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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 아야세 하루카란 이름의 시네마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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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 스틸컷 (사진=디스테이션)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동민 기자]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들이 종종 있다. 더 정확하게는 ‘영화에 대한 애정’을 담아낸 작품들이다. 1988년 작 ‘시네마천국’이 그랬고 2012년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휩쓴 ‘아티스트’도 그랬다. 퇴물 할리우드 배우의 브로드웨이 도전기를 다룬 ‘버드맨’(2015)은 미국 내 중년 ‘스타’의 현주소를 의미심장하게 그려냈다. 좀 많이 거슬러 올라가면 무성영화 시절에 대한 향수를 담아낸 ‘선셋 대로’(1950)와 영화계를 배경으로 한 ‘사랑은 비를 타고’(1952)를 들 수도 있겠다.

영화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 역시 위의 예들처럼 ‘영화에 대한’ 영화다. 특히 초반부 설정을 감안하면 ‘시네마천국’과 가까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켄지(사카구치 켄타로)는 밥 먹듯 영화관을 들락거리는 청년이고, 극장 주인 혼다(에토모 아키라)는 종종 동전 몇 푼만 받고 그에게 빈 상영관을 통째로 빌려준다. 영화 조감독으로 일하는 켄지에게 있어 영화는 삶이자 꿈이다. 그러던 어느 날 벌써 몇 번이나 본 고전영화를 감상하던 켄지에게 기적이 일어난다. 영화 속 주인공 미유키 공주(아야세 하루카)가 말 그대로 스크린을 ‘뛰쳐나와’ 켄지 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동거를 시작하고, 로맨스는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들며 꽃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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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 스틸컷 (사진=디스테이션)



◆ [공감해요 :-)] 영화, 그리고 관객에 대한 찬가

“‘카이로의 붉은 장미’와 ‘로마의 휴일’을 섞어 일본식으로 비틀었다. 이런 엉뚱한 발상을 실행에 옮긴 감독이 퍽 귀엽(?), 아니 무엄하다.” (네이버: plug****)

- 말 그대로다. ‘시네마 천국’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던 영화는 흑백 컬러의 미유키를 ‘짠’ 하고 현실화하고, 켄지와 미유키의 알콩달콩한 데이트를 그리면서 두 고전영화를 상기시킨다. 감독은 두 감독에 대한 오마주를 넘어 고전 로맨스 영화 장르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한껏 드러낸 셈이다.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란 제목 역시 영화를 이야기하는 영화, 이른바 ‘메타 영화’로서의 속성을 내비치는 것이기도 하다.

“영화를 본다는 것 자체가 이렇게 행복할 줄이야.” (왓챠: 재훈)

- 내한 행사로 관심을 받은 건 켄지 역의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지만, 정작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의 9할 정도는 다름아닌 아야세 하루카다. 극 중 켄지는 줄곧 미유키를 바라보고, ‘시종’과 ‘공주’라는 다소 유치한 구도로 이어지는 둘의 관계는 켄지가 아닌 미유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쏟아낸다. 바꿔 말하자면 켄지는 카메라 렌즈가, 미유키는 피사체가 되어 각각 시선과 대상으로서 존재하는 셈이다. 미유키라는 ‘영화’를 보는 켄지는 좌충우돌 속에서도 더없이 행복해 보이고, 그건 관객도 마찬가지다. 살아 움직이는 ‘실사’를 담아낸 영화가 더없이 리얼하고 가슴벅찬 판타지가 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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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 스틸컷 (사진=디스테이션)



◆ [반대해요 :-(] 무너진 판타지와 쉰내 나는 로맨스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한 추억, 행복, 사랑. 판타지의 틀을 갖추면서도 시대 고증이 잘 된 영화.” (왓챠: JH)

- ‘메타영화’로서의 가치와 별개로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의 서사적 완성도는 빈약하다. 흑백 고전영화와 잊혀진 배우를 향한 향수는 영화 초반 이후 희미하게 지워져 버린다. 일본 특유의 순애보적 로맨스로 항로를 바꾼 영화는 1960년대가 배경이지만 극 중 로케이션의 대부분을 켄지가 일하는 촬영장과 실내 공간으로 메꾼 탓에 현실감은 좀처럼 들지 않는다. 영화가 미유키를 통해 ‘캐릭터’의 실존에 대해 철학적 질문을 던지면서도 정작 극 중 판타지와 현실을 제대로 구획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꿈꿔봤을 로맨스.” (왓챠: 이**)

- 스러지는 낙엽에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유리감성’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의 로맨스는 시시하기 그지없다. 해바라기 같은 남자와 천방지축 공주 서사가 사춘기 남녀의 ‘심쿵’을 유발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다만 모두가 이타심으로 무장한 삼각관계 속에서 “이 남자를 잘 부탁한다”는 식의 신파는 참기 힘들다. 자그마치 개봉 18년 차에 접어든 ‘엽기적인 그녀’이 한 장면이 연상될 정도다. 이런 류의 로맨스라면 상대가 아무리 아야세 하루카라 해도 사절이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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