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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세계랭킹 1,2위 누른 이미림의 두둑한 배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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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둑한 배짱으로 세계랭킹 1,2위를 무너 뜨린 루키 이미림. 사진제공=KLPGA


[헤럴드스포츠=이강래 기자]루키 이미림(24 우리투자증권)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레인우드 LPGA 클래식에서 세계랭킹 1위인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를 침몰시키며 역전우승을 거뒀다. 지난 8월 마이어 LPGA 클래식에서 세계랭킹 2위 박인비(26 KB금융그룹)를 상대로 데뷔 첫 우승을 거둔 후 두달 만의 쾌거다.

모든 게 낯설고 부족한 루키 신분 임에도 불구하고 이미림이 세계랭킹 1,2위를 누른 원동력은 두둑한 배짱에 있다.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2012년 8월 강원도 홍천의 힐드로사이 골프장에서 열린 KLPGA투어 넵스 마스터피스 최종라운드 때의 일이다.

10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준비중이던 이미림은 갑자기 방향을 틀더니 워터 해저드 구역으로 볼을 날려 버렸다. 순간 경기를 관전중이던 갤러리들은 놀란 눈으로 볼이 사라진 연못을 바라봐야 했다. 캐디 백을 맨 부친 이대성 씨가 “제발 퍼팅 좀 길게 치라”고 잔소리를 한 게 화근이었다. 이미림은 전반 9홀 동안 버디 기회를 여러 차례 만들었으나 퍼트가 짧아 한 개의 버디도 잡지 못했다. 잔뜩 화가 난 상태에서 부친의 잔소리에 무언의 항의로 볼을 물 속으로 처넣은 것이다. 10번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한 이미림은 그러나 11,12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손실을 만회하는 쿨(?)한 마무리를 했다.

이미림은 5일 중국 베이징의 레인우드 파인밸리 골프클럽(파73 6596야드)에서 열린 레인우드 LPGA 클래식 최종일 경기에서도 두둑한 배짱을 앞세워 루이스를 제압했다. 공동선두인 루이스에 2타 뒤진 채 경기를 시작했으나 버디 5개에 보기 1개로 4타를 줄여 최종 합계 15언더파로 2타차 우승을 거뒀다. 이미림과 챔피언 조로 격돌한 루이스는 루키의 저돌적인 도전에 당황한 듯 버디 2개에 보기 4개로 2타를 잃고 공동 6위로 경기를 마쳤다.

압권은 파3홀인 17번홀이었다. 1타차 리드 속에 맞은 17번홀에서 이미림은 티샷을 당겨 치는 바람에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볼은 절묘하게도 아일랜드 그린을 감싸고 있던 바위 위에 멈춰 있었다. 자칫 잘못 쳤다가는 볼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미림은 그러나 흔들리지 않고 침착하게 볼을 걷어 올려 그린 위로 올렸고 15m가 넘는 장거리 파 퍼트를 집어 넣었다. 이미림의 파 퍼트가 들어가자 루이스는 얼굴이 붉게 상기됐고 1.5m 거리의 짧은 파 퍼트를 놓치고 말았다.

이미림은 지난 8월 마이어 LPGA 클래식 때도 배짱이 넘치는 경기로 거함 박인비를 무너뜨렸다. 연장전에서 이미림은 강공 일변도였다. 승부가 갈린 연장 두 번째 홀인 269야드짜리 파4홀인 17번홀에서 드라이버를 잡고 1온을 시도했다. 티샷을 벙커에 빠뜨린 이미림은 그러나 벙커샷을 핀 1.5m에 붙이며 버디로 연결시켜 아이언 티샷으로 파에 그친 박인비를 제압했다.

이미림의 배짱은 부친의 기질에서 비롯됐다. 전남 광주에서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는 부친 이 씨는 남광주CC 클럽 챔피언 출신으로 손꼽히는 아마 고수다. 어려서부터 딸 이미림의 배짱을 키워주기 위해 내기 골프를 많이 시킨 이 씨는 판이 커질수록 무조건 홀을 지나가는 퍼팅을 하라고 가르쳤다. 큰 판일수록 과감하게 퍼팅해야 큰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지론이었다.

이미림은 레인우드 LPGA 클래식 우승을 결정 지은 마지막 18번홀에서도 2.5m 거리의 버디 기회에서 안전하게 2퍼트로 우승을 확정할 수도 있었으나 과감하게 버디를 잡는 배짱으로 중국 갤러리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미림의 얼굴에서 15년전 박세리의 모습이 연상되는 건 이런 두둑한 배짱 때문일 것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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