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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변신’ 이도 저도 아닌 공포물, 선택과 집중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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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변신' 스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수정 기자] 설정만 있을 뿐 이것을 뒷받침할 만한 개연성이 부족하다. 끝으로 갈수록 공포감마저 자취를 감춰 정체성도 모호해진다. ‘변신’은 이도 저도 아닌 전개로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

‘변신’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악마가 가족 안에 숨어들며 벌어지는 기이하고 섬뜩한 사건을 그린 공포 스릴러다.

초반은 오컬트 무비의 형태를 띤다. 구마 의식을 펼치는 신부 중수(배성우 분)의 모습으로 포문을 연 ‘변신’은 악마와 구마 사제의 치열한 대결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것은 장치에 불과했다. 초반 장면은 중수가 죄책감을 가지게 된 감정적인 배경을 설명하기 위한 장면일 뿐 구마 의식은 영화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이 영화의 진짜 공포는 사람의 모습을 한 악마가 가족 안에 숨어들어 그들을 교란시키며 파멸로 이끄는 과정에서 나온다. 내 옆에 있는 아빠가 진짜 아빠인지, 아니면 악마가 변신한 아빠인지 알 수 없는 혼란이 주는 교묘한 심리전이 영화의 동력인 셈이다.

그러나 ‘변신’은 이 장점을 잘 활용하지 못한다. 갑자기 돌변해 자식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아빠 강구(성동일 분)와 엄마 명주(장영남 분)의 모습이 초반 긴장감을 자아내기는 하지만, 후반으로 설정에 구멍이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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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변신' 스틸



악마가 가족 안에 있을 때 해당 구성원은 어디 있는지, 또 악마가 가족으로 변했을 때 그것을 추리 할 만 한 팁은 무엇인지 등이 전혀 설명이 되지 않았고, 이 빈틈들 때문에 자연스럽게 공포감이 줄어든다.

초반 중구의 트라우마가 영화 내내 이어지면서 영화의 정체성마저도 모호해진다. 중구가 삼촌을 믿는 조카들을 보며 마음을 돌리는 과정이 뻔했고, 영화 내내 부족한 자신감에 망설이는 모습만 보인 중구 캐릭터의 매력도 느껴지지 않는다.

중구의 감정이 강조된 탓에 후반으로 흐를수록 신파적 전개를 보이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뜬금없이 중구와 가족 간의 묵은 감정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형과 진한 화해를 하는 과정이 감성적으로 표현돼 초반 공포감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가장 익숙한 존재가 악마일지도 모른다는 설정은 신선했지만, 치밀한 심리묘사가 동반되지 않은 탓에 그 장점이 사라진 셈이다. 한국적 정서를 가미했다는 ‘변신’은 인물의 감정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공포를 살릴만한 설정을 디테일하게 구현하지 못한 것이다.

1인 2역 연기를 소화한 성동일, 장영남, 조이현과 김혜준 등 베테랑 배우들부터 신인들의 활약까지 모두 빛났지만, 열연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구멍이 끝내 아쉬움을 남긴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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