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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목격자’ 이성민 “무섭다기 보단 마음 아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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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사진=new)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낮에는 ‘공작’, 밤에는 ‘목격자’를 보면 좋지 않을까요”

극장가 극성수기에 개봉하는 두 작품에 출연했다는 것. 그것만으로 충무로에서 그를 얼마나 찾는지가 증명된다. 무더위 속 이성민은 ‘공작’과 ‘목격자’를 연이어 선보였다. 그것도 색이 전혀 다른 작품에 캐릭터도 극과 극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공작’에선 북한 실세인 리명운을, 추격 스릴러 ‘목격자’에선 살인사건을 우연히 목격한 소시민 역을 맡았다.

한 번에 그간 고생했던 작품을 나란히 선보이게 돼 출연한 배우로는 행복한 고민이겠단 생각이 들었지만 이성민은 부담감을 토로했다. 그리고 그 부담감은 기우였다. 먼저 개봉한 ‘공작’의 바통을 이어 ‘목격자’가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 ‘목격자’ 마지막에 곽시양과 격투신이 인상적이었어요.

“난 괜찮았어요. 추워서 그렇지 얼굴에 기스도 안 나고 잘 찍었어요. 대신 귀에서 한 달 동안 까만 게 묻어 나오더라고요. 산에서 찍은 액션신은 초겨울이었는데 3일 정도 찍었던 것 같아요. 땅에 묻힌 장면은 난 금방 나왔지만 (곽)시양인 덜덜 떨면서 찍었어요”

▲‘목격자’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시나리오가 재미있었어요. 짜임새도 있고 느낌이 좋았죠. 영화를 준비하면서 그 상황을 생각하게 됐지만 막상 찍을 땐 그런 생각을 전혀 못했어요. 빨리 봤던 시나리오 중 하나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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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무서운 영화는 못 본다고 했는데 이번 영화 볼 때 무서웠던 지점은?

“사실 내용을 다 알고 있어서 그런지 시사회 때 보고도 안 무서웠어요. 오히려 마음 아픈 부분은 많았어요. 처음에 살해당하는 여자가 아파트 담을 넘어와 ‘살려달라’고 했을 때 마음이 아팠어요. 영화 보고 나서 그 연기를 한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했죠. 공포스러운 게 아니라 힘들었어요. 가족들 뒤에 살인범이 서 있는 장면은 정말 마음 아팠어요. 그 촬영 때 정말 아무것도 못했어요”

▲ ‘목격자’ 속 상훈의 마음이 설득력 있게 다가 왔어요

“그렇지 않으면 이 영화는 전개가 안 된다고 생각해요. 영화를 찍을 때도 이런 영화를 찍고 있다고 주변에 이야기를 하면 ‘왜 신고를 안하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우리 집사람도 ‘그래도 신고 해야지’라고 했어요. 근데 상황을 설명하고 나니까 이해하더라고요. 상훈 캐릭터에 동화가 되어야 영화가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것도 신경 쓰면서 살인범을 잔인하게 만들어달라고 했죠. 막상 가족과 범인이 맞닿아 있는 장면을 찍을 때 정말 극강의 공포였어요. 그 자리에서 꼼짝을 못 했어요. 컷 하는 순간에 ‘이 영화 장난 아니다’라고 했죠. 말로는 표현이 안돼요. 그런 식으로 상상력을 동원하면 관객들이 관람할 때짜릿하게 보지 않을까요. 그래서 홍보할 때도 ‘체험 스릴러’라고 했어요”

▲ 실제로 오랜 무명 생활을 하다가 아파트를 마련한 걸로 알아요.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을 것 같아요.

“나도 네이버에서 아파트값 검색해서 봐요(웃음) 샀을 때보다 가격이 올라가면 기분 좋고 그렇죠. 어쩔 수 없는 부분이죠. 요즘에 무슨 시설이 들어오면 반대하고 그런 일 많잖아요. 집사람한테 ‘우린 그러지 말자’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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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력적인 면보단 심리적인 부분이 힘들었나요?

“사실 극중 상황이 명확한 부분이 많아요. 근데 그런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내가 예상하지 않았던 심리, 감정 변화가 되게 용을 쓰게 만들더라고요. 굉장히 불편한 경험이었죠. 글로는 ‘살인자를 목격했다’로 싶었는데 막상 촬영하다 보니까 충격이 크더라고요. 연기 하면서 감정이 더 크게 다가왔어요. 현실적이라서 그렇다 하기 보단 상황이 충격적이라서 그랬어요. 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 살인자 역을 한 곽시양이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어요

“살인자 역이 빨리 캐스팅 되진 않았어요. 누구로 할지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마주쳤을 때 위압감이 느껴지게 몸집이 컸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곽시양을 불러서 살을 찌웠죠(웃음) 시양이가 가진 눈빛이 마음에 들어요. 요즘 젊은 친구들과 다른 곱상한 눈이 아니라 날카롭고 매서운 눈이에요. 그게 시양이가 이 역을 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실제로 촬영장에서 맞닿는 부분은 많이 없어요. 그러다가 경비실 장면에서 실제로 마주했을 때 정말 무서웠죠”

▲ 나한테 닥친 상황이라면 생각을 하게 돼요. 실제라면 어떻게 했을 거 같아요?

“다들 신고할 건지 물어보더라고요. 난 신고한다고 했어요. 상훈의 집인 6층은 살인범에게 얼굴이 보일 수도 있고 안 보일 수도 있는 위치에요(웃음) 실제 내가 그 상황을 봤다면 ‘나만 봤겠어?’라는 생각이 있을 수도 있고 고민이 많겠죠. 상훈의 태도에 대해선 연령대에 따라 이해가 다른 것 같아요. 그런 생각도 해봤어요. 만약에 ‘미생’ 오상식이라면 신고를 했겠죠. ‘보안관’ 대호라면 바로 자기가 찾으러 갔을 거에요(웃음) 캐릭터에 따라 태도가 다르죠. 20대 청년이 봤으면 바로 신고하겠지만 이제 아파트 겨우 장만한 40대가 하기엔 어렵지 않을까요. 아마 연령대가 있으신 분들은 많이 이해를 해주실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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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격자’ 결과물을 봤을 때 연기하면서 먹은 마음이 잘 전달된 것 같나요?

“개인적으론 많이 창피한 부분이 있었어요. 나만 아는(웃음) 난 내가 나오는 영화를 집에서 안 봐요. 식구들이 보고 있으면 짜증을 내죠. 아마 이 일을 계속 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언젠가는 내가 당당할 수 있는 영화가 나오길, 도공이 자기 그릇을 꺼내서 깨는 마음이에요. 후회 없이 하려고 연기를 계속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마 만족하면 더 이상 이 일을 못하지 않을까요. 다 이룬다면 연기가 재미없어지겠죠. 재미있는 건 영화라는 게 나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라는 거예요. 그것에 대해서 감사하고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 ‘공작’이 개봉 첫날부터 잘 되고 있어서 마음이 한결 편해졌을 것 같아요. 연기에 대한 호평도 많고.

“좌석수가 많지 않은데도 많이 봤다고 하더라고요. 긍정적이라고. 사실 부끄러워요. 관객들은 결과물을 보는 거지만 그 과정이 나에게 원만하진 않았어요. 오롯이 내가 잘한 게 아니라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도와준 감독, 스태프 덕이라고 생각해요. ‘공작’ 이후로 많은 생각을 하고 반성 했어요. 이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단련해야겠다고 다짐했죠. 한편으로 다행인 게 출연진 다 힘들었어요. 윤종빈 감독이 독해서가 아니라 구강액션이라고 합의를 봤는데 뭔지를 모르겠더라고요. 숨도 못 쉬겠고 멘붕이 왔어요.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그 때부턴 또 다른 에너지가 있었어요. 서로 마음을 열고 내려놓고 나니 끈끈해진 기분이에요. 후반에 윤종빈 감독도 ‘무섭다’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성격이 전혀 아닌데. 다들 이런 마음으로 만들었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애쓴 작품이에요”

▲ 영화가 연이어 개봉하면서 홍보도 다 소화하느라 힘들 것 같아요

“지금 같은 경우는 힘들죠. 동물 나오는 영화를 촬영을 하고 있는데 영화 두 개가 개봉하니까. 크게 방해가 되지 않으면 다 소화를 하려고 해요. 점점 등이 휘어요. 인터뷰 끝나고 또 촬영 하러 가야해요. 어젠 완전 아이돌 스케줄이었어요. 밥도 안 먹이고(웃음) ‘목격자’ 무대 인사 끝나고 납치돼서 ‘공작’ 스케줄 갔다 왔어요. 이 모든 피로가 ‘목격자’ 스코어로 풀렸으면 좋겠어요(웃음)”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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