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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잊혀져가는 그 이름, 마크 테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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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테세이라 (사진=OSEN)


[헤럴드스포츠 = 김중겸 기자] 2009년 1월 초. 신년의 설렘이 채 가시기도 전에 양키스 팬들은 또 하나의 선물을 받았다. 12월 사바시아에 이어 테세이라의 영입이 발표된 것이다. 양키스에서의 첫 해, 테세이라는 39홈런-122타점으로 2관왕을 차지하며 조 마우어에 이어 MVP 투표 2위에 올랐다. 2000년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에 목말라있던 양키스도 9년 만에 다시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이듬해부터 2년간 테세이라는 72개의 홈런과 219타점을 올렸다. 하지만 그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으니, 바로 수비 시프트의 등장이었다. 데뷔 후 양키스에서의 첫 해인 2009년까지 통산 .290을 기록했던 타율은 2010년 .256로 폭락한 데 이어, 급기야 2011년에는 .250대 마저 무너지고 말았다.(.248)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테세이라는 2012시즌을 앞두고 수비 시프트를 깨기 위해 기습번트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 해 그는 단 한 차례도 기습번트를 시도하지 않았고, 타율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251) 되레 종아리 부상에 시달리며 40경기 넘게 결장했고, 홈런과 타점 수치도 24홈런 84타점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손목 부상을 당한 테세이라는 5월의 마지막 날 복귀했으나, 보름 만에 부상 부위에 염증이 생기며 시즌 아웃을 알리는 수술대에 올랐다. (15경기, 타율 .151 3홈런 12타점)

올해 그의 뒷걸음질은 더욱 가속화됐다. 그의 성적인 .216의 타율과 22홈런 62타점 모두는 지난해를 제외하고 2003년 데뷔 후 풀타임 시즌에서 기록한 최악의 성적이었다. .216의 타율은 규정 타석을 채운 146명의 타자 중 141위의 성적이었으며, 100안타조차 기록하지 못한 4명 중 한 명이었다. 4할 장타율에도 성공하지 못한 가운데 OPS는 .711까지 떨어졌으며, 풀타임 시즌에서 가장 높은 21.5%의 삼진율을 기록하고 말았다. 올 시즌 그의 연봉은 2250만 달러. 테세이라는 올 시즌 연봉대비 생산성이 가장 낮았던 선수 중 하나였다.

좌타석 기준 올 시즌 테세이라가 밀어친 타구의 비중은 14.1%로, 2012년과 2011년의 15.6%와 18.9%에 비해 한층 더 낮아졌다. 그에게 본격적으로 시프트가 가동된 2010년의 13.8%보다는 다소 높은 수치나, 여전히 시프트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올 시즌 부진이 비단 시프트 때문만은 아니었다. 일단 우타석에서의 타율이 크게 떨어졌다. 그동안 테세이라는 좌타석에서는 파워, 우타석에서는 정확도가 빛을 발했던 타자였다. 2010년 이후 좌타석에서의 타율이 폭락하는 가운데서도 우타석에서 만큼은 지난 4년간 .283의 타율을 기록했었다. 하지만 올 시즌 그의 우타석에서의 타율은 .224에 불과했다.

보다 우려스러운 지표가 있다. 2011년 테세이라는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시프트의 벽에 막혀 .215의 타율을 기록했다. 올 시즌의 .217보다도 낮은 수치다. 하지만 시프트의 벽이 헐거워질 수밖에 없는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의 타율은 .289로, 올 시즌의 .214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격차를 보였다. 2009년 테세이라는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305의 타율을 기록했다(주자 있을 때 .280). 그리고 시프트가 등장한 2010년 이후 같은 상황에서의 타율이 폭락했으나,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만큼은 제 몫을 해냈었다. 하지만 올시즌, 테세이라의 타율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의 타율이 그렇지 않은 상황보다 더 낮게 형성됐다.(주자 무 .217 / 주자 유 .214) 통산 2할 9푼대의 타율이 2할 5푼대로 떨어진 것은 시프트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기록한 .216의 타율은 결코 시프트의 영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숫자인 셈이다.

올 시즌도 테세이라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개막 후 4번째 경기만에 햄스트링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으며, 복귀 이후에도 무려 10차례나 데이-투-데이에 등재됐다. 부위도 지난해 수술을 했던 손목을 비롯해, 사타구니, 흉곽, 손가락 등 다양해 시즌 내내 잔부상을 달고 살아야 했다. 하지만 우타석과 시프트의 영향을 덜 받는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의 타율 폭락은 이제는 그의 부진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봐야 할 근거로 작용할지 모른다.

내년 4월 그는 서른 다섯 번째 생일을 맞이한다. 노쇠화가 시작된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나이가 됐다. 남은 계약은 2년간 4500만 달러. 테세이라처럼 시프트의 늪에 빠진 맥캔과 벨트란의 부진으로 내년 시즌도 양키스 타선의 전망은 밝지 않다. 만약 올 시즌 테세이라의 부진이 노쇠화 시작의 징조였다면 희망은 더욱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거포 1루수에서 수비형 1루수로 전락하고 있는 마크 테세이라. 과연 이대로 그의 이름이 잊혀져갈지 우려스럽기만 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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