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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끌려서] '엄마의 집밥'같은 최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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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올리브 방송화면)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신이 모두를 돌볼 수 없어서 엄마를 주셨다면, 우리에겐 화정 언니를 주셨어”

방송인 송은이는 올리브 ‘밥블레스유’에서 맏언니 최화정을 이렇게 소개했다. ‘밥블레스유’는 푸드 테라피를 표방한다. 시청자의 고민을 음식 추천으로 해결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송은이와 최화정을 비롯해 이영자와 김숙이 출연한다. 이들은 ‘밥블레스유’ 2회에서 최화정의 집을 방문했다. 촬영일 기준으로는 녹화 첫날이었다. 레스토랑에서 촬영 중, 최화정은 자신이 만든 간장국수를 먹고 싶다는 송은이를 위해 동생들을 집에 초대했다.

최화정은 초 간단 레시피로 간장국수를 만들어냈다. 이미 진수성찬을 즐긴 뒤였지만 동생들은 이를 금세 해치웠다. 그러고도 아쉬운 기색이 보이자 최화정은 다시 주방으로 갔다. 햄과 가래떡을 잘라 구운 스떡스떡, 구운 까망베르 치즈 위에 견과류와 꿀을 얹은 디저트 등을 연달아 내놓았다. 이후 최화정은 매운 것이 끌린다고 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영자가 낙지볶음을 배달시켰다. 최화정도 가만 있지 않았다. “낙지볶음에는 솥밥”이라며 쌀을 안치고, 새우를 튀겼다. 최화정은 쉼 없이 요리하면서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춤도 췄다. 코스 요리를 방불케 하는 음식의 향연에 이영자는 “맛집 중에 제일은 화정 언니네”라고 극찬했다. 이영자뿐만 아니라 송은이와 김숙도 최화정표 집밥을 대접받은 경험이 있다. 최화정은 “얼마 전 영자가 힘들었을 때도 한 상 차려 먹었다”고 했다. 최화정에게 타인을 초대해 음식을 베푸는 행위란 단순히 배를 불리거나 지인과 친목을 다지는, 그 이상의 의미다.

“집밥은 마음을 포근하게 해준다”

최화정이 ‘밥블레스유’ 1회에서 한 말이다. 그는 진상 고객들에 시달린다는 상담원에게 “감정 노동자라는 말이 있다. 정말 스트레스 많이 쌓인다. 이런 분들이 순간순간 기분 전환하려고 인스턴트를 많이 드신다. 그러면 배 나오고 살찌고, 또 스트레스 받는다”며 “정말 제대로 된 엄마의 가정식을 먹이고 싶다”고 했다. 최화정의 말대로 대다수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일시적인 쾌락을 좇는다. 음식으로 말하자면 짜고 맵거나 단, 자극적인 맛을 찾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화정은 된장찌개, 두부 부침, 소고기 뭇국 등을 예시로 들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동시에 듣는 것만으로 ‘정성’이 떠오르는 메뉴다. 이영자는 “자존감을 높여주는 (음식들)”이라고 했고, 송은이도 “따뜻하다”고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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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올리브 방송화면)



‘밥블레스유’에서 최화정은 누구보다 부지런하다. 요리도 하고 음식도 먹고, 바쁜 와중에 시청자가 보내준 사연에도 귀를 기울인다. 카메라가 일부러 그에게 초점을 맞추지 않을 때도, TV 화면 한 귀퉁이에서 수저를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대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최화정을 볼 수 있다. 사연 뿐만 아니라 동생들의 멘트에도 일일이 반응한다. 진지한 대답은 물론, 간단한 추임새까지 최화정 특유의 리액션이 대화를 계속 이어지게 한다.

현재 최화정이 활약 중인 또 다른 프로그램 KBS 조이 ‘연애의 참견’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최화정과 김숙, 곽정은, 주우재가 모여 사랑에 얽힌 다양한 사연들을 듣고 조언하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서도 맏언니인 최화정은 중심을 잡아준다. 다소 황당한 사연에 동생들이 흥분하거나 분노하면 최화정은 차분하게 이를 정리한다. 그러면서 사연을 보낸 시청자의 친언니나 누나처럼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넨다. 결혼을 강요하는 남자친구 때문에 고민이라는 여자의 사연이 도착했을 때다. 최화정은 자신도 미래를 약속한 연인이 있었다며 “결혼하지 않은 게 그 남자친구에게 제일 고마운 일”이라고 했다. 자신의 경험을 가볍게 털어놓으며 상대가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한 것. 반면 결혼을 앞두고 태도가 달라진 남자친구를 둔 여자의 사연에는 단호했다. “이 남자를 잡은들 그가 평생 곁에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생은 누구 때문에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의자에 다리가 세 개 뿐인데도 뒤뚱거리며 앉는 게 낫겠나? 나는 차라리 두 다리로 서 있겠다”고 했다. 또한 연하의 남자친구 때문에 어려 보이는 외양에 집착하게 된다는 여자에게는 “사랑을 하면 예뻐 보인다는데, 자기 나이를 숨기려고 하는 태도는 나를 가장 늙어 보이게 만들 수 있다”며 자신감을 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최화정은 “모든 해답은 자기 가슴 속에 있다”면서 사람마다 천차만별 다른 사랑의 방식을 존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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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조이 방송화면)



최화정이 살아온 시간과 쌓아온 경험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최화정의 이력을 살펴보면 그를 원조 만능엔터테이너라고 정의해도 과장이 아닐 듯 싶다. 요즘에야 MC로 많이 알려졌지만 최화정의 본업은 배우다. 1979년 TBC 공채탤런트 21기로 시작해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 나왔다. 연극 무대에 오른 적도 있다. 1991년 초연한 ‘리타 길들이기’다. 당시 캐릭터에 꼭 맞는 연기로 호평받아 1994년 재연과 2008년 삼연까지 출연했다. 더구나 2008년에는 40대 나이에 20대 초반의 캐릭터를 연기했는데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낸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현재 22년째 DJ로 활약 중인 SBS ‘최화정의 파워타임’ 이전에 KBS ‘당신이 최고’ ‘활기찬 새 아침’ ‘가요광장’ CBS ‘12시에 만납시다’ 등 여러 라디오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오랜 시간 DJ를 해온 만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나이가 들어감에도 늘 트렌드에 밝으며 여러 세대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최화정은 ‘대세’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단적으로 ‘밥블레스유’의 동생들과 비교했을 때도 그렇다. 송은이는 컨텐츠랩 비보를 이끌며 기획자로 영역을 확장했다. 김숙은 현재 병행하는 프로그램이 12개일 정도로 그를 찾는 곳이 많다. 이영자는 최근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음식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보여주며 인기가 급부상했다. 이영자가 김숙에게 “정상에서 외로웠지? 언니가 금방 치고 올라갈게”라는 농담을 할 수 있을 만큼 이들은 연예계 대표 여성 MC 자리를 두고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그러나 최화정이 고정으로 함께하는 프로그램은 ‘밥블레스유’ ‘연애의 참견’뿐이다. 배우로 시청자를 만난 것도 2016년 방영된 SBS ‘질투의 화신’이 마지막이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거나 도전하는 대신 특유의 애교스러운 목소리와 말투, 적극적인 리액션으로 화면을 채운다. 하지만 새롭지 않다는 것은 이미 너무나 친숙한 존재라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서 다시 송은이의 말이 떠오른다. “신이 모두를 돌볼 수 없어 보내준 엄마”처럼. “익숙한 만큼 마음이 포근해지는 집밥”처럼. 이는 TV에 얼마나 자주 얼굴을 비추느냐와 별개로 오랜 시간 시청자 곁을 지켜온 최화정만의 방식이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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