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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김효주가 이른 은퇴를 꿈꾸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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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한국골프라이터스클럽 시상식에서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노승열과 김효주, 김승혁(왼쪽부터). 사진 제공=JNA


15일 저녁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골프 전문기자 모임인 한국골프라이터스클럽의 시상식이 있었다. 수상자는 노승열과 김승혁, 김효주, 그리고 안토니-바이네르 김원길 회장이었다. 올시즌 취리히 클래식에서 PGA투어 첫 승을 거둔 노승열은 "먼저 미국무대를 경험한 선배로서 후배 김효주에게 조언 한 마디 해 달라“는 사회자의 요청에 ”행복 끝 불행 시작“이라는 뼈있는 농담을 했다. 노승열은 “꿈꾸던 무대에 진출해 경기에 출전할 때마다 설레고 좋지만 나머지 시간은 외로움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시간이란 경기장 밖의 생활을 말한다.

김효주는 시상식 전날인 14일 중국 광둥성 선전의 미션힐스 골프장에서 끝난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김효주는 우승 인터뷰 때 “선수생활을 오래 하고 싶지는 않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김효주는 “어른들은 골프선수를 오래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데 굳이 오래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래하면 좋은데 운동을 남들보다 일찍 시작했기 때문에 몸이 일찍 안 좋아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본투어에서 3년 만에 상금타이틀을 탈환한 안선주도 김효주와 비슷한 얘기를 했다. 지난 8월 잠시 귀국했던 안선주는 “아빠 환갑이 2년 남았다. 저도 서른이 되는 2년 안에 선수로서 원하는 목표를 이루고 정상에서 은퇴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선주는 일본투어에서 통산 20승을 달성하고 박수 받으며 떠나고 싶다고 했다.

미국생활을 정리하고 올해 일본 투어에 둥지를 튼 신지애도 오래 전부터 은퇴를 이야기했다. 사석에서 “미래에셋과의 후원계약만 끝나면 선수생활을 접고 싶다”라는 말을 했다. 뜻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미국LPGA투어 상금왕을 차지하고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신지애로선 의외의 말이었다. 하지만 당시 그녀의 모습엔 고단함이 묻어 있었다.

노승열과 김효주, 안선주, 신지애는 일빈인들과 비교할 때 어린 나이에 성공을 경험한 선수들이다. 정상에 서기 까지 그들의 머리 속을 채운 건 “불행 끝 행복 시작”이었을 것이다. 개인의 인생을 위해, 혹은 가족의 행복을 위해 그들은 어린 나이에 극기를 배웠다. 그리고 목표 달성을 위해 혹독한 훈련을 감내했다. 그런 시간이 없었다면 경쟁자들을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노승열은 초등학생 때 대관령 고개에서 속초 집까지 걸어간 적이 있다. 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부친이 어린 아들을 대관령 고개에 내려놓고 떠났다. 김효주는 초등학생 때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고사리 손으로 한 시간씩 빈 스윙을 했다. 그 결과 중학생 때 드라이버 헤드 스피드가 시속 100마일(약 160㎞)에 육박했다.

테니스를 하다 골프로 전향한 안선주는 장타를 치기 위해 왼 팔 하나로 매일 200개 씩 스윙 연습을 했다. 손목 강화를 위해 5kg짜리 아령을 매 단 줄을 감아 올리는 연습도 거르지 않았다. 신지애는 부친의 지시로 운동장 맨 땅에 줄을 그어 놓고 아이언으로 디보트를 내는 훈련을 했다. 그리고 골프 근력 강화를 위해 야구 배트로 타이어를 치는 훈련도 했다.

김효주와 안선주, 신지애는 육체의 한계를 절감하는 선수들이다. 그리고 육체는 리필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이들은 “내가 언제까지 우승 경쟁력이 있는 골프를 할까?”를 동물적으로 아는 선수들이다. 승부의 세계에서 살다 보니 패배의 초라함도 잘 안다. 그래서 육체의 한계가 오기 전에, 초라해 지기 전에 은퇴하고 싶어 한다. 성공적인 프로골퍼의 삶은 어찌 보면 ‘짧고 굵게“인 것 같다.[헤럴드 스포츠=이강래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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