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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방은 왜 민폐가 됐나?] ③직격탄 맞은 먹방크리에이터 "푸드파이터 규제, 기준 모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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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각 프로그램 포스터)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TV 방송부터 1인 미디어까지 요즘 대중문화계는 먹방이 점령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내세운 ‘먹방 가이드라인’이 불러올 후폭풍이 적잖으리라 예상되는 까닭이다.

■ 단독 콘텐츠 된 ‘먹방’, 계속될 전성시대

먹방이 단독 콘텐츠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후반부터였다. 1인 가구의 증가와 인터넷 방송의 활성화가 맞물린 결과다. 혼자 끼니를 때워야 하는 이들이 아프리카TV와 같은 인터넷 방송 플랫폼으로 식사하는 모습을 실시간 중계하자 비슷한 처지의 시청자들이 이를 소비했다. 그러면서 ‘먹방’이 하나의 장르로 굳어지게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1인 가구는 561만 3000 가구를 기록했다. 전체 가구의 28.7%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전년과 비교하면 17만 9000 가구 증가했다.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중이 15.6%를 기록했던 2000년에 비하면 약 2배 뛰어올랐다. 통계청은 국내 1인 가구 비중이 2020년에 전체 가구의 30%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본다.

이에 따라 먹방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늘어나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의 흐름만 봐도 알 수 있다. 1인 미디어 업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장르는 단언컨대 먹방이다. 7일 기준 유튜브 채널 구독자 269만여 명을 보유하고 있는 밴쯔는 대표적인 먹방 크리에이터다. 이 외에 떵개떵, 슈기, 도로시 등 먹방 크리에이터의 유튜브 채널이 각각 평균 100만 명 이상의 구독자 수를 기록하며 동종 업계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TV도 마찬가지다. 코미디TV의 ‘맛있는 녀석들’ 올리브의 ‘밥블레스유’ ‘원나잇 푸드트립’ tvN의 ‘수요미식회’ ‘수미네 반찬’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KBS ‘한국인의 밥상’ 등의 음식 전문 프로그램이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MBC ‘나 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 시점’ KBS ‘배틀트립’ ‘거기가 어딘데??’ SBS ‘정글의 법칙’ tvN ‘꽃보다 할배 리턴즈’ 등의 리얼 버라이어티도 출연자가 음식을 먹는 모습을 거의 필수로 삽입한다. 예능에서 다룬 음식이나 식당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도 이름을 올린다. ‘먹방’이 대중에 미치는 파급력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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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 크리에이터 밴쯔(사진=JTBC '랜선라이프' 캡처)



■ 먹방에 가이드라인?… 방송가 “지켜보겠다” VS 크리에이터 “말도 안 된다”

이 가운데 주목할 점은 일련의 논란을 바라보는 시각이 플랫폼마다 또 다르다는 것이다. 우선 방송가는 ‘먹방 가이드라인’이 야기한 논란에 대해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먹방 예능 관계자는 “‘먹방 가이드라인’과 관련해 정부나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전달받은 사안이 없는 상황”이라며 “ 때문에 제작진 차원에서 ‘먹방 가이드라인’에 대한 대책을 세우거나 프로그램 기획에 변화를 주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런가 하면 ‘맛있는 녀석들’의 연출을 맡은 김대웅 PD는 “우리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시청자에게 전하고자 한다. 제작진의 목표는 건강한 먹방을 만드는 데 있다. 이는 정부가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에서 먹방을 언급한 취지와 같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먹방 가이드라인이 시행될 경우 가장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크리에이터들의 반발은 거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먹방 크리에이터는 “정부가 ‘폭식조장 미디어’의 예로 든 것이 푸드파이터(음식을 빨리 많이 먹는 사람) 콘텐츠”라면서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사람마다 먹는 양과 속도가 다르다. ‘유해성’의 기준을 어떻게 세울 수 있냐”는 것. “또 크리에이터가 음식을 많이 먹는다고 해서 실제로 따라하는 시청자가 많은 것도 아니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할 콘텐츠는 비단 먹방뿐만이 아닐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앞서 먹방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코미디언 양혜지도 SBS 러브FM ‘김성준의 시사전망대’에 출연해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양혜지는 “먹방이 폭식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대신 먹방으로 대리만족하는 경우도 많다”며 “정부에서 무엇을 걱정하는지 안다. 하지만 먹방을 규제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드러냈다. 이어 “건강한 채소만 먹는 방송을 한다든지, 이런 특별 콘텐츠를 해봐야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그런 한편 밴쯔는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이 발표된 날 자신의 SNS에 ‘먹방의 좋은 예’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게시글에는 밴쯔가 간호사로 일한다는 시청자에게서 받은 메시지의 캡처 이미지가 담겼다. 메시지에는 ‘항암 치료, 여러 소화기계 수술, 혹은 다양한 이유로 위장관 기능을 하지 않는 환자들이 많다. 오래 금식하는 환자들이 밴쯔님의 먹방을 보며 위로받는 걸 보고 감동받아 꼭 알려드리고 싶었다’고 적혔다. 이에 대해 밴쯔는 “먹방을 좋게 봐주는 분들 덕분에 내가 오히려 더 많은 힘을 얻고 먹방을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을 삼는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러한 입장 차이에 대해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1인 미디어는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이라며 “시청자의 의지와 별개로 무방비 상태로 접하게 되는 TV와는 다르다. 1인 미디어는 목적을 갖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분야인데, 이 둘을 함께 묶어 폭식조장 미디어로 분류하고 가이드라인을 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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