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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은중독의 편파야구 Just For Twins!] 우규민 완봉승 할 뻔 한 소리
[헤럴드POP]29일 결과 : LG 트윈스 12 - 2 SK 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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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7이닝 1실점으로 역투한 LG 선발투수 우규민.

INTRO - 트윈스의 원투 펀치 우규민

과거 암흑기 시절, 트윈스의 마무리 투수는 한때 우규민이었다. 입단 3년차이던 2006년 우규민은 17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 1.55로 꽤 괜찮은 불펜 투수임을 입증하더니 이듬해 트윈스의 클로저 자리를 꿰차고 대망의 30세이브 고지에 오른다.

당시만 해도 트윈스의 팬들은 우규민이 김용수, 이상훈에 이어 트윈스의 뒷문을 10년 이상 책임질 막강 클로저가 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우규민은 이후 거짓말처럼 추락했다. 2008년 고작 10세이브를 건졌고 평균자책은 4.91로 치솟았다. 2009년에는 7세이브, 평균자책은 불펜 투수로서는 처참하기 그지없는 5.70이었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우규민이 몰락하면서 팬들의 질타도 한 없이 커졌다. 불펜 투수로 한계를 보인 우규민이 선발로 전환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팬들 사이에서는 “우규민 완봉 하는 소리 하고 있네”라는 유행어가 번졌다. 이 말은 될 일이 아닌 헛소리를 한다는 뜻으로 굳이 비슷한 속담을 대자면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하고 있네” 정도가 있겠다. 그리고 실제 이 속담(?)을 활용한 “우규민 10승 하는 소리 하고 있네”라는 유사품도 등장했다.

그런데 그 일이 기어코 벌어지고 말았다. 경찰청 제대 후 복귀 2년째였던 2013년 우규민은 입단 이후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투수로 변신한다. 그리고 그 해 4월 14일 한화를 상대로 생애 첫 완봉승을 거두면서 “우규민 완봉승 하는 소리”의 꿈(응?)을 이룬 것이다. 또 이 해 우규민은 10승을 올리며 “우규민 10승 하는 소리”마저 달성했다.

우규민은 올 시즌 초반 지독히 풀리지 않았다. 불타는 투지를 감추지 못한 채 더그아웃에서 분노를 표출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우규민은 이후 완전히 제 페이스를 찾아 차곡차곡 승을 쌓더니 29일 트윈스의 선발 투수 중 가장 먼저 9승 고지에 올랐다. ‘혹시 10승 투수를 하나도 배출하지 못하면 어쩌나?’ 했던 트윈스 팬들의 걱정을 우규민이 풀어줄 태세다. 올해 트윈스의 원투펀치는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는 티포드나 지난해 승률왕이었던 류제국이 아니다. 누가 뭐래도 트윈스의 원투펀치는 미국 잡초 출신 리오단과 한국에서 한때 오만 욕을 다 먹었던 우규민이다.

29일 그가 무수히 던진 낮은 공들은 왜 그가 리그 최고의 컨트롤러인지를 잘 보여줬다. 도무지 높게 들어가는 공이 없었다. 아무리 타자들이 우규민이 등판했을 때 대놓고 낮은 공을 조준한다 하더라도 역시 낮은 공은 치기 어렵다.

공격적인 투구로 투구수도 아꼈다. 이날 우규민은 6회 통산 홈런 6개인 교타자 조동화에게 불의의 투런 홈런을 맞았지만 그 외 모든 것이 완벽했다. 7회를 마무리하면서 그가 던진 투구수는 고작 90개. 6회 투런 홈런만 아니었다면 “우규민 완봉승 하는 소리”를 또 한 번 들을 수 있었다.

우규민은 사실 더그아웃에서 누구보다 동료를 살갑게 대하는 선수다. 침울한 선수가 있으면 늘 다가가 싹싹하게 웃어준다. 승리를 거둔 동료 투수를 가장 진실한 표정으로 안아주는 선수 또한 우규민이다. 그 우규민이 이제 눈부신 역투로 팬들의 마음마저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그가 웃는 모습을 보면 팬들도 행복하다. 한때 불운의 아이콘이었던 우규민이 진정한 트윈스의 에이스로 거듭나는 이 과정이 너무도 사랑스럽다. 그래서 팬으로서 그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우규민, 당신이 있어줘서 2014년 트윈스의 팬들은 진정으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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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타수 4안타 2홈런 5타점 1볼넷. 29일 SK전에서 그야말로 원맨쇼를 펼친 LG의 리드오프 정성훈.

최고의 순간 - 4회, 야구를 알고 하는 선수들
야구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야구를 알고 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실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상황에 맞게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이해하고 그 롤을 수행하는 선수는 팀의 소금 같은 존재가 된다.

트윈스의 4회가 그랬다. 6번 큰 이병규부터 1번 리드오프 정성훈까지 다섯 명의 타자, 아니 참 한 명을 뺀 네 명의 타자가 정말 야구를 알고 하는 모습이었다. 선두타자 큰 이병규는 베테랑답게 포문을 열었다. 스코어 2대 0의 박빙의 상황. 비록 올 시즌 긴 부진을 겪은 이병규지만 그는 그 상황에서 선두타자 출루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욕심 내지 않고 바깥쪽 공을 밀어쳐 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를 만들었다.

7번타자 손주인은 감독의 번트 사인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 연이은 파울로 투 스트라이크에 몰렸다. 하지만 손주인은 이날 경기 최고의 장면을 이 타석에서 만들어 냈다. 손주인은 와이번스의 선발투수 채병용이 던지는 거의 모든 공을 다 커트해내며 무려 14구에 이르는 끈질긴 승부를 이끌었다. 감독의 번트 작전을 실패하며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뻔한 상황. 하지만 그는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어떻게든 2루 주자를 3루로 보내겠다는 일념으로 필사적으로 공을 밀어 치며 대량 파울을 양산했다. 그리고 기필코 우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8번타자 박경수는 패스. 삼진으로 혼자 죽은 것이 다행이었다.

1사 1,3루에서 9번타자 최경철. 최근 타격감이 극도로 안 좋은 최경철에게 사실 외야로 뻗는 희생플라이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경철은 올스타전 번트왕 출신이다. 비록 작전이 간파 당해 아슬아슬한 장면이 연출됐지만 최경철은 높은 공을 침착하게 1루로 밀어내 상대 수비 박정권의 실책성 플레이를 유도했다.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그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1타점 내야 안타.

그리고 이날의 히어로 정성훈. 상대 투수의 공을 강하게 후려쳐 문학의 반을 가르는 쓰리런을 날렸다. 상대를 언제 KO시켜야 하는지, 그리고 KO를 위해 어떤 펀치를 날려야 하는지 타이밍과 요령을 아는 슈퍼스타다운 타격이었다.

29일 트윈스의 타선은 모처럼 폭발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고무적이었던 것은 선수들이 상황에 맞게 자신의 역할을 알고 그 롤을 물 흐르듯이 해냈다는 점이다. 분명 트윈스의 타격은 강하지 않다. 팀 타율이 9개 구단 중 꼴찌다. 하지만 뭔가 짜임새가 조금씩 생기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헌신을 배우고 실천한다.

나보다 남을 위하는 선수들이 모일 때 팀은 강해진다. 그렇다. 그래서 지금의 트윈스는 분명 강하다!

*수은중독 : 1982년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이종도의 만루 홈런을 보고 청룡 팬이 된 33년 골수 LG 트윈스 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두 자녀를 어여쁜 엘린이로 키우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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