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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 잇 수다] 사건 연루 스타 '편집'하면 끝?…방송가, 고심해야 할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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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현지 기자)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채윤 기자] 연일 끊이지 않는 연예인들의 사건 사고로 방송가는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이전에 비해 빠른 대처로 시청자들의 불쾌감을 없애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대처가 더욱 막중한 상황이다.

로버트 할리가 지난 8일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필로폰을 자택에서 투약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에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는 로버트 할리가 출연한 10일 방송분에 대해 재빠르게 편집에 나섰다. 실제 방송에서는 로버트 할리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여에스더, 첸, MC 딩동만 방송에 나왔을 뿐 풀샷에서는 CG를 활용해 완벽하게 로버트 할리를 지웠다.

로버트 할리가 아내와 함께 고정 게스트로 출연 중이던 TV 조선 ‘얼마예요?’를 비롯해 KBS2 ‘해피투게더4’와 tvN ‘아찔한 사돈 연습’ 등은 VOD(다시보기) 서비스까지 중단했다. 발 빠르게 ‘로버트 할리’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방송가는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에 대한 대처가 안일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차 여부를 두고 오랜 시간을 고민하는 자충수를 두는가 하면 허술한 편집으로 TV 화면에 노출시키는 일도 잦았다. 하지만 이제는 사건사고에 민감해진 시청자의 정서에 따라 빠른 대처에 돌입하고 있다. 국내를 강타한 ‘미투’와 ‘버닝썬 승리’ ‘정준영 단톡방’ 파장이 변화의 물꼬를 텄다.

승리가 출연했던 MBC ‘나 혼자 산다’와 SBS ‘가로채널’, ‘미운 우리 새끼’는 VOD를 삭제했고, 불법촬영물 유포 혐의로 파문을 일으킨 가수 정준영이 출연했던 tvN ‘현지에서 먹힐까’, ‘짠내투어’, ‘1박 2일’ 등은 후 편집과 VOD 중단을 결정했다. 정준영과 로이킴을 세상에 알렸던 Mnet ‘슈퍼스타K 시즌4’ 방송분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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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버트 할리 부분을 CG로 대체한 MBC '라디오스타' 방송화면)



방송가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미투’의 대표적 예는 김생민이다. 데뷔 26년 만에 전성기를 맞아 방송가에서 분주히 움직인 방송인 김생민은 당시 무려 10개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함께 일했던 여성 스태프를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결국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됐다. 그가 출연 중이던 'TV 동물농장'과 ‘출발 비디오 여행’, ‘짠내투어’, ‘전지적 참견 시점’ 등은 김생민 분량을 전부 삭제했다. 김생민으로 인해 방송가가 뒤집어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피해가 컸지만 발빠르게 대처한 경우로 꼽힌다.

가수 마이크로닷 사건도 방송가가 먼저 예민하게 반응한 케이스. 마이크로닷이 범법 행위를 하지는 않았지만 부모의 ‘빚투 논란’과 관련해 적절치 못한 대응과 사회적 분위기가 방송가를 움직였다. 채널A ‘도시어부’, tvN ‘국경없는 포차’, JTBC ‘날 보러와요’등에서 하차는 물론 그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한 편집과정이 이어졌다.

특히 출연 연예인들이 물의를 빚은 사건으로 존폐 위기에 놓인 프로그램도 있다. KBS2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은 2016년 9월 불법 동영상 촬영 혐의로 전 여자친구에게 고소당한 뒤 하차한 정준영을 다시 방송에 복귀 시켰다. 하지만 정준영이 다시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 및 유포 논란에 휩싸이자 그를 복귀시킨 ‘1박2일’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준호와 차태현이 내기 골프를 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결국 방송을 중단했다. 존폐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 중이다.

이처럼 방송가가 발빠르게 흔적 지우기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향후 대처에 대한 변화가 더 중요하다. 현 사안에 대한 사후작업에 그치지 않고 사건에 연루된 스타에 대한 책임의식이 필히 수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범죄를 저질렀거나 추문에 연루된 연예인이 ‘사과→자숙→복귀’의 패턴으로 자연스럽게 방송에 등장하는 일이 흔하고 방송사도 시청률과 화제성을 올리기 위해 그들을 이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는 현재 연예계 문제의 본질로 언급되는 스타들의 도덕적 해이를 키운 밑거름이 됐다. 연예인들만 대중을 기만한 것이 아니다. 방송가 역시 화제성에 쫓겨 물의를 빚은 스타들에 대처 대신 ‘모시기’를 계속하며 대중을 기만해왔다. 향후에도 이같은 일이 되풀이된다면 연예계에 도덕적 윤리적 책임의식이 자리잡을 기회는 또 사라지고 말 것이다. 방송가가 단순히 흔적 지우기에 몰입하기보다 엄중한 대처를 도모해야 하는 이유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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