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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켐프의 샌디에이고행과 체질개선에 나선 프리드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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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 된 맷 켐프


2013년 2억 2,300만 달러와 2014년 2억 3,500만 달러. 새로운 중계권 계약 이후 지난 2년간, 다저스는 어마어마한 연봉 총액을 기록했다. 결과는 챔피언십시리즈와 디비전시리즈 진출. 같은 기간 우승은 연봉 총액 1억 5,000만 달러의 보스턴과 1억 4,800만 달러의 샌프란시스코가 차지했다. 요란하고 시끌벅적했던 두 시즌을 보냈지만, 오직 월드시리즈 우승만이 손익분기점의 마지노선이었던 다저스의 지난 2년은 분명 실패한 시간이었다.

다저스는 지난 11월, 최고의 단장으로 활약하던 앤드류 프리드먼을 야구 운영 부문 사장 자리에 앉혔다. 카스텐 사장의 복안은 크게 두 가지였을 것이다. 일단 돈을 효율적으로 쓰자는 것. 다저스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연봉 총액을 기록했음에도 콜레티 단장은 곳곳에 새나가는 구멍을 막지 못했다. 매팅리 감독이 디비전시리즈 1,4차전에서 커쇼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것과 3차전에서 류현진의 뒤를 이은 투수가 스캇 앨버트였다는 점은 콜레티 단장도 월드시리즈 우승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방증이다.

두 번째는 체질개선의 필요성이다. 다저스가 던진 승부수는 2년 연속 실패했다. 한 번의 실패를 받아들이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비단 야구만이 아닌 인생 대부분의 순간에서 그 숫자가 1이 아닌 2가 된다면, 3으로의 직진과 1로의 회귀 사이에서 본능적으로 선택의 기로에 서기 마련이다. 3으로의 직진은 뚝심과 오만함의 경계에 서있으며, 1로의 회귀에는 현명함과 소심함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두 번 연속 결정적인 찬스를 놓친 슈터에게 포인트가드가 가질 수 있는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다. 그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거나 그렇지 않거나. 정답은 없다. 모든 것은 결과가 말해줄 뿐이다. 다저스의 카스텐 사장은 콜레티를 내치고 프리드먼을 영입하는 것으로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야구에서 가장 빠른 체질개선의 방법은 트레이드며, 프리드먼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이 분야의 최고수다.

윈터미팅 셋째 날. 다저스는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야 했다. 필라델피아에서 롤린스를 영입한데 이어 고든과 해런, 로하스를 마이애미에 넘기고 앤드류 히니가 포함된 유망주 4명을 받아왔다. 그리고 곧장 히니와 하위 켄드릭의 맞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내년 시즌 다저스의 새로운 키스톤 콤비가 결성되기까지는 채 몇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윈터미팅의 마지막 날을 향해가는 현지시간 새벽. 맷 켐프가 샌디에이고로 이적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프리드먼이 쏘아올린 체질개선의 본격적인 신호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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켐프의 트레이드는 프리드먼이 던질 수 있는 최고의 승부수였다.


다저스 외야의 교통정리는 이번 스토브리그의 주된 과제였다. 피더슨이라는 슈퍼 유망주가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크로포드-켐프-이디어-푸이그의 외야진은 사치라는 말로도 부족한 과한 라인업이었다.

그렇다면 왜 켐프였을까. 단적인 예로 이디어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만약 그가 트레이드 됐다 한들, 다저스의 현재 상황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을 것이다. 후반기 그는 이미 벤치를 달구는 시간이 많았으며, 3년간 5400만 달러의 잔여 연봉은 그 규모가 대단하긴 하나 상대적으로 크로포드와 켐프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프리드먼으로선 현재 선수 구성의 전체적인 판을 뒤흔들 수 있는 한 방이 필요했으며, 그에 부합하는 존재감을 가진 타자가 맷 켐프였던 것이다. 5년간 1억 700만 달러의 잔여 연봉도 부담이었다. 켐프는 분명 후반기 들어 다저스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였다. 하지만 냉정히 접근하면 지난 3년간 켐프가 몸값을 했던 시간은 다저스타디움에 'KEMVP'가 울려 퍼진 2012년의 첫 한 달과 올 시즌의 후반기가 전부였다.

내년 시즌 다시 그가 부진에 빠진다 해도 2012시즌 부상 이후 철저하게 침묵했던 당시처럼 크게 놀랄 것이 아닌 일이다. 그의 연봉 대비 생산성과 잔여 연봉 그리고 변화가 필요한 일련의 상황을 종합하면, 프리드먼 입장에서 켐프의 트레이드 카드는 그가 던질 수 있는 최고의 승부수였던 것만큼은 틀림없어 보인다.

다저스팬들의 분노가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3,100만 달러의 연봉 보조는 차치하더라도, 두 명의 유망주와 함께 건너 온 야스마니 그랜달은 이미 포수로서의 가치가 크게 떨어져있는 선수다. 약물 복용의 과거도 불편한 구석이다. 언뜻 보면 도통 이해할 수 없는 트레이드지만, 되레 이 지점은 프리드먼의 팀 체질개선을 위한 굳은 심지가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볼티모어, 텍사스 그리고 시애틀과의 연이은 협상에서 확인한 현저히 떨어져있는 켐프의 시장 가치도 프리드먼의 결단을 재촉했을 것이다. 결국 프리드먼이 노린 것은 그를 통해 무언가를 얻어내기 보다는 그의 처분으로 인해 팀이 짊어지고 있는 무게를 덜어내고 향후 운신의 폭을 넓혀 줄 자금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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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에게 주어진 지난 2년은 분명 월드시리즈 우승의 최적기였다. 하지만 알맹이가 하나 빠진 듯한 허전함을 다저스는 결국 채워 넣지 못했다. ‘우승권에 있는 팀’과 ‘우승팀’의 위치는 가까운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천양지차다. 모든 스포츠에서 통용되는 ‘우승은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는 격언은, 우승의 적기를 놓친 팀들이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타성에 젖는 일이라는 사실을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다.

우승으로 가는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한다면, 그리고 그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가까운 예로 2010-11년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준우승에 그친 텍사스는 이후 디비전 시리즈에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일리치 구단주의 한을 풀 절호의 기회로 여겨진 2012-13년, 각각 월드시리즈와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샌프란시스코, 보스턴을 넘어서지 못한 디트로이트는 올 시즌 디비전 시리즈에서 3연패로 시즌을 마감했다.
다저스 역시 1977-78년 연속 준우승 이후 다시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기까지 1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익숙함이 가져다주는 유혹은 대단히 치명적이다. 하지만 그 익숙함이 종국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당장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 현명한 일일 것이다. 켐프의 샌디에이고 이적. 다저스는 변화를 택했고, 앤드류 프리드먼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헤럴드스포츠 = 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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