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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맘 앤 대드’ 부모는 종종 자녀를 지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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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맘 앤 대드' 스틸컷 (사진=BoXoo 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동민 기자] ‘죽이고 싶은 일곱 살.’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오가는 말이다. 이에 더해 ‘작년에 못 죽인 여덟 살’이란 표현까지 생겼다. 우스갯소리라고 해도 섬뜩한 이 말들은 “아이에게서 벗어나고 싶다”는 육아맘의 속내를 극단적으로 드러낸 표현일 것이다. 이와 비교하면 ‘미운 네 살’ 정도는 귀엽게 느껴질 정도다.

자녀를 대하는 부모의 마음은 이처럼 강렬하고도 복합적이다. 자신의 모든 걸 희생할 수 있을 만큼 사랑하지만, 종종 참기 어려운 분노에 휩싸여 이성을 잃기도 한다. 문제는 자녀가 단지 ‘어린’ 나이에만 속을 썩이는 건 아니란 점이다. 먹이고 재우느라 하루를 꼬박 보내야 했던 아이가 걸음마를 떼면 집은 점점 난장판이 되고, 말을 시작하면 온갖 억지로 부모를 괴롭힌다. 학교에 들어가면 나름 머리가 컸다고 사사건건 반항하며, 사춘기가 오면 차라리 남보다도 못한 ‘작은 악마’가 되기 일쑤다. 영화 ‘맘 앤 대드’는 바로 이런 ‘재난’ 앞에 놓인 부모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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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맘 앤 대드' 스틸컷 (사진=BoXoo 엔터테인먼트)



10대 여학생 칼리(앤 윈터스)는 어린 남동생 조쉬(잭커리 아서), 엄마 켄달(셀마 블레어), 아빠 브렌트(니콜라스 케이지)와 함께 산다. 하고싶은 게 많은 칼리는 보수적인 부모와 사사건건 부딪치고, 조쉬는 집안 곳곳을 누비며 엄마 아빠의 혼을 쏙 빼 놓는 게 일이다. 그러던 어느 날 칼리는 학교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다. 부모들이 학교에 난입해 각자 자신의 자녀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 영문 모를 일에 놀란 칼리는 집에 돌아오지만, 그 역시 자신과 동생을 죽이려는 부모에 맞서 사투를 벌이게 된다.

‘맘 앤 대드’는 부모의 ‘폭주’를 그린다. 10대 자녀의 전유물이었던 분노와 방황이 중년에 접어든 엄마와 아빠에게서 분출되는 설정을 통해서다. 좀비물을 연상시키는 세상 부모들의 동시다발적 변화는 논리 따위는 젖혀둔 채 막무가내로 이루어진다. 그렇다고 영화가 딱히 아이들을 ‘선’으로, 부모를 ‘악’으로 규정하는 것도 아니다. 애초에 비현실적인 설정 덕에 무표정하게 아이들을 위협하는 켄달과 브렌트는 공포스럽다기보다 괴상할 뿐이다. ‘인면수심’을 판타지로 뭉뚱그린 영화는 그렇게 자녀와 부모의 일반적 관계 구도를 손쉽게 뒤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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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맘 앤 대드' 스틸컷 (사진=BoXoo 엔터테인먼트)



재미있는 건 영화에 속 부모들의 폭주가 ‘해방’을 위한 혁명처럼 해석되는 지점이다. 젊은 시절 누구보다도 빛난던 켄달과 브렌트는 각각 ‘엄마’와 ‘아빠’란 이름으로 살아가며 겪는 상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록 스타를 꿈꿔 온 켄달은 펑퍼짐한 엉덩이의 아줌마가 된 채 어린 여자들에게 박탈감을 느끼고, 일탈을 위해 찾은 옛 남자친구에게는 보기 좋게 거절당한다. 브렌트 역시 “마음만 먹으면 어떤 여자든 자빠뜨리던” 시절을 추억하며 포르노 비디오로 스스로를 위안할 따름이다. 그에겐 차고에 모셔둔 클래식카와 지하실에 남몰래 설치한 당구대가 유일한 해방구일 뿐이다.

결국 ‘맘 앤 대드’는 문화와 세대를 불문하고 통용되는 부모의 ‘고귀한 희생’을 보기좋게 비꼬는 작품이다. 자녀를 위한 이타적 헌신을 고고한 무언가라고 찬양하는 대신, 그저 책임과 본능, 사회적 약속 하에 이루어지는 ‘필요악’이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영화 말미 “우린 너희를 위해 뭐든 할 수 있을 만큼 사랑한다”라는 대사 뒤 “하지만 가끔은 너희를…”이라고 말끝을 흐리는 브렌트의 모습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 그 자체로 읽히는 이유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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