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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이성민 “할수록 여유 생긴다…연기 혼자 하는 것 아니란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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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NEW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수정 기자] 우리 이웃에 있을 것 같은 현실감 넘치는 인물을 연기하던 이성민이 내면에 숨겨둔 괴물을 내보였다. 한 인간이 ‘비스트’가 되는 과정을 진득하게 연기한 이성민의 얼굴은 새로웠다.

‘비스트’는 희대의 살인마를 잡을 결정적 단서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살인 사건을 은폐한 형사 한수(이성민 분)와 이를 눈치 챈 라이벌 형사 민태(유재명 분)의 쫓고 쫓기는 내용을 담은 영화다.

이성민은 형사 한수 역을 맡아 벼랑 끝에 내몰린 인물의 처절한 감정을 연기했다. 클라이맥스에서는 실핏줄이 터질 만큼 완벽하게 몰입했다.

▲ 감정의 농도가 짙어 힘들었을 것 같다. 현장에서는 어땠나?

“모든 작품이 힘들지만, 특히 이 영화는 스트레스 지수가 높았다. 아침마다 현장에 나가기 싫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시나리오를 읽고 생각했던 것보다 감정의 농도가 셌다. 그래서 더 힘이 들었다.”

▲ 한수의 감정이 강조됐기 때문에 서사가 많이 생략됐다. 불친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처음 대본과 최종 영화가 다른 부분이 있다. 편집을 하면서 많이 정리가 된 것 같다. 편집된 부분이 다 나왔으면 조금 더 친절한 영화가 됐겠지만, 그러면 영화가 길어질 수 있다. 좋게 보신 분들은 새롭다고 생각을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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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이 폭발하는 클라이맥스 신에 대한 칭찬이 많다. 실핏줄까지 터지며 열연을 했다.


“민망해서 말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사실 얻어걸린 거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눈이 그렇게 돼있더라. 운이 좋았다고 생각을 한다. 심각한 질병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고, 촬영을 할 때는 일부러 약을 먹지 않았다. 작품을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실핏줄이 터진 것 같다.”

▲ 한수의 감정을 따라 영화가 흐른다. 강약조절이 필요했을 것 같다.

“보는 이들이 한수의 감정에 집중을 할 수 있게 고민을 많이 했다. 신에서 요구를 한대로 연기를 했지만, 대신 쫓기는 자의 입장에서 쫓는 자와 맞닥뜨렸을 때 숨 막히는 감정을 강조했다. 특히 민태가 비밀을 알아챌까봐 긴장하는 부검실 장면에서는 최대한 호흡을 덜 하는 방향으로 했다. 그 부분에서 관객이 인물에 동화돼 함께 숨을 못 쉬었으면 했다.”

▲ 유재명과의 호흡이 인상적이었다. 실제로는 어땠나?

“연기를 하면서 찰떡같다는 생각을 했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처음부터 호흡이 맞았다. 짜릿한 순간들이 많았다. 그가 틈을 주고 내가 들어가면, 내가 만드는 빈틈에 그가 찾아들어오곤 했다. 그런 앙상블이 생길 때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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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연작도 이젠 처음이 아니다. 이전 보다는 여유가 생겼을 것 같다.

“많이 편해진 것 같다. 겪으면서 익숙해지는 것도 있고, 감당할 만큼 깡다구가 생긴 것도 같다. 어쨌든 역사에 내 이름을 남기고 갈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상황은 어릴 때부터 한 번쯤 상상한 일이었는데 너무 멀리 있어 생각만 했던 일이었다. 기분이 좋지만 허탈함도 있었다. 그러다 이 작품을 만났는데 좀 더 여유가 있어졌다. 치열함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덜 조급할 수 있다. 내가 너무 외롭게 연기를 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좋은 글을 쓰는 작가도 있고 나를 이끄는 감독도 있다 도움을 주는 분장, 의상, 촬영, 조명 팀도 있다. 영화 연기의 본질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알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요즘에는 굉장히 기분이 좋다.”

▲ 새롭게 생긴 목표가 있다면?

“나이가 더 들고 지금처럼 일을 많이 못 하게 될 때가 오면 고향에 가서 처음 연기를 시작한 극단 후배들에게 내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20대 초반에는 겁날 게 없었다. 온통 궁금한 것 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궁금한 게 너무 많아서 선배들을 쫓아다니곤 했다. 그래서 궁금한 것 많은 후배들한테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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