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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코노미 관계학] ① 인맥컷팅 세대, 새로운 관계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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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세대(사진=픽사베이)


혼밥(혼자 밥먹기), 혼술(혼자 술 마시기), 혼영(혼자 영화보기) 등의 단어가 익숙한 시대다. 1인 가구가 트렌드의 중심이 된 지도 오래됐다. 스마트폰의 보급화로 눈 앞에 있는 사람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SNS상 소통이 더 익숙해지기도 했다. 이런 소통 단절을 지적하며 ‘대화를 잃어버린 사람들’이라는 책도 나왔다. 그런 시대에 대화의 물꼬를 트는 움직임도 보인다. 우리가 알고 있던 기존의 관계를 타파한 새로운 관계형성 문화가 젊은 층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 -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20대 직장인 송은영 씨는 SNS 계정이 두 개다. 하나는 친구, 회사 사람들,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들 모두 아는 계정이고 다른 하나는 비공식 계정이다. 친한 친구 외에는 공유하지 않았다. 개인적인 일상이나 생각을 올리고 싶을 때마다 이 계정을 이용한다. 직장 사람들에게 내 생활까지 공유하고 싶지 않다.

#30대 이성은 씨는 최근 독서모임에 참여했다. 평소 독서는 혼자만의 취미라고 생각을 했는데 모르는 사람과 같은 취향으로 모였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독서모임에선 책을 주제로 다양한 대화들이 오가는데 그 안에서 위안을 얻었다.

아는 사람만이 인간관계의 전부가 아닌 세상이 됐다.

개인주의가 강한 1코노미(1인가구+이코노미) 시대라고 부른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많아지고 공동체 문화보단 스스로 개인주의자를 선언한다. 이렇게 스스로 단절을 선택하던 이들이 최근엔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남녀노소, 스마트폰을 갖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세대다.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약 94%로 10명 중 9명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스마트폰 중독의 문제를 지적하는 움직임도 많다. 스마트폰 중독 문제 중 하나로 관계와 대화의 단절을 꼽는 이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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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젊은 층 사이에선 ‘인맥 다이어트’ ‘인맥컷팅’ ‘인맥거지’를 자체하는 움직임도 적지 않다. 인맥 다이어트는 형식적인 인간관계를 끊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부담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지난해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성인남녀 2526명 중 무려 85%는 “인간관계에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피로감을 느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46%의 응답자가 인맥 다이어트를 실행에 옮겼다고 밝혔으며 생각은 했으나 실행으로 옮기지는 못했다’는 답변도 18%나 됐다.

■ 왜 일회성 만남을 찾을까

그 이면에 일명 ‘티슈인맥’으로 불리는 일회성 관계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티슈인맥은 쓰고 버리는 티슈처럼 필요할 때만 소통하는 일회성 관계를 말한다. 인간관계에서까지 가성비를 따진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지만 일회성 관계라고 해서 이 모습이 잘못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젊은 층들은 그 안에서 자기만의 기준을 가지고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인간관계에도 선택과 집중을 중심으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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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 트레바리(사진=트레바리 홈페이지 캡처)



이들은 사회적 틀을 벗어나 스스로의 취향을 중심으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일명 살롱문화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독서모임 등 취향을 기반으로 한 대화 모임이 줄을 잇고 있다. SNS나 특정 앱만 보더라도 모임을 주도하는 젊은 층의 움직임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유료에 독후감까지 써야하는 독서 모임으로 유명한 ‘트레바리’의 경우는 2015년 시작해 지난 8월까지 1만 3602명이 참여했다. 동네책방은 핫 플레이스가 되어 젊은 층의 문화 창구 역할을 한다. 책과 관련된 토론과 모임을 주최하고 영화 상영부터 공연까지 즐길 수 있다.

특히 나이와 직급을 떠나 모든 이들이 수평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수평어’를 사용하는 모임도 늘어나고 있다. 인간관계의 시작을 나이, 직업, 지역 등을 시작으로 형성해 가는 경우가 많은데 수평어를 사용하면서 이런 기본적 정보는 배제하고 대화만으로 서로를 알아간다. 질문 카드를 사용하면서 나 자신과 상대를 알아가는 모임도 눈에 띈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문화를 접한 Z세대(1996년생~2000년대 중반에 태어난 세대). 철저한 개인주의의 자발적 단절을 선택하는 세대로 보이지만 최근 설문조사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11월 델 테크놀로지스는 Z세대에 해당하는 전세계 17개국의 고등학생 및 대학생 1만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3%가 직접적인 대면 대화를 직장 동료와 의사소통 시 가장 선호하는 방식으로 꼽았다. 메신저 앱은 12%밖에 되지 않았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인 최명기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은 “환자들을 상담하다 보면 이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게 애매하게 아는 관계다. 생판 모르는 사람은 나랑 관계가 없기 때문에 그땐 아무 생각 없이 만나고 안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나와 이해관계가 애매하게 있는 경우는 그러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자신에게 이익이 안 되고 불쾌함을 주는 사람을 줄이고자 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일회성 관계 자체를 문제라고 지적하는 움직임에 대해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있고 못하는 사람이 있다. 넓은 인간관계가 잘 맞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일대일 관계는 문제가 없지만 조직생활을 못 견뎌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나라가 산업사회였을 땐 조직이 아니면 살아갈 수 없었다. 그 시절부터 조직관계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들은 색을 드러낼 수 없었다”며 “어떻게 생각하면 스마트폰은 기계의 발명 같지만 깊은 관계를 맺고 싶지 않고 외롭다고 해서 만나고 싶지 않은 인간관계를 파고든 도구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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