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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조진웅 “‘독전’, 알고보면 외롭고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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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전 조진웅(사진=NEW)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다이어트 책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7개월 전 ‘대장 김창수’로 만났던 조진웅은 눈에 확 보일 정도로 살을 많이 뺀 상태였다. 운동하는 걸 싫어하는데 감독 잘 만나서 살을 뺐다고 장난 어린 투정을 부렸다. 그 영화가 ‘독전’이었다.

‘독전’을 직접 만나보니 이해영 감독이 왜 조진웅에게 살을 빼라고 했는지 이해가 됐다. 아시아 최대 마약 조직의 실체를 추적하는 이야기인 ‘독전’은 독한 캐릭터들이 향연하는 영화다. 독한 놈들을 찾아내는 형사 원호 역시 독해야 했다. 건조해 보일 정도로 수분기를 뺀 조진웅의 모습은 영화에서 드러나지 않는 원호의 전사이자 그 자체였다.

▲ 영화는 어떻게 봤나요

“우리가 가고자 하는 지점을 잘 짚어가지 않았나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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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낙 제작 단계에서부터 시나리오가 잘 나왔다고 소문난 작품이었어요

“시나리오 보자마자 쫙 넘어가서 별 고민 없이 선택했어요. 답이 나온 이야기라고 생각했죠. 원작이 있는지도 몰랐고 시나리오 선택할 땐 캐스팅도 안 되어 있는 상태였어요. 근데 촬영에 들어가고 보니 사람 사는데 쉬운 게 없어요. 호흡 하나도 고민했죠. 계속 작업하면서 환기 시키려고 머리를 털어냈어요. 작업을 끝내고 나서도 소화가 잘 안되더라고요. 그동안 해왔던 작업인데 왜 이렇게 허무할까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관객들은 배신처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허무함 위에 내가 여기 서있는 것 같기도 하고. 특히 노르웨이에서 찍은 장면들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락(류준열)의 마지막 질문에 납득이 갔어요. 영화가 끝나도 극장 밖으로 바로 나가지 못하는 분들도 있을 거에요. 그게 관객과의 공유인 것 같아요. 결론이 안 나오는데 그게 희한하더라고요”

▲ 외형적으로 살을 너무 뺐는데 힘들진 않았나요

“사실 더 힘들었던 것은 ‘아가씨’였어요. 그땐 연미복을 이미 맞춰놔서 빼도 박도 못했어요. 그때 하정우랑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했죠(웃음) ‘독전’은 뛰어다니는 것 많고 맞고 때리는 게 많아서 근육량을 늘리고 몸을 탄력있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했어요. 사실 난 근육 만드는 걸 싫어해요. 어릴 때 연극 배울 때 선배들이 근육 만들지 말라고 했어요. 배우가 표현하고 움직이는데 한계가 생긴다고 금기시했죠. 발레, 한국무용, 펜싱 같은 걸 권장하더라고요. 워낙 몸에 근육이 없는데 ‘독전’은 몸이 버텨내야 하는 역할이었어요. 작년 한여름에 전남 영광 염전밭에서 촬영을 했는데 워낙 더위에 약하기도 하지만 체력 때문에 지치면 게임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해 액션스쿨 가서 독하게 운동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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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선 원호에 대한 설명, 전사가 없어서 연기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아요

“원호에게 개연성을 줘야 하는데 수정의 죽음이 트라우마가 되었다는 걸로는 설명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지금 원호는 그 상태밖에 안 되는 거죠. 모든 영화가 개연성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영화 자체가 어차피 거짓말이잖아요. 열린 결말이라 관객이 불편할 것 같긴 한데 오히려 그렇게 각자의 생각이 있을 거에요. 나도 ‘독전’을 달려가는 영화로만 인식을 하고 선택했는데 락과 원호의 마지막 대사를 보고 스스로 질문을 하게 될 줄 몰랐어요”

▲ ‘독전’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와 호흡을 맞췄는데 어떻게 달랐나요

“각 캐릭터들을 만날 때마다 즐거웠죠. 처음 작업하는 분들이 많으니까 기대가 많이 됐어요. 쭉 봐왔던 배우들인데 그 캐릭터를 깨고 나오더라고요. 류준열이 맡은 락은 지금까지 그런 연기를 본 적이 없어요. 나한테는 그 자체가 에너지였죠. 가서 연기할 필요가 없고 리액션만 받으면 되니까 그게 좋았어요. 모든 캐릭터가 다 탐났고 심지어 꿈도 꿨어요. 해준이도 관객들이 배신감을 느낄 정도로 잘 했고 주혁선배도 마찬가지에요. 정말 어마무시 하더라고요”

▲ 경험할 수 없는 마약 연기를 해야 했을 땐 어땠나요

“전혀 상상이 안 갔는데 상상을 하면서 연기했죠. 다행히 자료는 많았으니까요. 극중 우연치 않게 코로 마약을 흡입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실은 소금이었는데 그게 들어오니 고통스럽더라고요. 얼추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싶어요. 예전에 YMCA에서 하는 마약 관련 공익 연극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알았는데 투약 정도에 따라서 마약중독으로 사망할 수도 있더라고요. 그 정도 흡입양이면 죽기 직전까지 가야한다고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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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준열은 원호를 향한 락의 감정이 사랑이라 표현하더라고요. 원호에게 락은 어떤 존재였다고 생각하나요

“그런 느낌이 있죠. 무조건 잡아야 하는 대상임에도 머뭇거리게 되는 거죠. 숙명처럼 다가가 버린 건데 그게 사랑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원호에겐 하나의 집착 같은 신념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 ‘독전’이 조진웅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해빙’이라는 영화는 어렵게 태어나서 인큐베이터에 오래 있었던 아이였어요. 관객들에게 보여줄 때도 뒤에 숨어있는 느낌이었죠. ‘독전’은 되게 씩씩한데 락 같이 외로운 정서가 있는 아이 같아요. ‘해빙’이 내 뒤로 숨는 아이였다면 ‘독전’은 던져놓아도 혼자 잘 살 것 같은, 건드리면 달려들 것 같은 아인데 알고 보면 외롭고 고운 아이에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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