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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웅선의 토크 인사이드]전인지와 스승 박원 원장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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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스포츠=최웅선 기자]“최근 우승에 대한 욕심을 내다 보니 좋지 않은 성적이 나오면 부담감과 실망감이 심해 골프에 대한 재미가 떨어졌었다. 힘들 때마다 스윙을 지도해 주시는 박원 원장님께서 ‘네가 그렇게 즐겁지 못하고 열심히 하려는 마음도 없는데 이 정도 하면 잘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라는 충고를 해 주셔서 매 시합 집중 했던 것이 우승으로 연결됐다”

지난 주 끝난 KLPGA투어 KDB대우증권 클래식에서 시즌 2승을 수확한 전인지(20 하이트진로)의 우승 소감 일부다.

전인지와 모델골프 아카데미 박원 원장의 인연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인지는 김효주(19 롯데)와 함께 여자골프 국가대표팀을 이끈 쌍두마차였다. 두 소녀의 꿈은 2012년 열릴 예정이던 세계여자아마팀 선수권 단체전과 개인전 우승, 그리고 US여자아마선수권 우승이었다. 그러나 전인지는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 해 11월 국가대표를 반납하고 프로 전향을 서둘렀다. 자신을 뒷바라지 하느라 기울어진 집안 사정이 전향 이유였다.

프로생활의 성공를 위해 능력 있는 스윙 코치를 찾아야 했지만 돈이 문제였다. 부친 전종진(55)씨에게는 한 달에 많게는 수백만원씩 들어가는 레슨비가 커다란 부담이었다. 전인지 또한 집안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전인지의 딱한 사정과 잠재성을 보고 손을 내민 사람이 박원 원장이었다. 전인지가 박 원장의 아카데미를 선택했을 때 주변의 만류가 심했다. 프로골퍼 출신이 아니라는 게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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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를 지도하고 있는 박원 원장


소문은 사실과 달랐다. 박 원장은 고려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치고 미시간 주립대 대학원 환경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석학으로 콜롬비아 서던 대학교 환경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미국 유학시절 골프와 인연을 맺은 박 원장은 다른 골프 유학파 출신처럼 PGA클래스 A과정 ‘PAT(테스트)‘를 밟았다. 하지만 당시 911테러가 터지면서 시민권자에 한해 과정이 진행되면서 멈춰야 했다. 하지만 골프을 포기하지 않고 지도자 과정을 계속 공부했다.

골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박 원장은 명예와 평탄한 삶이 보장된 교수직을 버리고 귀국해 골프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대학시절 정규과목으로 공부한 심리학을 접목한 박 원장의 레슨은 주니어 및 투어 선수들에게 효과적이었다. 그러자 골프계에서 박 원장을 시기하고 모함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전인지는 달랐다. 박 원장의 레슨을 받아 본 전인지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박 원장의 아카데미로 들어갔다.

2011년 12월 27일 박 원장은 자신의 아카데미 소속 선수들과 전인지를 이끌고 미국의 명문 골프클럽인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사이프러스 골프장으로 동계훈련을 떠났다. 그 곳에서 박 원장의 지도를 받은 전인지의 스윙은 확 달라졌다. 정회원이 된 전인지는 드림투어 상금랭킹 2위라는 빼어난 성적으로 2013년 마침내 정규투어에 입성했고 그 해 6월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뒀다.

박 원장은 주위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을 믿고 따라준 전인지의 우승을 멀리서 지켜보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부친 전씨 또한 “인지의 우승은 원장님이 만들어냈다”며 함께 눈물을 쏟아냈다.

전인지는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냐는 질문에 “박원 원장님”이라고 서슴없이 답한다. 그도 그럴 것이 박 원장은 선수들에게 스윙의 기술만 가르치지 않는다. 훌륭한 선수가 되기 위해 필요한 선수로서의 가치관과 인성까지 가르친다. 또 몸에는 좋은데 선수가 싫어하는 음식이 있으면 무조건 몸에 좋으니 먹으라고 하지도 않는다. ‘왜 먹어야 하는지’, ‘몸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알려주고 거부감을 줄여 자연스럽게 섭취하게 만든다. 박 원장의 지도 방식이다. 그렇다고 레슨이 약한 것도 아니다.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도 어렵다‘는 KLPGA투어 시드전에 소속 선수 4명이 출전해 3명이 2014년 풀시드를 땄다.

박 원장은 전인지가 방송에서 밝힌 우승 소감처럼 지치고 힘들 때 강요하지 않고 아픔을 이해하고 치유하면서 선수를 이끌어 간다. 전인지는 KLPGA투어에서도 인성이 좋기로 칭찬이 자자한 선수다. 물론 어렸을 적 부친의 가르침도 있었지만 전인지의 인성을 다듬어 완성한 사람은 박 원장이다. 또 그 고마움을 아는 선수가 바로 전인지와 부친 전씨다.

전인지의 말을 듣고 박 원장과 전화통화를 했다. 박 원장은 “나 자신이 인지에게 해준 것이 없다. 인지의 어린 시절 스승인 최일성 프로가 잘 지도했기에 지금의 인지가 탄생했다”며 “최 프로님은 부친 전씨의 친구로 인지가 어려울 때 많은 도움을 주셨고 지금의 인지가 있게 끔 틀을 만들어 주신 분”이라고 말했다. 좋은 선수와 좋은 지도자는 겸양의 미덕에서 탄생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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