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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timeover의 거침없는 공룡야구!] "형 심장 좀 뛰나, 내 믿고 편하게 던져라."
[헤럴드POP]24일 경기 결과: 공룡(1승 2패) 4-3 쌍둥이(2승 1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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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의 과감한 플레이가 잠들어 있던 NC를 깨웠다.

‘거침없이 가자!’ NC 다이노스가 창단과 동시에 내건 캐치프레이즈다. 신생팀이지만 주저함 없이 항상 패기 넘치고 당당한 우리들의 야구를 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 거침없는 야구는 3년 만에 빛을 발했다. 탄탄한 선발진과 스피드와 파워를 갖춘 타선을 앞세워 정규시즌 내내 4강권을 유지했다. 역대 신생팀 중 팬들에게 가장 빨리 가을야구를 맛보여줬다.

첫 포스트시즌에 대한 부담이었을까? 안방에서 치른 경기에서는 좋은 기억보다 아쉬운 기억이 훨씬 많았다. 두 경기 모두 시작과 동시에 실점하며 끌려가는 분위기가 되었고, 선수들은 역전에 대한 중압감에 시달리며 자신의 야구를 펼치지 못했다. 또한 김경문 감독이 미래를 보면서 과감하게 기용한 이재학과 박민우는 1, 2차전 패배의 빌미가 되는 플레이를 하며 뼈아픈 성장통을 겪었다.

맨바닥까지 떨어진 이의 특권은 바닥을 박차고 날아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 떨어진다는 불안감 없이 오로지 위만 보며 가면 되는 것이다. 공룡군단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3차전에서 중압감 속에 잃어버렸던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돌격대장’ 김종호, 잠들어 있던 거침없는 야구를 일깨우다
“김종호가 누구야? 삼성에서 뽑아올 선수가 그렇게 없었나?” NC가 신생팀 특별지명으로 삼성 김종호를 선택했을 때 나왔던 대다수의 반응이었다. 그만큼 철저히 무명이었던 김종호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13시즌 전 경기(128경기)에 출장하며 첫 풀타임 시즌을 보냈고 50도루를 기록하며 도루왕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다. 공격 선봉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김종호에게 ‘돌격대장’이라는 별명이 붙은 건 당연한 것이었다.

이번 시즌에는 자신과 비슷한 스타일인 이종욱이 영입되고 박민우가 새로운 리드오프로 떠오르며 김종호의 입지는 줄어들었다. 상대투수에 따라 권희동과 번갈아가며 선발출장하거나 대주자로 경기에 나섰다. 그럼에도 타율 0.262 2홈런 25타점 22도루로 묵묵히 제 역할을 했다. 지난 두 경기에서도 6타수 3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부진했던 박민우의 뒤를 든든히 받쳤다.

그의 진가는 이날 경기에서 드러났다. 김종호는 1회초 1사에서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했다. 다음 타자 테임즈는 중전안타를 쳤는데 1루 주자가 3루에 가기엔 다소 얕아보였다. 하지만 김종호는 과감하게 3루까지 내달리며 LG수비를 뒤흔들었다. 스나이더는 바로 3루를 향해 공을 던졌는데 테임즈가 그 틈을 타 2루를 향했다. 3루수가 2루를 향해 던진 공은 테임즈의 발을 맞고 뒤로 흘렀고 김종호는 유유히 홈을 밟으며 선취점을 올렸다. 이호준은 정신차릴 틈도 없이 통쾌한 좌익선상 1타점 2루타를 터트리며 초반 분위기를 잡았다.

김종호의 과감하고 빠른 판단이 대량실점을 막았다. 3회말 1사 2, 3루 위기에서 이병규(7번)가 좌익수가 잡아내기 애매한 위치에 타구를 보냈다. 어설프게 잡으려다 싹쓸이 3루타가 될 수도 있었다. 김종호는 주저 없이 과감하게 몸을 날리며 공을 잡아냈고 3루 주자의 터치업만을 허용했다. 4회말에는 안타와 실책으로 기분 나쁜 1사 1, 3루가 만들어졌다. 손주인이 좌익수 쪽으로 잘 맞은 타구를 보냈다. 손주인의 파워를 생각해 다소 앞선 수비를 하고 있었지만 이번에도 타격과 동시에 빠른 판단과 발을 앞세워 플라이로 막아냈다.

우리에게도 ‘미친 포수’가 있다!
포수는 팀의 중심이다. 경기 내내 상대 타자와 수 싸움을 하고 투수를 이끌어야하며 홈을 지키기 위해 육탄전도 불사해야 한다. 지난해 두산 최재훈이 포스트 시즌에 대활약하며 ‘미친 포수’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올해도 ‘미친 포수’가 등장했다. 아쉽게도 NC가 아니라 LG쪽이었다. 최경철은 뜬금없는 홈런으로 1차전 MVP가 되었고 강한 어깨로 NC의 기동력을 꽁꽁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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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포수 김태군은 24일 친정팀 LG 앞에서 자신의 가치를 몸소 증명했다.

아쉬움은 끝났다. 김태군도 공수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미친 포수’ 반열에 올랐다. 5회말 시작과 동시에 연속안타를 내주며 무사 1,3루 위기에 빠졌다. 이병규(7번)는 중견수 높은 플라이를 쳤는데 나성범이 공을 잡자마자 홈 송구를 했다. 강한 송구였지만 홈 앞에서 바운드가 되며 잡기 힘든 공이 되었다. 하지만 김태군은 빠른 몸놀림으로 공을 잡아채서 오지환을 태그아웃 했다. LG는 비디오 판독을 요구했지만 이는 나성범의 송구능력과 김태군의 수비력을 한번 더 감상하는 기회가 되었다.

김태군은 투수를 편안하게 해주는 능력이 있다. 4월 11일 잠실 LG전에서 김진성에게 건냈던 한마디는 지금도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NC는 12-11로 앞선 9회말 2사 만루 위기를 맞는다. 당시 절정의 타격감을 보이던 조쉬벨이 있었다. 마운드에 오른 김태군은 김진성에게 “형 심장 좀 뛰나, 이게 마무리다. 내 믿고 편하게 던져라. 막아줄게”라는 명언을 남긴다. 김진성은 주무기인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이날도 그랬다. 7회말 원종현이 정성훈과 박용택에게 안타를 맞으며 흔들리자 김태군이 마운드로 올라 한마디를 건넸다. “형은 코너를 보지 말고 내 정면을 보고 쌔리 꽂아라.” 원종현은 과감하게 7구를 연속 150km 강속구로 뿌리며 후속타자들을 간단하게 막아냈다.

김태군은 결정적인 적시타를 쳐냈고 자신이 만들어낸 점수를 온몸으로 지켰다. NC는 이호준의 천금같은 솔로 홈런으로 앞서나갔지만 1점차는 불안했다. 8회초 2사 3루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태군은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오는 유원상의 초구를 받아쳐 승부에 쐐기를 박는 점수를 뽑아냈다. 8회말 1사 1,3루에서 이병규(9번)이 2루 땅볼을 쳤다. 지석훈은 잡자마자 홈으로 뿌렸고 김태군은 홈 태그로 황목치승을 잡아냈다. 타이밍은 세이프였지만 김태군이 베이스를 완벽하게 가리며 주자의 베이스 터치를 막아냈다.

2연패 뒤에 거둔 감격스런 포스트시즌 첫 승. 승리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의 모습에서 과도한 긴장감이 사라졌다는 점이 중요하다. 특히 높은 집중력이 요구되는 수비에서 좋은 플레이가 많이 나왔다는 것도 인상 깊었다. 그러나 만족할 수는 없다. 지금 이 기세를 몰아서 마산에서의 가을야구를 한 번 더 즐기고 싶다.

*Notimeover: 야구를 인생의 지표로 삼으며 전국을 제집처럼 돌아다는 혈기왕성한 야구쟁이. 사연 많은 선수들이 그려내는 패기로운 야구에 반해 갈매기 생활을 청산하고 공룡군단에 몸과 마음을 옮겼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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