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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영주’, 어딘가에 있을 또 다른 영주에게 보내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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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영화관을 나오는 순간부터 기억상실처럼 잊혀지는 영화가 있다. 반면 상영이 끝났음에도 생각의 꼬리를 물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는 영화가 있다. 영화 ‘영주’는 완전히 후자에 해당되는 작품이다.

‘영주’는 부모를 교통사고로 잃고 동생 영인(탕준상)과 힘겹게 살아가던 영주(김향기)가 자신의 부모를 죽게 한 사람을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불의의 사고로 부모를 잃은 영인에게 현실은 냉혹하다. 남보다 더 못한 친척, 사고만 치는 동생,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이어가는 영주에게 사회적 보호망은 없고 일터에서조차 함께 마음을 나눌 이가 없다.

‘영주’는 감정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영화를 보면서 불안함과 답답함이 가슴 속에 동반되고 영주가 처한 현실에 갑갑함을 느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현실이 있었기 때문에 영주가 자신의 부모를 죽인 가해자인 상문(유재명), 향숙(김호정)을 만나 변화하는 감정이 더 이해가 되고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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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를 위해 가해자인 상문과 향숙을 찾아간 영주는 부모를 잃고 난 뒤 잊고 지냈던 가족의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동생 앞에선 그 누구보다도 어른 같았던 영주의 아이 같은 면은 오히려 상문과 향숙 앞에서 드러난다. 그리고 숨겨왔던 비밀을 상문과 향숙 앞에서 털어놓는다.

섬세한 감정이 촘촘하게 쌓여졌기 때문에 영주의 감정 변화가 이해가 되고 안쓰럽다. 그리고 부모를 죽인 사람을 용서할 수 있을지, 진정한 용서와 치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다.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한 것은 타이틀롤을 맡은 김향기 연기 덕분이다. 김향기는 외로웠던 영주가 향숙에게 마음을 열고 변화하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그러면서도 영인 앞에서 감정을 표출할 때엔 영주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다리 위에서 엄마를 부르며 오열하는 김향기의 얼굴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영주’는 영주에게 처해진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다. 영화의 마지막, 어딘가로 걸어가는 영주의 뒷모습이 비춰진다. 그럼에도 살아가는, 일련의 사건들로 단단해진 영주를 응원하게 된다. 오는 22일 개봉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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