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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 포스트시즌, 워싱턴을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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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워싱턴 내셔널스 (사진=OSEN)


[헤럴드스포츠=김중겸 기자] 2012년 디비전 시리즈. 샌프란시스코와 2승 2패로 맞선 워싱턴은 최종 5차전에서 8회까지 7-5 리드를 잡았다. 9회 마무리를 위해 올라온 드류 스토렌은 벨트란에게 선두 타자 2루타를 허용했지만, 할러데이와 크렉을 각각 땅볼과 삼진 처리했다. 챔피언십 시리즈까지는 아웃 카운트 한 개만을 남겨둔 상황.

하지만 스토렌은 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2사 만루 위기에 몰렸고, 데스칼소와 코즈마에게 연속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순식간에 점수는 7-9로 역전됐으며, 기립 박수로 가득 찼던 내셔널스파크에는 침묵만이 가득했다. 연고지 이전 후 처음이자, 전신 몬트리올 시절의 1981년 이후 31년 만에 진출한 워싱턴의 포스트시즌은 그렇게 짧고 허무하게 마무리됐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탈락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은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지구 우승 후보로 평가받았다. 덕 피스터의 영입으로 선발진이 한층 두터워졌으며, 부상만 없다면 타선의 짜임새도 리그에서 손꼽히는 수준이었다. 스트라스버그와 하퍼의 뒤를 잇는 앤서니 렌돈의 성장도 관심사였으며, 내,외야를 가리지 않고 백업 자원도 풍부해 장기 레이스의 변수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평가였다. 그리고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 워싱턴은 지구 2위 애틀랜타를 3-0으로 꺾고 2년 만의 지구 우승을 확정지었다. 아울러 시즌 최종 성적 96승 66패로 내셔널리그 1위를 확정, 디비전시리즈와 챔피언십시리즈 홈 어드밴티지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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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 성장을 선보이고 있는 앤서니 렌돈(사진=OSEN)


하퍼는 올 시즌도 부상을 당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타자 짐머맨 역시 손가락 골절과 햄스트링 부상으로 100경기 넘게 결장했다. 주축 선수 두 명이 본 궤도에 오르지 못한 채 임했던 시즌. 그럼에도 워싱턴이 시즌 내내 단단한 짜임새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신예 앤서니 렌돈의 공수에 걸친 활약 덕분이었다.

팀 내 유망주 1위 출신인 렌돈의 성장세는 지난해 보여준 가능성(98경기, .265 7홈런 35타점)을 고려해도 그 기대치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올 시즌 렌돈은 대학 시절 이후 지속됐던 고질적인 발목 부상에서 벗어난 상황. 이에 프로 데뷔 이후 가장 좋은 몸 상태로 스프링캠프에 임했으며, 항상 재활을 병행해야 했던 예년과 달리 올 봄에는 본인에게 필요한 근력 운동에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다. 시즌 성적은 .287의 타율과 21홈런 83타점으로, 데뷔 2년 만에 20홈런 고지를 밟는 등 타격 전 부문에서 고른 활약을 펼쳤다. 특히 2번 타자로서 스팬과 최강의 테이블세터를 구축했는데, 렌돈이 기록한 111득점은 리그 1위이자 마이크 트라웃, 브라이언 도저에 이은 메이저리그 전체 3위 기록이다.

렌돈의 가치는 수비에서도 빛났다. 애당초 2루수로 시즌을 시작한 그는 짐머맨이 부상에 신음하는 사이 본인의 원래 포지션인 3루 자리를 꿰차고 들어갔는데, 주로 2루수로 활약했던 지난해에 비해 런세이브 수치를 -5에서 +12까지 끌어올렸다. 메이저리그 전체 3루수 중 렌돈보다 높은 런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도날드슨, 아레나도, 헤들리 그리고 데이비드 라이트까지 4명 뿐이다. 어깨 부상 이후 수비력이 예년만 못한 짐머맨의 지난 시즌 런 세이브가 -1이었음을 감안하면, 팀 입장에서도 렌돈의 3루 안착은 반가운 일이었다.

스팬의 리드오프 역할도 인상적이었다. 내년 시즌 구단 옵션이 있지만 FA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스팬은 2009년 이후 처음이자 데뷔 이후 두 번째로 3할 타율(.302)에 입성했다. 6월 말부터 8월 초 사이 36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하는 등 지난해 데뷔 후 최악의 출루율(.327)을 뒤로하고 반등에 성공했다. 31개의 도루는 데뷔 후 최다이며, 올 시즌 기록한 183안타와 58번의 멀티 히트 역시 2009년의 180안타와 멀티 히트 54차례를 뛰어 넘는 개인 통산 최고 기록이었다.

이 밖에도 이안 데스몬드는 올 시즌도 거포 유격수로서의 면모를 이어간 가운데, 연 평균 1800만 달러의 연봉만 아니라면 무난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제이슨 워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26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스팬과 함께 반등에 성공한 아담 라로쉬등의 중심 타선은 하퍼와 짐머맨의 공백을 훌륭히 메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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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내 최다승을 거둔 덕 피스터(사진=OSEN)


윈터미팅을 앞둔 지난해 12월. 모두를 놀라게 한 깜짝 뉴스가 전해졌다. 디트로이트의 덕 피스터가 1:3 트레이드로 워싱턴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이었다. 문제는 디트로이트가 대가로 받은 선수들의 목록으로 당시 워싱턴은 피스터를 받는 대신 스티브 롬바르도찌, 이안 크롤 그리고 로비 레이를 디트로이트로 넘겼다. 롬바르도찌는 벤치 멤버, 크롤은 지난해 불펜으로 메이저리그 데뷔를 한 선수였으며, 레이는 BA 평가 팀 내 유망주 순위 5위의 좌완 선발 요원이었지만 빅리거로서의 성공에는 물음표를 지우지 못한 상황이었다. 디트로이트 선발진의 포화상태를 감안해도, 당장 15승이 가능한 선발투수의 반대급부로는 턱 없이 부족한 대가였다. 이에 트레이드 당시 피스터를 보낸 디트로이트 팬이나 그를 받은 워싱턴 팬 모두 의아함을 감추지 못한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스프링캠프에서 피스터가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면서 디트로이트 돔브로스키 단장을 둘러싼 의문이 해결되는 듯 했다. 하지만 5월 초 마운드에 복귀한 피스터는 25번의 선발 등판에서 16승을 따내며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승수를 쌓았다. 164이닝을 소화하며 규정이닝을 채우는데도 성공했으며, 2.41의 평균자책점은 내셔널리그 4위 기록이다. 의문은 계속 의문으로 남은 가운데, 시즌 중반 프라이스를 영입했지만 벌랜더가 예년만 못하고 산체스가 부상에 신음하고 있는 디트로이트의 상황과 대비를 이루며 워싱턴의 피스터 영입은 근래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가운데 최고의 스틸로 평가되고 있다.

피스터가 합류한 선발진은 워싱턴 지구 우승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지오 곤잘레스가 9월 5경기에서 4승을 거두면서 워싱턴은 5명의 선발 투수가 모두 10승 달성에 성공했다. 선발 70승은 다저스(76승)에 이은 메이저리그 2위 기록이며, 3.04의 선발 평균자책점은 압도적인 메이저리그 전체 1위의 성적이다.

스트라스버그는 데뷔 첫 200이닝 돌파에 성공했다. 조니 쿠에토와 함께 공동 탈삼진 왕에 오르며 생애 첫 개인 타이틀을 따냈으며, 그가 올 시즌 기록한 235개의 삼진은 팀 프랜차이즈 사상 4위 기록이었다(1위 - 1997년 페드로 마르테니즈 305개). 피스터 대박과 정규시즌의 마지막 날 노히트 게임을 펼치는 등 조던 짐머맨이 2선발 역할을 충실히 해낸 가운데, 마운드에서 워싱턴의 질주에 가속을 붙인 선수는 태너 로아크다.

로아크는 지난해 불펜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선수로, 시즌 막판인 9월 선발 5경기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1.74로 가능성을 보인 바 있다. 3선발로 시즌을 시작한 그의 성적은 15승 10패 평균자책점 2.85. 피스터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승수를 따냈으며, 198.2이닝 역시 스트라스버그에 이은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로아크는 투심 계열의 싱커를 주로 던지며 위력적인 커브가 인상적인 선수. 하지만 한 시즌 내내 안정적인 투구가 가능했던 것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의 공존 덕분이었다. 우타자 상대 슬라이더, 좌타자를 상대로는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삼는 그는 우타자(.242)와 좌타자(.235) 상대 피안타율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의 공존은 올 시즌 류현진이 어려움을 겪은 부분이기도 하다.

불펜에서는 스토렌의 활약이 빛났다. 2012년 디비전시리즈 5차전의 여파 탓인지 지난해 최악의 부진에 빠졌던 스토렌은 올 시즌 웨이드 데이비스와 함께 가장 단단한 8회 셋업 맨 이었다. 1.12의 평균자책점은 5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 중 두 번째로 낮은 수치며, 올 시즌 마지막 자책점이 8월 6일로 이후 23경기, 20이닝을 연속해서 무자책(1실점)으로 막아내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더욱이 라파엘 소리아노의 난조로 9월 초부터 3년 만에 팀의 마무리로 나선 이후에도 10번의 세이브 기회를 모두 성공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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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아노 대신 워싱턴의 뒷문을 담당할 드류 스토렌 (사진=OSEN)


현재 워싱턴은 가을 야구에 진출한 팀들 가운데서도 가장 안정적인 투,타 밸런스를 자랑하고 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워싱턴은 선발 싸움을 전면에 내세울 전망.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워싱턴의 선발 로테이션으로, 윌리엄스 감독은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단판 승부가 끝난 이후 상대 팀을 고려해 로테이션을 발표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일단 포스트시즌 데뷔를 앞둔 스트라스버그의 1선발이 유력한 가운데, 짐머맨과 피스터가 그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관건은 로아크와 곤잘레스 중 결정될 4선발 자리로, 로아크는 시즌 성적에서 곤잘레스를 앞선 다는 점, 곤잘레스는 팀 내에서 유일한 좌완 선발이라는 점이 특징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4선발을 누가 맡느냐의 여부와 관계없이 워싱턴의 선발진은 대단히 견고한 수준이며, 로아크와 곤잘레스 중 한 명이 맡게 될 롱맨 싸움에서도 상대를 압도할 수 있다는 점은 워싱턴이 지닌 또 다른 무기다.

불펜 역시 탄탄하다. 소리아노가 흔들리며 스토렌에게 마무리 자리를 넘겼지만, 기존의 타일러 클리파드, 크렉 스템멘과 신예 애런 바렛, 그리고 시즌 중반 양키스에서 합류해 워싱턴의 좌완 불펜 숙제를 풀어준 맷 손튼 등이 걸어 잠글 워싱턴의 뒷문은 상당히 탄탄하다. 굳이 걱정거리를 꼽자면, 소리아노 대신해 클로저 역할을 맡게 될 스토렌이 2년 전 9회초 2사 후의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을지 정도가 될 전망이다.

야수진의 뎁스도 상당히 두텁다. 올 시즌 두 차례의 장기간 부상에 시달린 짐머맨이 시즌 중반 영입된 아스드루발 카브레레와 렌돈의 성장으로 백업 멤버로 밀릴 정도다. 대신 맷 윌리엄스 감독은 짐머맨을 포스트시즌에서 다양한 위치에서 활용할 방침으로, 상황에 따라 3루수와 좌익수뿐만 아니라 1루수로도 그를 기용할 예정이다.(짐머맨은 FA가 되는 아담 라로쉬를 대신해 내년 시즌 1루수로의 포지션 전환이 유력한 상황이다.) 실제 짐머맨은 올 시즌 처음으로 좌익수와 1루수 수비에 나선 바 있으며,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경우 지명타자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2년 전 19세의 나이에 처음 나선 가을 야구에서 .130의 타율로 극심한 부진을 보인 브라이스 하퍼의 활약도 관심거리다.

지난해까지 전신 몬트리올을 포함해 워싱턴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단 두 차례가 전부다. 그리고 두 번의 포스트시즌에서 각각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와 디비전 시리즈에서 분루를 삼켜야 했다. 올해가 창단 46년째인 워싱턴은 아직까지 월드시리즈에 단 한 차례도 진출하지 못하고 있으며,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시애틀과 함께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한 유이한 두 팀 중 하나다.

워싱턴은 2000년대 후반 최악의 암흑기를 보냈지만 스트라스버그, 하퍼, 렌돈이라는 엄청난 보상을 받았다. 그리고 어느덧 강팀의 이미지를 구축하게 된 워싱턴은 이들이 주축이 된 첫 번째 포스트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2012년과 비교하면 이닝 제한이라는 족쇄에서 풀린 스트라스버그가 있어 당시보다 더욱 탄탄한 전력을 갖고 포스트시즌에 임할 수 있게 됐다. 최고의 선수 구성이 언제나 승리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며, 우승 기회는 절대 매번 찾아오지 않는다. 리빌딩의 정석을 써내려가고 있는 워싱턴이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워싱턴 왕조’의 서막을 알릴 수 있을지 흥미롭기만 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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