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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천우희 “‘우상’ 찍으면서 당황…몰랐던 내 모습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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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우희(사진=cgv아트하우스)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이번에 많이 무너졌죠”

천우희만큼 센 캐릭터를 이렇게 소화할 수 있는 동시대의 배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쉽지 않은 캐릭터를 척척 해결해 왔던 천우희에게도 ‘우상’은 한계를 맛보게 한 작품이다.

아들의 뺑소니 사고로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정치인 구명회(한석규)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 유중식(설경구)의 이야기를 그린 ‘우상’에서 천우희는 중식의 아들과 함께 있다가 사라진 조선족 련화 역을 맡았다. ‘한공주’ ‘곡성’에서 보여준 캐릭터들에 이어 또 한번 천우희의 연기 인생에 강렬한 한방을 남길 작품이다.

▲ 영화가 어렵다는 반응이 많은데?

“영화를 베를린에서 처음 봤는데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시나리오 보다 명확하게 구현이 잘 돼서 또 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내가 나오는 영화가 첫 시사에서 재미있기 쉽지 않거든요. 근데 ‘우상’은 전체적인 흐름을 따라가게 돼서 몰입이 잘 됐어요. 한국에서 두 번째 봤을 땐 내 연기가 보이더라고요. 많이 어렵다고 하는데 영화의 흐름에 맡긴 채 따라가다 보면 결말에 와있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 그때부터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라고 봐요.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처음 시나리오 받았을 땐 이해가 잘 됐어요?

“이 작품이 나에게 조금 다르게 다가왔던 이유는 다른 작품은 감독님을 만나지 않고 시나리오만 먼저 봤다면 ‘우상’은 이미 작업을 했던 감독이에요. ‘한공주’가 나에게도 큰 의미가 있고 당시 작업이 좋았거든요. 그 기대가 있으면서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 꼼꼼하게 봤어요. 이 세 사람이 입장들이 연민이 간다고 해야 하나. 물론 쉽지 않겠다고 생각은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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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어렵다고 했는데 련화가 와 닿은 이유가 있나요?

“‘한공주’는 내가 잘하는 잘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근데 이번엔 두려움을 가졌죠. 그 때 이수진 감독이 ‘다른 배우가 하면 배 아프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고 ‘그러면 다른 배우들에게 편하게 다 돌려봐라’고 했어요. 누구나 탐낼 수 있는 역할이지만 어느 누구도 쉽게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가 2016년인데 내가 그 때 ‘곡성’에 나왔어요. 아무래도 비슷한 느낌이 있어서 이수진 감독은 그것에 대한 우려는 있었던 것 같아요. 다른 배우도 생각했는데 (설)경구 선배가 ‘천우희’라고 힘을 실어줘서 다시 나에게 왔어요. 그땐 나 또한 해낼 수 있다는 것이라는 의욕이 앞섰고 이미 작업을 해봤기 때문에 기대감이 있었어요”

▲ 가장 큰 변화가 눈썹이죠. 눈썹을 처음 밀고 거울을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밀기 전에 걱정했죠. 눈썹이 자란다고 하지만 안 나는 사람도 있고 예전만큼 돌아오지 않을까봐(웃음) 현장에서 밀어 보니까 나름 느낌 있더라고요. 밀자마자 ‘하하하’ 웃었어요. 혼자 촬영이 없는 3주 동안 칩거의 시간은 있었지만요. 영화가 개봉될 때까지 내 지인들에게도 서프라이즈 같은 재미를 안겨줄라고 얘기 안했어요”

▲ 련화를 보면 앞뒤 보지 않고 본능적으로 행동해요. 천우희는 그런 련화를 어떻게 해석했나?

“처음엔 ‘이렇게까지 극악무도할 수 있을까’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근데 련화는 인간으로 가지고 있을법한 권리가 아예 없는 인물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정말 단순하게 아주 평범한 삶을 꿈꾸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래서 셋 중에 가장 의지가 강하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에게 멸시를 받은 게 축적되어 오면서 순간적으로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연기 하면서도 그냥 무섭게만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내가 느낀 련화는 오히려 마음이 짠해질 정도로 연민이 느껴졌거든요”

▲ 사투리 연기를 하느라고 연습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초반부터 고민이 많았어요. 정말 리얼하게 할 것인지 조금은 풀어서 할 것인지. 워낙 조선족이 나오는 영화도 많았기 때문에 늬앙스만 얹을까 생각도 했죠. 그렇게 감독님, 사투리 선생님과 함께 만들면서 열심히 연습했어요. 정말 칭찬도 많이 받아서 한편으로 안심되면서 스스로 흡족했어요. 근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에 좀 상처였어요(웃음) 너무 리얼했나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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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상에 대한 영화인데 배우 천우희에게도 우상이 있나요?


“우상은 없었어요. 종교도 없고. 이 영화를 하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많았는데 내 우상은 연기구나 싶어요. 물론 내 만족이 가장 크겠지만 완벽한 연기라는 게 없는데 노력을 하잖아요. 솔직히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걸 알지만 맹목적으로 해요. 연기라는 건 연기일 뿐이지만 하는 순간엔 모든 것은 진실이에요. 어느 순간엔 ‘이게 다 결국은 허상인데 왜 이렇게까지 만들어내야 하지?’하고 몰입이 안 될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인물 속 상태가 만들어졌으면 생각하기도 해요. 내 한계를 맛봤을 땐 더 그랬죠. 연기를 하면서 그렇게 변해가는 것 같아요”

▲ ‘우상’ 찍으면서 한계를 느꼈나요?

“그동안 한계를 맛보긴 했지만 무너지지 않았어요. 이번엔 외적인 것이지만 개인적으로 (故)김주혁 선배 일을 겪고 많이 무너졌어요. 난 영화를 위해서 모든 걸 불태워도 좋다고 맹목적으로 일을 해왔는데 그 일이 일어나고 나니까 다 부질없다고 느껴졌어요. ‘내가 노력해도 많은 사람이 기억해줄까’ 그런 순간이 지배되면서 무너졌어요. 현장의 분위기와 사람에게 기를 받아서 아픈지도 모르다가 혼자 있다가 그런 생각에 빠졌어요. 내가 생각보다 별 것 아닌 것 같다고 느껴지니까 자신감이 없어졌죠”

▲ 그 고민은 아직도 진행 중인가요?

“시간이 지나니까 해결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어요. ‘우상’을 재작년부터 작년 4월까지 찍었는데 그 후에 다른 작품을 선택 못했어요. 정말 할 여력이 안 났거든요. 좋은 작품들을 거절한다는 것이 안타깝고 죄송했지만 못 하겠더라고요. 영화가 끝나고 연기에 아예 멀리 떨어졌어요. 그러다가 연기 때문에 상처받을지언정 연기 때문에 위로를 받는구나 생각이 들었죠. 이제 2년 동안 안고 있던 련화 캐릭터를 떠나보내야 해요”

▲ 워낙 강한 캐릭터라서 후유증도 있을 것 같은데?

“다들 걱정을 많이 해주시는데 사실 그간 후유증이 있었던 적이 없었어요. 연기의 감정을 일상생활로 끌고 오는 걸 경계하는 편이거든요. 개인적으로 힘들고요. 나에겐 배우의 삶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삶이 중요해요. 감정적으로 연기하지 말고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봐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상’을 찍으면서 당황했어요. 펑소 현장에서 흔들리지 않는데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보니까 당혹스러웠어요”

▲ 상대가 한석규, 설경구에요. 한국 영화사에 기억되는 분들이죠

“현장에서 함께할 때 좋았어요. 어떤 훌륭한 배우라서가 아니라 인간적으로 겪어본 두 분이 정말 존경스러워요. 원래도 좋았지만 더 팬이 됐어요. 선후배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해주세요. 촬영하면서 당혹스러운 순간이 왔을 때 나도 모르게 마인드 컨트롤이 안 되더라고요. 그런데 선배들을 해내더라. 이 일을 하면서 많은 일들을 겪었을 텐데 지금까지 해왔고 앞으로도 해나갈려고 하는 자세가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우상’ 현장 분위기가 궁금해요

“우리끼린 즐거웠어요. 세 배우가 마주치는 신은 없지만 (한)석규 선배는 유머러스하고 (설)경구 선배는 약간 츤데레에요. 다들 우리 현장이 어렵고 외로울 것이라고 생각 하는데 물론 중요한 신에선 분위기가 만들어지긴 하지만 배우들끼린 아니에요. 내 눈썹 보고 놀리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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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공주’가 배우 천우희의 인생의 변곡점 같은 영화인데 이번 ‘우상’은 어떤 작품이길 바라나요?

“작품을 할 때마다 바라는 건 없어요. 내가 생각한 이런 것들이 잘 표현되길 바라지 어떤 의미이길 바라는 건 욕심인 것 같아요. 내 나름의 ‘우상’은 정말 바닥끝까지 떨어져 본 느낌이에요. 내 한계를 본 작품이라서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어요. 그 나름의 의미가 있겠죠. 앞으로 배우 인생이 ‘우상’ 전후로 나뉠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연기에 대해서 아주 칼 같은 면이 있거든요. 일에 대해서 냉정하고 내 스스로 가혹할 정도였다면 이 작품을 겪고 나서 스스로를 다독일 줄 알게 됐어요”

▲ 최근 유튜브 ‘희희낙낙’으 진행 중인데 이제 취미는 찾았나요?

“아직 못 찾았어요. 어쩔 수 없다고 느끼는 게 그땐 재미있지만 연기 외에 흥미가 별로 없어요. 다음에 시간이 된다면 석규 선배 낚시 따라가는 콘텐츠를 해보고 싶어요(웃음)”

▲ 차기작도 정해졌어요. ‘멜로는 체질’로 돌아오는데 기존 캐릭터와는 달라요.

“사실 작년에 받았다가 거절했어요. 이병헌 감독이 다시 기회를 줘서 하게 됐네요. 좋은 작품에 놓치고 아까운 캐릭터가 많았는데 작년에 받은 시나리오는 다 거절했어요. 사실 이 자리를 빌어서 사과드리고 싶어요. 이제 그분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아서 다신 시나리오를 안 주시겠죠(웃음) 다행히 이병헌 감독님은 다 시 주셨어요. 평소 같았으면 이번 작품도 엄청 분석하고 집요하게 파고 들었을텐데 이병헌 감독님이 있는 그대로 해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모습도 있고 저런 모습도 있다는 걸, 날 너무 채찍질 하지 말고 보여주자는 생각입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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