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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아내를 죽였다’ 허술한 전개 속 길 잃은 이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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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아내를 죽였다' 스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수정 기자] ‘아내를 죽였다’는 이시언이 10년 만에 첫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아내를 죽인 용의자로 몰린 불안감과 진실을 파헤치는 고군분투를 통해 97분 동안 극을 안정적으로 이끈다. 새로운 모습을 이질감 없이 표현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허술한 전개 속에서 길을 잃어 아쉬움을 남겼다.

11일 개봉하는 ‘아내를 죽였다’는 음주로 전날 밤의 기억이 사라진 남자 정호(이시언 분)가 아내를 죽인 범인으로 몰리면서 벌어지는 사투를 그린 스릴러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오프닝 시퀀스는 강렬했다. ‘아내를 죽였다’는 정호가 마치 아내를 죽인 범인인 양 암시하는 강렬한 장면으로 포문을 연다. 이후 정호가 무죄를 주장하고, 진실이 하나, 둘 드러날 때까지 오프닝 시퀀스의 영향으로 끝까지 궁금증이 이어진다.

그러나 범인이 누군지 궁금해 하는 것만으로는 97분을 채울 수 없다. 특히 ‘아내를 죽였다’는 이야기의 스케일이 크지 않다. 친구와 술을 마시다 필름이 끊긴 정호가 별거 중이었던 아내를 죽인 범인으로 몰리자 경찰을 피해 자신의 행적을 되짚어가며 기억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전부다.

정호를 쫓는 인물 또한 강렬하지 못해 긴장감이 팽팽하게 이어지지 못한다. 지구대 대원 대연(안내상 분)은 촉이 그렇게 뛰어나지도, 그렇다고 의욕이 넘치는 것도 아닌 애매한 모습으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다. 도박을 하다 사채 빚을 진 사채업자들이 중반부터 존재감을 드러내며 그나마 갈등 상황들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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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아내를 죽였다' 스틸


시간도, 인물도, 장소도 한정된 상황에서 짜임새 있게 긴장감을 만드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그만큼 서사가 탄탄해야 한다. 떡밥을 던지고 회수하는 과정이 짜임새 있게 갖춰지고, 누명을 벗기 위해 분투하는 주인공의 감정이 현실적으로 느껴져야 스릴러적인 재미가 살아난다.

그러나 ‘아내를 죽였다’는 우선 서사가 허술해 다른 조건들도 힘을 쓰지 못한다. 정호를 쫓는 지구대 대원들의 행동이 허술해 팽팽한 대립이 주는 긴장감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행적을 되짚는 과정에서 진실이 너무 쉽게 드러난다.

대부분의 인물들이 제대로 된 역할을 부여받지 못하고 주인공을 방해하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배우들의 연기도 붕 뜬 느낌이다. 다른 작품들에서 소름 끼치는 연기로 몰입을 이끌어내던 안내상은 능청스러운 매력도, 진지한 모습도 아닌 애매한 연기로 인물에 대한 의아함을 남긴다.

이시언은 홀로 고군분투를 하지만, 허술한 전개 속에서 감정도 갑자기 진전이 되다 보니 톤이 일관되지 못하다. 처음 아내를 죽였다는 의심을 받을 때는 별거 중인 아내를 잃었다는 아픔보다 자신의 누명에만 집중해 스릴에 집중할 것처럼 보이더니, 중반 이후 갑자기 아내에 대한 절절한 마음을 내비치며 신파적 장면을 만들어낸다.

97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임팩트 있는 전개를 보여줬어야 했지만 긴장감 없는 사건 전개가 지루함을 유발한다. 만화에서 따온 듯한 과한 장면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오지만 느슨한 전개와 맞지 않아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도 못한다. 10년 만에 첫 주연에 도전한 이시언이지만, 내공을 입증할 기회를 안타깝게 날리게 됐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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