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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항공산업 리포트] KF-X 1호기, 둥지 떠날 날갯짓 막바지 채비
KF-X 시제 1호기 80% 이상 공정 마쳐
“문제 발생과 해결도 개발 과정의 일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 항공산업은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분야 중 하나다. 국가와 국가, 사람과 사람 간 거리두기는 항공 수요 감소는 물론 항공산업 전반에 어둠을 드리우고 있다. 우주까지 아우르는 항공산업은 미래 먹거리 창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치열한 전장이 된지 오래다. 더욱이 분단국인 한국으로서는 사활이 걸린 분야이기도 하다. 헤럴드경제는 한국 항공산업의 오늘을 들여다보고 내일을 고민한다.

한국형전투기(KF-X) 시제 1호기가 올해 상반기 공개될 예정인 가운데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경남 사천공장에서 시제기 최종 조립 마무리 작업이 진행중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한국 항공산업을 조망하기 위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경남 사천에 자리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였다. 한국형 전투기(KF-X) 시제 1호기가 최종 조립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데다 경남 사천 자체가 한국 항공산업의 메카라는 점에서 첫 방문지 선정엔 큰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다.

▶KF-X 시제 1호기 이르면 4월 중 첫선=헤럴드경제 취재진이 19~20일 둘러본 KAI 사천공장 고정익동은 축구장 세 배 크기인 2만1600㎡로 KF-X 시제기 막바지 공정으로 조용하지만 분주한 모습이었다. 먼저 조립라인의 자유로운 이동과 설치를 위해 기둥 하나 설치하지 않아 탁 트인 공간이 한눈에 들어왔다. 우리 손으로 우리 전투기를 만든다는 자부심에 찬 엔지니어들과 함께 KF-X 생산을 위해 개발한 0.00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동체자동체결시스템(FASS)을 비롯한 첨단 정밀자동화 장비들도 인상적이었다.

조립라인 제일 앞쪽에는 추가 도색에 앞서 연둣빛 프라이머(밑칠) 도색된 KF-X 시제 1호기가 자리하고 있었다. 손이 닿을 듯한 거리에서 바라본 KF-X 시제 1호기는 이미 전투기로서 거의 완전한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KF-X 시제 1호기는 이르면 4월 중 국민들 앞에 첫선을 보이는 출고식을 앞두고 일부 장비 장착과 추가 도색만 남겨두고 있었다.

고정익동을 둘러본 뒤에는 KF-X 생산을 총괄해온 류광수 KAI 고정익사업부문장(전무)과 인터뷰를 가졌다. 류 전무는 KF-X 시제기 공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가장 중요한 시험이 남아있다며 끝까지 마음을 놓아서는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류 전무는 시제기 조립에 대해 “2018년 기본설계와 2019년 상세설계를 마치고 시제작에 돌입해 작년 9월 KF-X 시제 1호기의 최종조립을 시작했다”면서 “현재 최종조립을 진행중이며 올해 상반기 시제 1호기가 출고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공정으로 보면 80% 이상 끝났고 곧 도색에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류 전무는 그러나 가장 중요한 지상시험과 비행시험 단계가 남아있다며 긴장을 놓지 않았다. 그는 “항공기에서 사실 제일 중요한 공정이 시험”이라며 “비행기가 떠도 안전한지 다양한 검사를 지상에서 진행해야하는데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 뒤에는 비행시험을 해야 하는데 내년 상반기부터 비행시험을 하고 군 전투용 적합판정을 받으면 그때 비로소 개발이 끝난다”고 했다. 4년가량 예상되는 비행시험을 무사히 통과해야 2026년 개발이 완료되고 전력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형 전투기(KF-X) 시제 1호기가 올해 상반기 출고 예정인 가운데 KF-X 사업을 총괄해온 류광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전무는 향후 지상시험과 비행시험, 군 전투용 적합판정까지 받아야 개발이 완료된다고 강조했다. [박해묵 기자]

▶“시험과정에서 문제 발견하면 해결하면 돼”=류 전무는 시제기 출고식을 앞둔 감회를 묻는 질문에도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그는 “비행기는 바퀴가 땅에서 떨어질 때까지 다 만든 게 아니다”며 “예전 T50을 개발할 때도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딱 이륙하는 순간이 가장 감동적이었는데 지금도 이제 됐다는 생각보다는 이제부터 시작이구나라는 생각이 앞선다”고 했다.

류 전무는 인터뷰 내내 KF-X 개발이 끝난 게 아니라며 국민들의 애정 어린 관심과 응원이 계속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비행기 형체가 만들어지면 대부분 개발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상시험과 비행시험을 거쳐 군이 전력화했을 때 끝나는 것”이라며 “이제부터 시작인데 남은 과정에서 너무 큰 질책보다는 계속해서 애정 어린 관심을 보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특히 “시험은 문제를 발견하고 개선하기 위한 과정이고, 문제가 발생하는 것 자체가 개발에 포함된다”면서 “앞으로 나타나는 문제는 해결하면 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사실 KF-X 사업 자체가 불가능에 대한 도전의 역사이기도 하다. 최신예 국산 전투기 개발이라는 화두는 2000년대 초반 제기됐지만 이후 국책연구기관을 포함한 연구 결과 ‘한국형 전투기 개발은 경제성이 없다’,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수출가를 맞추지 못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면 막대한 개발비 부담을 떠안아야한다’는 등 비판론이 우세했다. 이후 어렵사리 군이 작전요구성능(ROC)을 확정지은 뒤에도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비롯한 미국의 기술 이전 무산과 인도네시아와의 협력 등 고비가 이어졌다.

세계 최고 수준을 보유한 미국 항공업계에서도 KF-X 사업은 기적을 만드는 일이라고 평가하곤 한다. 류 전무는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KF-X 사업을 시제 1호기 출고까지 끌고 올 수 있었던 동력으로 군의 정확한 요구도와 방위사업청의 시의적절한 결정, 그리고 우리 국민과 엔지니어들의 의지를 꼽았다. 그는 “우선 무엇을 만들어야할지 요구가 중요한데 군이 그동안 경험을 바탕으로 명쾌한 요구도를 제시했다”며 “사업을 관리하는 방사청도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적시에 결정을 내려 개발 일정을 맞출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특히 “무엇보다 KF-X 사업에 대한 국민의 열망과 내가 만드는 제품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엔지니어들의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군의 요구도와 정부의 관리, 국민들과 엔지니어들의 의지가 어우러져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한국형전투기(KF-X) 시제 1호기가 올해 상반기 공개될 예정인 가운데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경남 사천공장에서 시제기 최종 조립 마무리 작업이 진행중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코로나19로 항공산업 직격…혁신이 해답=이와 함께 류 전무는 코로나19로 항공산업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먼저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해외여행 제한 등으로 항공운송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민항기 운항중단과 생산 감소로 국내 항공제조업계 경영 실적이 악화되고 중소업체들의 경우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KAI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민수분야 OEM과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그리고 국내업체 상생협력을 통한 ‘슈퍼 티어(Super Tier) 1’ 진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슈퍼 티어 1은 항공기 개발부터 설계·제작에 참여하는 최상위 협력사를 가리킨다. 또 “군수분야에서도 각국의 코로나19 대응에 따른 국방예산 감축과 사업 연기, 고객 방문 제한 등으로 해외 수출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며 “성능 향상과 가격경쟁력 확보, 차별화된 산업협력 아이템 발굴 등 경쟁기종과 비교해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류 전무는 비록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한국 항공산업의 미래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국내 항공산업은 후발국 발전경로를 따라 창정비-면허생산-공동개발-독자개발 단계를 거쳐 체계종합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며 “항공산업에 필요한 연관산업 기반과 생산품질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장 폐쇄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존 선진국과 비교할 때 K-방역으로 대표되는 한국이 향후 항공우주 분야에서 안정적 부품 공급처로 부상할 것”이라면서 “코로나19 회복기 다양한 수요를 반영한 신규 플랫폼 대두 가능성을 고려해 대응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제언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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