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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 “인류의 바다, 함께하는 자유”

인류의 역사는 바다를 타고 흐른다. 대항해시대 이래 특기할 만한 인류의 궤적은 지구 표면적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해양을 제패하려던 열강 간의 경쟁에서 비롯됐고, 바다는 뺏고 뺏기는 힘의 각축장으로 여겨졌다. 1982년 ‘바다의 헌장’인 ‘유엔해양법협약’의 탄생은 이러한 힘이 아닌 규칙에 기반을 둔 해양질서를 마련하려는 국제 공동체의 열망에 따른 것이었다. 뼈아픈 양차 대전을 겪으며 ‘힘의 정치’보다 ‘규범과 다자주의에 기반을 둔 상호의존성’이 모두에게 더 나은 번영을 가져온다는 인식이 이를 가능케 했다.

‘유엔해양법협약’의 탄생은 범세계적 해양레짐 창출로 바다에서의 자유로운 이동과 교류를 보장했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지만 강대국뿐만 아니라 제3세계도 적극 참여해 만들어진 협약이라는 점에서 기념비적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배타적 경제수역’ 설정이나 선진국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심해저 자원개발’에 대한 개도국의 참여를 가능케 한 점 등이 이를 잘 보여준다.

한국의 유엔 가입 30주년을 기념하는 올해,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에 유엔해양법협약 질서가 갖는 의미는 더욱 크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2019년에만 수출중량의 99.7%, 수출금액의 66.3%를 해상운송에 의존한 바 있으며, 세계 10대 해운국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주변국과의 관계에서 해양경계획정, 어업 관리, 대륙붕 확보, 해저자원 개발 및 해양환경 문제가 상존하는 나라다. 해양이 주는 기회와 도전에 직면하며, 우리에게는 무엇보다 해양법 규범에 기초한 안정적인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우리는 유엔해양법협약을 필두로 한 해양에서의 법치주의 발전을 위해 물적·인적으로 적극 기여하고 있다. ITLOS(국제해양법재판소), CLCS(대륙붕한계위원회) 등에 대한 자발적 기여금 납부를 통해 협약 이행을 지원하고 있으며, ITLOS 소장과 IMO(국제해사기구) 사무총장, CLCS 의장 등에 한국인들이 진출하여 협약 질서의 유지와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또한 BBNJ(국가관할권 바깥 해역의 해양생물다양성) 협약 등 유엔이 주도하는 해양 관련 협약 성안 과정에서도 우리 의견을 적극 개진해오는 동시에, 전 세계 해양 상태 개선을 위한 UNRP(유엔세계해양환경평가 정규절차)에도 이사국으로서 민관의 지혜를 결집해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지난 수년간 개발도상국의 해양법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 위한 ‘여수 해양법 아카데미’를 개최해왔으며, 올해부터는 우리의 지원으로 ITLOS에서 개도국 법률 전문가를 초청해 실시하는 해양법 워크숍도 매년 개최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ITLOS와 공동 주최하는 연례 해양법 국제학술회의를 통해 해양법 학자들간의 네트워크 구축 등에 기여하고 있다.

프랑스의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바다의 시간」에서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인류의 모든 중대사는 바다 위, 그리고 아래서 일어날 것이라고 하면서, ‘새로운 해양 세력의 승리자’ 그룹 전망에 한국을 포함시켰다. 앞으로 ‘새로운 해양세력’ 한국이 유엔해양법협약과 함께 써나갈 바다질서의 발전을 기대한다.

이자형 외교부 국제법률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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