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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매킬로이는 우즈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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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매킬로이가 지난 11일 PGA 챔피언십 우승후 뉴욕으로 가는 자가용 비행기 안에서 '팀 매킬로이' 멤버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출처=매킬로이 트위터


[헤럴드스포츠=이강래 기자] 2009년 가을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CC에서 열린 코오롱 한국오픈. 초청 출전한 로리 매킬로이는 당시 20세로 뽀글뽀글한 파마 머리에 여드름이 듬성 듬성 나 있는 엣된 청년이었다. 1라운드를 마치고 프레스룸을 찾은 매킬로이는 “당신의 스윙이 타이거 우즈의 스윙 보다 나아 보인다. 특히 피니시 동작은 완벽하다. 어떻게 그런 스윙을 만들었나?”란 기자의 질문에 얼굴이 빨개지며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나?”라고 반문한 뒤 “그런 평가는 처음 듣는다. 그렇게 생각해 주니 너무 고맙다”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당시 취재현장에서 받은 느낌은 두 가지였다. “이 친구가 타이거 우즈와 직접 비교되는 것을 상당히 좋아 하는군!”과 “언젠가는 타이거 우즈를 뛰어 넘겠다는 숨은 야망이 있다”였다. 매킬로이는 2년 뒤인 2011년 US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2012년 PGA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올 해 브리티시오픈과 PGA챔피언십을 연속 제패했다. 매킬로이는 한국을 방문한 뒤 불과 5년 사이 25세의 젊은 나이로 내년 마스터스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할 대선수로 성장했다.

매킬로이의 성공은 혼자 만의 노력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로리 매킬로이 주식회사가 함께 만들어 낸 성과물이다. ‘팀 매킬로이’는 부친인 게리 매킬로이를 축으로 매니지먼트사인 로리 매킬로이 Inc의 CEO인 도날 케이시와 스윙코치인 마이클 배논, 캐디인 JP 핏제랄드가 주축이다. 여기에 메인 스폰서인 나이키의 스텝들이 있다. 매킬로이는 PGA챔피언십 우승후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이동하면서 이들과 함께 축배를 드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매킬로이는 또한 신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GSK 휴먼 퍼포먼스 랩의 전문가들과 함께 과학적인 체력훈련을 하고 있다. 그 결과 PGA챔피언십 직전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8주 사이 근육량이 3kg 정도 늘어 드라이버 거리가 9야드 정도 늘었다”고 밝혔다. 원래 장타를 치는 선수가 과학적인 훈련과 효과적인 영양 공급으로 더 멀리, 더 똑바로 치게 되면서 브리티시오픈과 WGC-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PGA챔피언십 등 세계 강호들이 총출동한 ‘스트롱 필드’에서 3연승을 거두는 업적을 이끌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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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매킬로이가 GSK 휴먼 퍼포먼스 랩에서 러닝 머신 위를 달리고 있다. 출처=매킬로이 트위터


매킬로이의 PGA 챔피언십 우승은 소년이 남자로 성장한 듯한 느낌을 준다. 상체 근육이 빈약했던 2009년 코오롱 한국오픈 출전 때와 대비되는 근육질 몸매도 그렇지만 과거 세 차례의 메이저 우승과는 다른 게임 패턴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전 세 차례의 메이저 우승은 2위와의 타수차가 커 박빙의 승부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 PGA 챔피언십은 달랐다. 1타차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했지만 리키 파울러와 필 미켈슨, 헨릭 스텐손에게 추월을 허용했다. 그리고 다시 재역전에 성공했다.

미국의 일부 언론은 PGA 챔피언십이 끝난 후 매킬로이의 시대가 왔음을 선언했다. 전성기를 넘긴 우즈가 매킬로이에게 왕좌를 내준 분위기다. 하지만 속단은 이르다. 매킬로이가 우즈처럼 세대를 아우르는 골프의 아이콘이 될 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우즈가 만들어 낸 높이와 깊이가 너무나 찬란하기 때문이다. 매킬로이가 절제된 생활을 한다면 가능성이 커지겠지만 성공의 열매에 취한다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수도 있다.

골프역사 속엔 언제나 흥망성쇠의 진리가 있다. 아놀드 파머를 잭 니클러스가 밀어내고, 잭 니클러스를 톰 왓슨이, 톰 왓슨을 조니 밀러가, 조니 밀러를 그렉 노먼이, 그렉 노먼을 어니 엘스가, 어니 엘스를 필 미켈슨이 밀어낸 것처럼 우즈도 매킬로이도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다. 인간은 흥(興)하면 망(亡)하고 성(盛)하면 쇠(衰)한다는 자연의 이치 대로 살아갈 뿐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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