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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NS작가 시대] ③ 화려한 등용문, 이면의 그늘

‘SNS 작가’라는 말이 탄생하고 그들의 콘텐츠가 책으로 출간돼 베스트셀러에까지 오르는 요즘, ‘나도 작가’라는 말은 이미 낯설지 않다. 이렇게 새로운 존재의 등장으로 인해 ‘진짜와 가짜’의 기준이 세워지고 있다. SNS 작가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본 그곳의 실상은 마냥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범람하는 SNS 작가의 콘텐츠 속 이면에는 어떤 실상들이 자리하고 있을까? 뜨겁게 끓어오르는 이상과 냉정하기만 한 현실, 그 간극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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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1. 직장인 A씨는 SNS작가의 책을 선호한다. 활자가 빽빽하지 않아 읽기에 무리가 없고 책 한권을 금방 읽을 수 있으니 성취감도 높다. 더욱이 일상에서 관심이 높은 사랑, 결혼, 직장 등 소재가 다양해 공감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 일러스트 하나까지 정성스럽게 담겨 있는 것이 좋다는 그다. 그래서 그는 SNS작가들의 책을 탐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최근 감수성이 잘 맞는 친구들과 함께 에세이 작문 모임을 시작했다. 최근 SNS 작가들이 자신과 비슷한 감성으로 구독자를 늘리고 책까지 내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콘텐츠도 SNS에 통해 인정받을 수 있다는 기대와 자신감이 생겼다.

#2. 직장인 B씨는 SNS 작가의 글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서점의 매대를 둘러보다가도 SNS 작가의 책이 있으면 일단 피하고 본다. 그간 봐왔던 SNS작가 책들이 그에게 감동보다 실망을 안겼기 때문. 표지가 예쁘고 홍보문구가 화려할수록 알맹이가 없는 글들을 그럴듯하게 포장했다는 선입견마저 생겼다. 소비하는 글이란 생각이 강해 돈을 주고 책을 구매하는 게 아깝다는 그다. SNS에 들어가서 보거나 서점에 서서 잠깐 들여다보면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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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도서 디스플레이. 본 사진 속 도서는 본문과 무관합니다(사진=교보문고 홈페이지 캡처)



■ 독자 선택권 넓히고 등용문 되어주고...트렌드의 순기능

SNS 작가의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출판업계도 SNS 작가에 눈을 돌리고 있는 추세다. 이런 트렌드는 책의 영역을 넓히고 그에 따라 독자들이 좀 더 다양한 선택권을 가질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10명 중 4명은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시대(2017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에서 팬덤이 형성돼 있고 독자 유입이 쉽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여겨진다. 더욱이 SNS작가 특유의 '감성을 건드리는 화법이 잘만 하면 스타 작가 못지 않은 베스트셀러 반열의 길을 연다는 점도 새로운 스타작가 발굴이란 사명으로 이어지는 추세다.

글을 쓰고 싶은 이들에게는 새로운 ‘등용문’이 된다. ‘단 하루도 너를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다’의 저자 김재식은 SNS 글을 통해 책을 낼 수 있게 된 요즘에 대해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그것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또 다른 기회의 장이 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통이란 장점은 순기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실제 SNS에 글을 올리다 작가가 되고나서 글이 지닌 가치를 실현하며 영역을 확장하는 이들도 있다. 힘들었던 시기를 거치며 SNS에 올린 글로 관심을 받기 시작한 작가 글배우가 대표적이다.

그는 본지 인터뷰를 통해 “힘들다고 끝날 게 아니라 멈춰 있는 발걸음에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이나 지표가 되고 싶었다. 절대 단순히 위로만 담고 싶지는 않았다”며 진정성 있고 실질적인 위로를 전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첫 책을 내고 치유받았다는 독자들의 반응에 사명감을 갖게 됐다는 그는 전국 곳곳을 돌며 텐트를 치고 독자들과 만나 고민을 공유하고 위로를 전했다. 최근 경기도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 ‘세상에 하나뿐인 고민 상담소 글배우 서재’를 열어 방문객들을 상담해주는 등 SNS에서만 그치지 않는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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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서 검색해본 '글귀스타그램'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 진짜 작가와 가짜 작가? 괴리 발생하는 이유

하지만 SNS 작가의 등장이 마냥 긍정적인 바람만 불러왔다고 볼 수는 없다. 이들의 책이 범람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좋은 글’을 골라내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내용의 완성도가 일정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고 책마다 편차가 큰 탓에 독자들은 피로를 느낀다. SNS 작가의 책 중에서는 단순한 언어유희에 그치거나 천편일률적 위로와 힐링만을 키워드로 삼는 것들이 상당하다.

아울러 글의 내용보다 일명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이나 편집에 더 신경을 쓴 듯한 책들도 많아졌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기존의 책이 귀여운 캐릭터나 미니멀하고 예쁜 구성으로 재출간돼 인기를 얻는 트렌드가 널리 퍼져 있는 상황. 그렇기에 타깃층이 확실한 SNS 작가의 책은 더욱 외적인 요소에 치중하게 된다.

이렇게 표면적인 감수성만 부각하는 SNS 작가의 책들로 인해 형성된 편견은 저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SNS ‘작가’라는 말과 달리 이들을 진정한 작가로 분류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회의적인 시선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로 인해 SNS 작가들은 문학상 수상 등 소위 정식 등용문을 거친 작가들로부터 은근한 무시에 시달리고 스스로의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일례로 SNS 작가 C씨는 인터뷰 도중 작가모임에 갔다가 지레 주눅이 들어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C씨는 문학작품상을 받거나 책 판매율 혹은 예술성 등을 기준으로 삼아 가치를 논하는 기존 작가들과 달리 SNS 작가들은 팔로워와 좋아요 등의 수치로만 가치가 판단되는 탓에 소외감을 느꼈다고 했다. 온라인상의 공감이 무력하다고는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오래도록 회자될만한 작품성을 지니지 못했다는 자격지심이 작가라는 수식어를 얻게 된 그를 짓누르는 멍에가 됐다.

이는 양질의 후속작에 대한 부담감으로도 이어진다. 대부분 첫 번째 책은 단편적으로 그때그때 올린 글들을 모아 낸다. 그런데 SNS에 올리는 글들은 기승전결은 차치하고라도 에세이가 갖는 자연스러운 흐름조차 갖추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다. 게다가 SNS 작가는 독자의 호응에 전적으로 의지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기존의 인기를 넘어서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해져 '보여주기 위한 글'을 쓰다 외면당하고 잊혀지는 사례가 빈번하다. 무조건 ‘괜찮다’는 메시지가 반복되는 책들도 일종의 ‘모음집’ 같은 형식을 벗어나기 힘들어 결국 같은 결론으로 귀결되는 방증이다. 또 너무 당연한 말들을 나열만 해 놓거나 오로지 감동, 공감만을 노리는 얕은 내용들로 독자를 현혹하는 책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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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제공)



■ “SNS 작가 범람? 결국 자정작용 일어날 것”

분명 SNS 작가의 탄생배경과 특성, 평가기준은 모두 기존 작가와 다르다. 한편으로 SNS 작가는 소셜미디어가 발전하면서 언젠가는 등장할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작가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것. SNS 작가의 책을 한낱 가벼움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콘텐츠의 문제’라는 결론에 이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이라고 말했다. SNS 작가들이 단순하다고 평가받는 SNS라는 플랫폼 속에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단순함 속 정교함을 만들어내야 한다. 소설가 김훈이 ‘바다의 기별’에서 “나는 신념에 가득 찬 자 보다 의심에 가득 찬 자를 신뢰한다”고 말했듯, 독자와 출판사는 흐름에 편승하지 않고 본질을 꿰뚫는 관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기회의 문이 열린 SNS에서 모두가 통찰을 만들어내고 끌어내고 소비한다면 SNS 작가 시장은 비로소 안정을 찾지 않을까.

작가 김재식은 “타인의 글을 베끼는 등 비슷한 과정을 통해 진짜보다 가짜가 많아졌다는 느낌을 받는다”면서도 “그래도 요즘은 자기만의 글쓰기를 통해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 사람들에게 공감 받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SNS 유저들도 그런 분들을 잘 구분한다. 결국에는 독자에 얼마나 진실하게 다가갔느냐에 따라 진짜만 남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가짜들이 걸러지는 과정일 뿐이다”라고 SNS 작가 시대에 대한 희망을 드러냈다.

장은수 대표 역시 “한 차례 현상이 지나가고 나면 지금과 같은 특정 콘텐츠의 범람은 저절로 잦아들 것이라고 본다. 일종의 자정작용이 일어나는 거다. 최근만 해도 컬러링북 시장이 컸는데 지금은 줄어들지 않았나”라면서 “SNS 작가들이 범람하는 시대가 된다 해도 자기의 안정적인 팬층을 딛고 깊이 있는 책을 내는 작가들도 분명 생길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SNS작가 시대] ① “당신을 작가로 모십니다” 또 다른 시장이 열리다
[SNS작가 시대] ② 작가·출판업계·독자 니즈 통했다
[SNS작가 시대] ③ 화려한 등용문, 이면의 그늘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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