드러내며 한 수 아래로 평가됐던 크리스 리벤(미국)에게 3라운드 기권패한 것도 충격적이었지만 이에 앞서 등장부터 살짝 놀랐다. 일본 프라이드FC 시절부터 추성훈은 등장음악으로 '타임 투 세이 굿바이'를 사용해왔다. 일본의 추성훈 경기도 직접 본 적이 있는데 나름 잘 어울렸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묘하게 코미디가 돼 버렸다. 랩 등 강한 비트의 음악이 주를 이루는 UFC에서 ‘타임 투 세이 굿바이’는 지나치게 진지했다. 마치 노래방에서 한참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 발라드를 부르는 어색함이랄까? 미국관객들은 참 생뚱맞다는 표정으로 키득거리며 실소를 터트리기도 했다. 한 미국기자는 필자에게 “이게 아키야마(추성훈의 일본 성)의 마지막 경기냐?”며 묻기도 했다. 매번 마지막 경기라는 각오로 뛰는지 모르겠지만 추성훈은 이후 이 노래와 함께 3번을 더 지며 4연패를 당했고, 2014년 9월 5년여 만에 간신히 1승을 추가했다(UFC 통산 2승4패). 이쯤이면 노래도, 선수도 참 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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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에서 추성훈은 '타임 투 세이 굿바이'라는 노래와 함께 이렇게 링에 오른다. 사진=UFC홈페이지


#사실 운동선수와 관련된 최고의 명곡은 밥 딜런(73)이 1975년 발표한 <허리케인(Hurricane)>이라고 할 수 있다. 루빈 카터라는 흑인 프로복서는 미들급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경기 스타일 때문에 ‘허리케인’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1966년 한 선술집에서 3명의 백인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으나 백인으로 이루어진 배심원들은 유죄를 선고했다. 억울하게 19년간 옥고를 치른 후 1985년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사회문제 관심이 많았던 가수 딜런은 카터가 옥살이를 할 때 구명운동 차원에서 ‘허리케인’ 노래를 만든 것이다. 100행에 달하는 가사는 마치 한 편의 단편소설처럼 카터의 억울한 스토리를 깨알같이 알린다. 1999년에 개봉한 덴젤 워싱턴 주연의 <허리케인 카터 >는 이 실화를 영상으로 옮긴 것이다. ‘부당한 인종차별의 상징’인 카터는 자유의 몸이 된 뒤 고향 토론토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의 재소자를 위한 구명 활동에 힘을 쏟았고 올해 4월 타계했다.

#세계 10위권의 스포츠강국인 한국도 감동적인 스토리를 갖춘 스포츠스타들이 많다. 2014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같은 은메달을 따며 은퇴한 김연아, 무려 41회나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고 그 훈련량이 지구 4바퀴가 된다는 ‘국민마라토너’ 이봉주, 독일의 마스케 못지 않게 복싱을 잘한 유명우, 장정구가 쉽게 떠오른다. 구기종목에서도 박찬호, 차범근, 박지성, 이승엽, 서장훈 등도 역사에 남을 스포츠스타다. 영화로 제작되기도 한 1991년 탁구 남북단일팀의 우승도 좋은 소재였을 것이다. 고 신해철의 노래 <날아라병아리>에서 이승엽의 별명 ‘얄리’가 나왔거나, 서장훈의 은퇴식에 세계적인 가수가 된 싸이가 찾았다거나, 가수 배기성이 김동현의 UFC 등장음악을 만들어준 정도로는 좀 부족한 느낌이다. ‘한류’의 나라라면 남의 노래에 감동만 하거나, 그걸 차용하는 수준을 넘어 뭉클한 사연이 담긴 스포츠 노래 하나쯤은 만들어졌으면 한다. [헤럴드스포츠=유병철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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