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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은중독의 편파야구 Just For Twins!] 언제까지 좌완에 짓눌려야 하나?
8월 31일 결과 : 롯데 자이언츠 6 - 2 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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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정의윤. 그가 '오거정'이라는 비아냥을 듣지 않는다면 트윈스의 좌완공포증도 완화될 것이다.

INTRO - 우타 빅 뱃(big bat)의 꿈?
트윈스의 암흑기 시절, 팬들 사이에서 ‘LG 타자들이 못 치는 투수 유형’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결국 대충 10가지 유형 투수의 공을 특별히(?) 못 치는 것으로 정리됐는데 그 유형과 이유가 이랬다.

1. 에이스(잘 던져서) 2. 좌완(왼손이니까) 3. 외국인(잘 던져서) 4. 신인(생소해서) 5. 직구가 빠른 투수(빨라서) 6. 직구가 느린 투수(생소해서) 7. 변화구 위주 투수(어려워서) 9. 공격적인 유형(제압당해서) 10. 수 싸움에 능한 투수(수에 밀려서)

물론 실제 그랬을 리는 없지만, 사실 암흑기 시절 트윈스의 타력은 이 정도로 약했다. 특히 상대팀 감독들은 어느 정도 수준급 좌완 선발만 있으면 이들을 대놓고 트윈스 전에 표적 등판시켰다. 이 때문에 트윈스가 받은 불이익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최강의 좌완이었던 류현진을 가장 많이 만나야 한 것도 트윈스였다. 류현진은 2007년 모두 30차례 마운드에 올랐는데 그 중 7번을 트윈스를 상대했고, 2008년에는 28차례 선발 등판 기회 중 무려 여덟 번이나 트윈스와 맞섰다.

상대 팀 감독을 원망할 일이 아니다. 야구에서 표적 선발은 이기기 위한 당연한 전략이다. 잘잘못을 따지자면 속된 말로 좌완에게 호구를 잡힌 트윈스의 잘못이 가장 크다.

왜 이렇게 좌완에게 약할까? 두 말할 필요 없이 수준급 우타자가 없기 때문이다. 노쇠한 트윈스 외야진에서 유일하게 눈부시게 성장한 이병규(7번)조차 왼손 타자다. 그 좋던 우타 거포의 재원들을 트윈스는 모두 날려버렸다. ‘목황상제’ 박병호는 목동을 홈으로 쓰면서 포텐셜이 폭발했다. 힘 하나는 외국인 타자 못지않다던 김상현은 기아로 이적해 MVP에 올랐다.

이제 남은 우타 빅 뱃 유망주는 정의윤 하나인데 도무지 성장을 하지 못한다. ‘오거정(오승환 거르고 정의윤. 트윈스는 200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순위로 오승환을 뽑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정의윤을 택했다)’이라는 비아냥을 들으며 뽑아온 정의윤이다. 하지만 분명 우타이긴 한데, 그가 빅 뱃인지는 도저히 확신이 들지 않는다.

길러서 쓰건, 사서 쓰건, 우타 빅 뱃 문제는 반드시 해결을 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상대팀 감독들이 수준급 좌완투수만 LG전에 표적 등판 시키는 수모를 겪을 수는 없다. 자이언츠는 30, 31일 2연전에서 장원준과 유먼 등 두 좌완을 줄줄이 올렸다. 그리고 트윈스는 이 두 투수를 상대로 13과 3분의 1이닝 동안 고작 8안타, 5점을 뽑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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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LG전에 선발 등판에 7이닝 2실점으로 역투한 롯데의 유먼.

최악의 순간 - 3회 신정락의 피홈런
잘 던지다가 주자만 나가면 갑자기 배팅볼 투수가 되는 현실. 도대체 무슨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새가슴이어서라고밖에는 설명을 할 수가 없다. 신정락은 이날도 3회 2사까지 퍼펙트로 막아내다가 9번 하준호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준 뒤 바로 황재균에게 홈런을 맞았다.

신정락은 좋은 공을 가지고 있다. 옆구리 투수 치고 빠른 140km대 중반의 속구도 좋지만 타자 몸에 맞을 듯 들어오다 빠르게 스트라이크 존으로 휘는 엄청난 슬라이더는 마구에 가깝다. 지금도 주요 포털 검색창에 ‘신정락’을 치면 ‘신정락 마구’가 자동 완성된다.

그 좋은 재료를 잘 버무리지 못하는 것은 지도자의 몫? 아니다. 이건 자신의 몫이다. 주자가 나갔을 때 두려움을 갖는 투수가 성공할 확률은 제로다. 그는 2010년 무려 전체 1순위로 입단한 ‘좋은 재료’다. 신정락이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고 트윈스의 미래를 책임지는 담대한 투수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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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3회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LG 신정락. 주자만 나가면 구위가 급격히 떨어지는 '두부 멘탈'을 고치지 않는 한, 신정락이 구멍 난 트윈스의 5선발 자리를 메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INTRO - 운명의 한 주를 맞다
3승 2패. 8월의 마지막 주 트윈스의 성적표다. 나쁘지 않았다. 잘 싸운 편이다. 특히 4강 경쟁자인 두산과의 한 차례 경기를 잡은 것이 컸다. 그런데 뜻밖에 베어스가 최근 분전하면서 4강 싸움이 다시 어지러워졌다.

그래서 다음주 일정이 중요하다. 트윈스는 천적 넥센, 4강 라이벌 두산, 8월의 최강팀 한화와 죽음의 6연전을 펼친다. 목요일과 금요일 만나는 운명의 라이벌 베어스와의 경기 결과에 따라 4강 자리의 운명이 갈릴 가능성도 있다.

기도를 해야 한다면 기도를 하겠고, 무릎을 꿇고 야구를 보라면 무릎을 꿇고 보겠다. 부디 트윈스 선수들이 혼연일체가 돼 이 죽음의 6연전을 넘고 가을 축제의 남은 한자리에 좀 더 가까워지기를 소망한다.

*수은중독 : 1982년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이종도의 만루 홈런을 보고 청룡 팬이 된 33년 골수 LG 트윈스 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두 자녀를 어여쁜 엘린이로 키우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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