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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스윙키즈’, 아이러니한 소재가 주는 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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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예로부터 한국인은 ‘흥의 민족’으로 불려왔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이 정도로 흥행하는 것만 봐도 한국인이 노래와 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또 한번 한국인의 흥을 깨울 작품이 등장했다.

영화 ‘스윙키즈’의 배경은 한국 역사상 가장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는 한국 전쟁 당시다. 국군, 인민군, 미군, 중공군까지 함께 모여있는 거제 포로수용소의 소장은 수용소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댄스단을 결성한다. 그렇게 국적, 성별 이념까지 다른 이들이 모여 댄스팀 스윙키즈를 이룬다.

영화의 배경인 거제 포로수용소는 당시 대한민국을 축소해 놓은 공간이나 다름이 없다. 길 하나를 두고 남과 북이 나눠져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운다. 수용소의 관리자 입장에 있는 미군은 포로들의 안위 따위에는 관심조차 없다. 오로지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서만 움직인다.

이런 비극적 배경을 강형철 감독은 유머와 흥이 공존할 수 있는 장소로 탈바꿈시켰다. 전쟁과 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재가 만나 시너지를 발휘한다. 영화는 스윙키즈 멤버들이 탭댄스를 배워나며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서 웃음과 흥을 선사한다. 단순히 흥겹기만 한 게 아니다.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몸으로 대화를 하는 스윙키즈 멤버들의 모습은 웃기면서도 슬프다. 이념과의 갈등 끝에 추는 이들의 춤은 뭉클하다. ‘빌어먹을 이념따위’라는 이들의 공연 제목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한 방에 전달한다. 춤 안에 희로애락을 담아냈다.

‘스윙키즈’는 ‘써니’ ‘과속 스캔들’을 연출한 강형철 감독의 장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마다 음악을 센스 있게 사용했던 강형철 감독은 ‘스윙키즈’에선 음악의 매력을 극대화 시켰다. 시대를 대표하는 명곡에 박진감 넘치는 리듬이 영화 전반에 퍼진다. 보는 이들이 함께 발을 구를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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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써니’에서도 보여줬던 강형철 감독 특유의 센스있는 화면 전환은 ‘스윙키즈’에서도 만날 수 있다. 고민에 빠져있던 로기수(도경수)와 양판래(박혜수)가 각자 춤을 추는 모습을 교차하면서 보여주는데 음악과 딱딱 맞아 떨어지는 화면 전환이 자연스럽기 그지없다.

또 주조연 할 것 없이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보여줬던 강형철 감독은 이번에도 그 역량을 제대로 살렸다. 특히 양판래라는 캐릭터는 그 시대가 요구하던 여성과 다르다. 4개 국어를 구사하는 등 뛰어난 실력을 있음에도 여자라는 이유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양판래는 능동적이고 자신을 무시하는 남자들 앞에서도 당당하다. 남자에게 폭행을 당한 후 다른 남성에게 도움을 청하는 게 아니라 직접 킥을 날리는 담대함은 보는 이들에게 희열을 선사한다.

다만 이다윗이 연기한 인민군이 등장하면서 영화의 분위기는 반전된다. 이념 차이와 전쟁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데 이 심각함에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극단적 결말에 대해서도 많은 말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자신의 색일수도 있겠지만 감독의 전작인 ‘써니’가 오버랩 되는 장면이 많다. 미군과의 댄스 배틀 장면만 보더라도 ‘써니’의 패싸움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판타지스러운 설정 등은 낯간지럽다. 관객 취향에 따라서 평가가 확 갈릴 것으로 보인다. 오는 19일 개봉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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