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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웅선의 토크 인사이드]김효주의 부상은 예고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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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대우증권클래식에서 경기중인 김효주. 사진제공=KLPGA


[헤럴드스포츠=최웅선 기자]‘메이저 퀸’ 김효주(19 롯데)가 부상으로 이번 주 OK세이빙뱅크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 불참한다.

28일 KDB대우증권 클래식이 끝난 후 김효주는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해 부친 김창호 씨의 부축을 받으며 대회장을 빠져 나갔다. 김효주의 상태는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른쪽 아킬레스건과 손목 통증, 그리고 피로 누적으로 인한 탈진이다.

김효주의 부상은 예고된 부상이었다. 김효주는 아마추어 시절이던 2012년 KLPGA투어 롯데마트 여자오픈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산토리 레이디스 오픈, 대만여자프로골프(TLPGA)투어 스윙잉스커츠 레이디스 오픈 등 프로 대회에서만 3승을 거뒀다. 프로데뷔 후 12월 열린 KLPGA투어 개막전인 현대차 차이나 레이디스 오픈까지 더하면 4승이다. ‘슈퍼 여고생’으로 불리며 프로선수보다 더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한 탓에 쉴 틈이 없었다.

2013년에 이어 2014년은 19세 소녀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벅찬 일정이었다. 김효주는 4월 초 JLPGA투어 야마하 레이디스오픈 출전 후 곧바로 롯데마트 여자오픈에 참가했다. 이 대회가 끝난 당일 저녁 미국LPGA투어 롯데챔피언십 출전을 위해 하와이행 비행기에 올랐고 그 다음 주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스윙잉스커츠 LPGA 클래식까지 2개 대회에 연속 출전했다. 김효주는 귀국 후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곧장 KLPGA투어에서 강행군을 시작했다. 대회를 주최하는 타이틀 스폰서에서 무언의 압력(?)을 넣은데다 불참할 경우 쏟아질 비난도 고려해야 했다.

김효주는 지난주 끝난 KDB대우증권 클래식까지 올시즌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 20개 대회를 뛰었다. 미국LPGA투어에서 뛰는 한국선수들이 국내 대회에 참가하면 시차와 이동 등으로 인해 3주를 까먹는데 김효주는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대회에 참가한 셈이다. 시즌 중반 피로 누적으로 휴식을 취해야 하는 상태였다. 그러나 한화금융클래식 우승으로 3승 째를 거두며 확실한 흥행카드로 올라선 김효주를 가만 놔두지 않았다.

에비앙 챔피언십 첫날 김효주는 남녀 통틀어 메이저 대회 역대 18홀 최소타 기록인 10언더파 61타를 쳤다. 이후 2~3라운드는 답답한 플레이를 펼쳤다. 이유가 있었다. 이 때 오른쪽 아킬레스건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다행히 부상은 심각하지 않아 최종라운드에서 우승을 거둘 수 있었다. 참을 만하던 통증은 대부도에서 열린 KLPGA 챔피언십 3라운드부터 심각해졌다.

부상 때문에 다음 대회인 KDB 대우증권 클래식에 불참하려 했지만 이미 대회 포스터가 모두 나온 상태였다. 포스턴엔 김효주가 포함되어 있어 불참할 경우 타이틀 스폰서에 피해가 갈 상황이었다. 무리하게 출전을 강행한 이유다. 김효주는 또한 우상인 박세리의 이름을 딴 OK세이빙뱅크 박세리 인비테이셔널까지 출전하고 휴식을 취하면서 부상 회복에 전념하려 했다.

심각한 부상에도 김효주가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 참가하려했던 이유가 있다. 아마추어로 초정 받아 첫 참가한 2012년 LPGA투어 에비앙 마스터스(에비앙 챔피언십의 전신) 최종라운드가 끝난 뒤 박세리는 경기가 끝난 김효주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주변에 있던 한국선수들에게 “우리는 지는 별”이라며 “효주는 앞으로 한국여자골프를 이끌어 나갈 샛별”이라고 말했다. 우상인 박세리의 행동은 김효주에게 큰 감동을 줬으며 골프에 집중하는 계기가 됐다. 김효주는 항상 대선배 박세리의 말을 가슴에 새기면서 골프를 했다. 그리고 박세리가 용기를 주었던 그 자리에서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김효주는 “가장 참가하고 싶었고 가장 우승하고 싶었던 대회가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이라고 말했다. 당시 아마추어였던 자신을 높게 평가해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게 한 ‘정신적 지주’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대회 불참을 통보하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고 한다.

‘세리 키즈’ 1세대인 신지애(26)도 초청선수로 출전한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최연소 우승을 거두며 LPGA투어에 진출해 한국인 최초 세계랭킹 1위라는 역사를 만들었다. 하지만 무리한 스케줄로 심각한 후유증을 앓아야 했다. 신지애는 한 시즌에 35개가 넘는 대회를 뛴 적도 있다. 김효주도 신지애와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다. 김효주도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으로 미국LPGA투어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박세리의 말처럼 김효주가 한국여자골프를 이끌어갈 재목이 되려면 몸 관리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엔 내년에 더 좋은 모습으로 출전하면 된다. 대인배 박세리는 이를 이해할 것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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