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수은중독의 편파야구 Just For Twins!]최태원 코치와 ‘돌림’병
9일 시합 결과: 한화 이글스 1-0 LG 트윈스

INTRO - 오렌지 유니폼의 조인성

조인성이 잠실에 돌아왔다. LG의 스트라이프 유니폼이 아니라 한화의 오렌지 유니폼을 입고.

그가 와이번스의 붉은 유니폼을 입고 잠실에 섰을 때에도 이렇게 어색하지는 않았다. 이날 그의 귀환이 특히 어색한 이유를 곰곰이 추리해 보면, 트윈스 시절 ‘조잉여’, ‘조바깥’이라는 과도한 비난을 한 몸에 받았던 그가 어느덧 한화의 영웅이 되어 나타났다는 점일 것이다.
이미지중앙

오렌지 유니폼이 잘 어울리기 시작한 한화의 조인성.

관점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필자는 그가 트윈스 시절 받았던 극단의 비난들이 다소 가혹하다고 생각한다. 팀의 성적이 너무 좋지 않아서 그렇지, 조인성은 트윈스 시절에도 그렇게 나쁜 포수가 아니었다.

조바깥 정도야 웃음으로 넘길 수 있지만 조잉여는 좀 심했다. 이후 ‘잉’이라는 글자는 그에게 주홍글씨처럼 낙인이 찍혔다. 성적이 좋은 날 조인성은 ‘잉금님’이 되기도 했고, 홈런을 친 뒤 환하게 웃으면 그는 ‘잉자한 미소’로도 불렸다. 하지만 그가 트윈스에서 보낸 날들 중 ‘잉자한 잉금님’으로 지낸 날보다 레‘잉’저(후배 투수가 바운드 볼을 던졌을 때 포수 조인성이 투수를 차갑게 노려보는 모습을 ‘레이저’ 쏘는 것에 빗댄 말)나 '쏘는 조잉여'로 지낸 날들이 훨씬 많았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조인성은 9일 미완의 대기 유창식(한화)을 그야말로 언터처블 좌완으로 이끌었다. 특히 트윈스 시절 비난의 대상이 됐던 바깥쪽을 중심으로 한 투수 리드는 이날 유창식의 역량을 최대치로 올려놓았다. 트윈스 타자들은 자신의 약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조인성의 리드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게다가 결승타가 된 5회초의 희생플라이와, 동점이 될 수 있었던 5회말 박경수의 홈 쇄도를 막은 멋진 블로킹까지, 이날 조인성은 한화 팬들의 영웅이 될 자격이 충분했다.

이미 유니폼을 갈아입은 상대팀 선수. 하지만 그가 한화의 젊은 투수를 ‘잉자한’ 미소로 이끄는 모습이 새삼 가슴을 찡하게 한다. 트윈스의 팬으로서, 만 39세의 이 노장 포수가 한화의 오렌지 유니폼을 입고 오랫동안 건승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최고의 순간과 최악의 순간

이미지중앙

9일 9이닝 1실점으로 역투했으나 완투패를 당한 LG 투수 리오단.

LG 팬으로서 이 경기 최고의 순간은 투수 리오단이 공을 던지는 모든 순간이었다.
반면 최악의 순간은 타자들이 한화 투수를 상대하는 모든 순간이었다.
유일한 위안거리는 빛나는 투수전 속에 고통스런 패배의 시간이 3시간 안에 빨리 끝났다는 점뿐이었다.

최악의 멤버 - 최태원

이 정도면 병이다.
2루에서 3루를 거쳐 홈으로 대시하는 주자는 외야로 날아가는 타구를 정확히 보지 못한다. 그 주자의 눈을 대신해 달라고 세워놓은 것이 3루 주루코치다. 그런데 이 주루코치가 외야로 타구가 날아가기만 하면 팔을 돌려댄다. 병명을 뭐라고 붙여야 하나? 무조건 팔부터 돌리고 보니 ‘돌림병’이라고 해야 하나?

3루 주루코치가 판단을 잘 못 할 수도 있다. 사람이기에 실수는 있는 법이다. 그러나 실수를 통해 발전하는 맛이 있어야 실수도 용납이 된다. 한두 번이어야 지나가지, 이 정도 돌림병이면 인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5회말, 선두타자 박경수의 2루타로 무사 2루. 리드오프 정성훈이 1, 2루 사이를 가르는 안타는 쳤다. 우익수가 타구를 잡는 순간 필자는 ‘설마 저걸 돌리지는 않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찰나에 뭔가 불안감이 스쳐갔다. 트윈스의 3루 주루코치가 ‘돌림 전문가’ 최태원이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최 코치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팔을 힘차게 돌렸다. 무사였다. 1대 0 박빙의 승부였지만 고작 5회였다. 2, 3, 4번 상위 타선이 뒤에 줄줄이 대기하고 있었다. 타이밍으로도 도저히 2루 주자를 홈으로 돌릴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는 팔을 돌렸다. 이 상황을 ‘돌림병’이 아니면 어떻게 해석할 수 있단 말인가?

2012년 7월 29일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되자 최태원 코치가 더그아웃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나섰다. 마이크 대신 방망이를 들고 열창을 하는 최 코치의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그에게는 ‘노래방’이라는 새로운 별명이 붙었다.

최 코치가 실제 노래를 잘 하는지, 노래방을 즐겨 가는지 필자는 모른다. 그리고 최 코치가 노래방에서 아무리 신나게 마이크를 돌려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그가 오늘 서 있었던 장소는 노래방이 아니라 3만 관중이 가득 찬 잠실야구장이었다. 3루 주루코치라면 마이크는 몰라도 팔은 함부로 돌려서는 안 되는 법이다.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지혜 위에서 시작해야 한다. 무조건 돌려놓고 요행으로 한 베이스를 바란다면 그것은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가 아니라 그냥 잘못된 플레이다. 3루 주루코치가 그 자리에 있을 이유를 최 코치가 깊이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

*수은중독 : 1982년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이종도의 만루 홈런을 보고 청룡 팬이 된 33년 골수 LG 트윈스 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두 자녀를 어여쁜 엘린이로 키우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