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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원도 산불 발생 두 달째, 국민성금 500억 원 어디로 갔나?
산불은 자연재난 아닌 사회재난...행안부 책임회피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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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희망브리지 홈페이지 캡쳐.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박영욱 기자] 강원도 산불이 발생한지 두 달여가 지났지만 피해 주민 돕기 성금 500억 원이 여전히 표류 중이다.

지난 4월 4일 저녁 강원도 동해안 일대 고성, 강릉, 속초, 인제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산불은 총 2832ha(약 856만평, 여의도 면적 10배)의 산림과 주택 등 시설물 916곳이 전소되었으며, 사망 2명 부상 1명의 인명피해와 이재민1302명 (강원도청, 5월 28일 15시 기준 잠정), 약 1,300억 원의 재산 피해를 일으켰다. 정부는 산불 발생 이틀 후인 4월 6일 이 일대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현재까지 피해 복구를 위해 힘쓰고 있다. 복구비 1853억 원을 편성하며 조속한 복구와 지원을 약속했다.

국내에서 발생한 역대 산불 중 가장 많은 피해를 일으킨 이번 재난에서 이재민 지원은 정부뿐 아니라 국민들의 비영리 단체를 통한 기부 역시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약 350억 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약 132억 원), 대한적십자사(약 21억 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약 8억 6000만 원) 등 대표적인 사회복지법인을 통해 모금된 금액만 약 500여 억 원에 이른다 이 밖에도 각종 비영리단체, 지자체, 종교 단체, 기업, 개인 기부 등을 통해서 모금된 금액도 적지 않다.

여기서 궁금해진다. 정부 복구비는 둘째 치고,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낸 성금은 이재민에게 제 때 잘 전달되고 있는 것일까? 두 말 할 것 없이 이재민들은 한시가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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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급 지연’… 결국, 성금 관리 실패

산불 발생일로부터 두 달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국민들이 낸 500 억 원대 성금은 산불 피해자들에게 지급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있으나 납득은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여러 단체에 모인 국민 성금을 일괄 관리할 주체가 없다. 산불은 법률이 정한 재해구호법을 기준으로 할 때 ‘사회재난’으로 분류된다. 태풍, 지진 등 ‘자연재난’과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태풍이나 지진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행정안전부 관리 아래 전국재해구호협회가 모든 구호성금을 총괄 관리하고 배분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피해 파악 조사가 끝나면 전국재해구호협회를 통해 일원화 된 시스템으로 피해자들에게 성금이 신속하게 전달된다. 하지만, 사회재난으로 분류된 산불로 모인 국민들의 성금은 행정안전부에서 관리할 책임이 없다. 수많은 단체를 통해 모금된 성금은 각 단체의 기준에 따라 피해자에게 지급될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컨트롤 타워가 없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단체마다 처리하는 방법이 다 다르다.

대한적십자사는 운영비 제외 없이 5월 31일까지 모금된 성금 전액을 ‘대한적십자사 회비 및 기부금품의 모집 및 집행에 관한 운영지’에 의거해 성금집행 심의위윈회의 심의 결과에 따라 강원도 산불 이재민 지원 성금 집행 세부계획을 통해 지급 할 계획이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4월 30일 전파세대 476세대에 2천만 원 씩 95억2000 만 원, 반파세대 67세대에 1천만 원씩 6억7000만 원, 소파세대 104세대에 300만 원씩 3억1200만 원, 세입자 152세대에 700만 원씩 10억6040만 원을 피해세대 개인통장으로 직접 입금했다. 총 799세대, 115억6600만 원이다.

사랑의열매는 4월 30일 주택 파손 피해자 및 세입자 세대 799세대에 57억6000만 원을 일괄 지급했다. 주택 피해자에게는 전파·반파·소파 등 파손 정도에 따라 차등 지원했으며, 세입자 세대에게는 일괄적으로 지원금을 전달했다.

요컨대, 대표적인 세 단체 중 희망브리지와 사랑의 열매는 4월 말까지 모금된 성금의 절반을 1차적으로 먼저 지급했고 나머지는 보유하고 있는 것이고. 대한적십자사는 아직도 성금을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성금처리가 늦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이재민 입장에서는 성금을 낸 국민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할 타이밍도 잡지 못하고 있다.

한 비영리단체의 관계자는 “산불의 경우 사회 재난으로 분리되기 때문에 성금 모금을 일괄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사회재난일 경우 관리주체가 없어서 성금 지급이 지연 될 수밖에 없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고, “피해조사도 제각각이다. 지자체와 각 단체의 협의와 정보 공유를 통해서 중복 지급을 막고 모금액을 결정 하는데 이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며 재난 구호체계 부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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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져볼수록 실망스러운 성금 관리

국민이 낸 성금은 온전히 재난복구 비용으로 활용될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이다.

뷰어스 인터뷰에 응한 어느 비영리단체 관계자는 “일명 행정비로 불리는 운영비는 법적으로 15% 내외로 쓸 수 있다. 하지만 그 기준도 각 단체와 재난재해, 피해규모, 모금규모에 따라 다르다.”며 실질적으로 기준이 없다고 고백했고, 통상적으로 쓰이는 비중에 대해서는 “대체로 운영비는 관리 인건비와 모금 홍보비, 카드?핸드폰 모금 결제 수수료 등에 쓰이는데 15%까지 사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한 가지 더 궁금한 부분. 성금이 이재민에게 지급되기까지 체류하는 기간 동안 발생하는 이자는 어떻게 쓰이는 걸까?

이 부분에 대해 그 비영리단체 관계자는 “모금 기간이 길어지고 지급이 지연되면 모금액에 대해 은행이자가 발생하는데 일반적으로 지급 당시 시점을 기준으로 모금 총액에 은행이자까지 포함시켜 지급 한다”고 답했다.


▲ 일본, 일원화 된 통합 시스템…비영리 단체 성금분배 협의 원활

가까운 나라 재난재해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일본은 어떨까?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재난구호에 참여했던 모 NGO단체 관계자는 “재난 재해 피해복구에 관해서 일본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공유 할 수 있는 통합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비영리단체 모금과 지급 시스템은 한국과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단지 기준이 다른 비영리단체들 간 협의가 순조롭고 신속하게 협조하는 관례가 만들어져 성금전달이 빠르다”고 전했다.

‘한국정책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나온 자료(재난안전관리체계 재설계에 관한 탐색적 논의)와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자연재난관리 예산의 효과적인 배분방안 연구) 등에 따르면, 일본은 재해대책기본법을 기준으로 재난재해 시 내각부와 방재담당정책총괄관이 관리를 총괄한다. 지방자치단체가 1차적으로 대응하고 비상 재난 시 총리 주체의 비상재해대책본부 및 긴급재해대책본부를 설치해 중앙정부와의 연계 효율성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지방자치단체가 최전방에서 최대한 효율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구조이다.

우리는 여전히 재난 대응에 구태의연한 편이다. 이에 대해, 기후변화가 심각해진지 이미 오래된 지금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자연재해가 빈번하지 않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핑계조차 되기 어렵다. 자연재난과 인적재난(사회재난) 대응을 분리해 국민의 성금을 비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난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겠지만, 그게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상황에서 재난이 발생했다면 이재민이 최대한 이재민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실천해야 한다. 이게 시스템이고, 선진국이다.

무엇보다도, 바로 지금 이 순간에는 물질적 정신적 피해로 충격에 빠진 우리 산불 피해자들에게 복구비용이 전달되어야 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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