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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 잇 수다] 지상파, 김순옥X문영남 덕 체면은 살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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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KBS2)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막장극의 대가’들이 지상파의 체면을 살렸다.

최근 안방극장에서는 지상파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상태였다. 특히 tvN이 새로운 드라마 강자로 떠오르면서 시청률 싸움에서 밀리기도 부지기수였다. 이에 SBS와 KBS가 긴급수혈에 나섰다. 이른바 ‘막장극 전문 작가’들에게 미니시리즈를 맡긴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김순옥 작가의 SBS ‘황후의 품격’(연출 주동민), 문영남 작가의 KBS2 ‘왜그래 풍상씨’(연출 진형욱)가 수목극에 편성된 상태다. 김순옥 작가는 SBS ‘아내의 유혹’(2008~2009)부터 ‘언니는 살아있다’(2017)까지 내놓는 작품마다 스펙터클한 막장 전개로 인기를 얻어왔다. 그런가 하면 문영남 작가 역시 KBS2 ‘소문난 칠공주’(2006) ‘수상한 삼형제’(2009~2010) ‘왕가네 식구들’(2013~2014) 등 가족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로 주로 주말극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작가다.

이에 김순옥과 문영남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황후의 품격’은 자체 최고 시청률 17.9%까지 치솟으며 인기 몰이 중이고, ‘왜그래 풍상씨’는 방송 2회 만에 시청률 7.8%를 돌파했다.(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

‘황후의 품격’ 전작인 ‘흉부외과: 심장을 훔친 의사들’은 최종회 시청률 8.4%로 종영했다. 이와 비교하면 ‘황후의 품격’ 시청률은 약 2배 이상 높다. ‘왜그래 풍상씨’도 마찬가지다. 전작 ‘죽어도 좋아’는 방영 내내 동 시간대 꼴찌를 달리다가 최종회 시청률 2.7%로 쓸쓸히 물러났던 바다. ‘왜그래 풍상씨’가 ‘죽어도 좋아’보다 거의 3배나 높은 성적을 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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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방송화면)



이전까지 미니시리즈는 로맨스나 멜로 등 사랑 이야기, 혹은 추리·스릴러 등 트렌디한 감각의 장르물이 점령해왔다. 이 가운데 김순옥·문영남 작가의 선전이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 자극적인 설정과 빠른 전개가 특징인 막장극이야말로 전 세대의 사랑을 받는 장르임을 증명한 것이다.

‘황후의 품격’은 대한민국이 입헌군주제라는 전제 하에 펼쳐지는 드라마다. 황후가 된 뮤지컬배우 오써니(장나라)가 부패한 황실의 실체를 까발리는 이야기를 담는다. 이 과정에서 ‘황후의 품격’은 시청자들이 쉽게 예상치 못할 사건과 갈등을 자극적으로 그려낸다. 다소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 덕분에 ‘황후의 품격’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시청자들이 더 많다.

‘왜그래 풍상씨’는 전형적인 문영남표 가족드라마다. 책임감이 투철한 맏이 이풍상(유준상)과 철부지 동생 넷으로 이뤄진 오남매의 이야기를 그린다. 현재까지는 풍상이 ‘등골브레이커’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는 모습이 주로 그려졌다. 첫째라는 이유로 모든 걸 떠안은 풍상과 그 속도 모르고 각기 다른 곳에서 사고 치기 바쁜 동생들의 모습은 자칫 답답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문영남 작가의 쫄깃한 필력이 극에 재미를 배가시킨다는 반응이다.

다만 막장극이 일군 흥행의 기쁨에 벌써 도취돼서는 안 된다. 막장극은 허점이 많은 장르이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선정적인 설정과 허술하고 엉성한 연출이 그 예다. 또한 출생의 비밀과 불륜 등 뻔한 이야기가 반복되는 막장극의 기본 구조도 언제까지 시청자들의 흥미를 돋울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막장극의 인기가 계속되는 만큼 작품성 탄탄한 드라마를 선호하는 시청자들 역시 늘어나는 가운데서, ‘막장극의 승리’가 언제까지 계속될 지 두고볼 일이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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