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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뷰] 뮤지컬 ‘스모크’ 연기처럼 흩어지는 생과 사

  • 기사입력 2018-05-1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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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모크 공연컷(사진=로네뜨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희윤 기자]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러나 죽음에 대한 태도는 저마다 다르다. 예컨대 실존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서서히 죽음을 향해 나아가기 때문에 죽음이 삶에 속해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즉 인간이 오래도록 병마와 싸우다 죽든 갑작스런 사고를 당해 명을 달리하든 태어난 그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는 점은 같다는 것이다. 맞다. 죽음은 삶에 속해 있다. 그렇다면 사람이 언제 찾아올지 모를 죽음의 순간을 스스로 앞당기는 것도 아무 문제없는 것일까.

뮤지컬 ‘스모크’는 천재 시인 이상의 작품 ‘오감도 제 15호’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진 작품이다. 글을 쓰는 현실의 괴로움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세상을 떠나려는 남자 초, 바다를 꿈꾸는 순수한 소년 해, 이 두 사람에게 납치당한 여자 홍이 한 카페에 머무르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스릴감 넘치게 그려내며 심오한 문제의식을 던진다.

‘스모크’란 제목은 마치 출구가 없는 답답한 세상에서 살아야 했던 이상의 예술혼과 불안, 희망이 불꽃처럼 타들어가 연기만 남은 상태를 의미한다. 독자에게 외면당해 자기 파괴의 충동을 느끼는 초, 그림을 그리지 못해 현실에서 도망치려는 해, 부서질 듯 고통을 감내하는 홍 이 세 인물은 모두 이상처럼 피어나 흩어질 연기에 가깝다.

작품은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란 5단 구성을 취하듯 서서히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여간다. 극중 세 인물은 팽팽한 감정의 줄다리기를 하며 점차 사건의 갈등을 심화하고 주제의식을 긴장감 있게 펼쳐 놓는다. 이 가운데 해는 죽으려는 초와 버티려는 홍 사이에서 갈등한다. 과연 죽을 것인가, 아니면 버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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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모크 공연컷(사진=로네뜨 제공)


앞서 하이데거의 말처럼 죽음은 삶에 속해있다. 그렇기에 죽음읕 택하는 것도, 버티는 것도 사람의 온전한 자유다. 그러나 해는 삶과 죽음 사이에서 이미 죽음을 삶에 받아들이고 있다. 어찌 됐든 인간은 죽음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삶의 태도는 죽음에 대한 관점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죽음을 삶에 참여시킨 해는 미리 죽음을 향해 앞질러갈 필요가 없다는 역설을 마주한다. 삶을 감내하는 순간 죽음도 연기처럼 흩어지고 마는 것이다. 결국 ‘스모크’는 삶의 가장 희망적인 지점을 어두컴컴한 얼굴을 하고서 연기처럼 피워 보인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해라는 자아의 공간이자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고, 어디에나 존재하는 특별한 무대구성 덕분이다. 불투명한 막으로 수놓은 무대배경과 다채로운 조명 활용은 비밀스럽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한껏 자아낸다. 또 무대영상이 인물들의 심리 변화를 은유적으로 담아내며 극의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한다. 덕택에 심오한 이상의 작품이 더 친숙하게 느껴지고, 극중 몰입감을 더욱 높인다.

배우진도 탄탄하다. 임병근과 황찬성의 호연은 물론 엄청난 무대장악력으로 열연을 펼치는 김소향이 돋보인다. 김소향은 이상의 시를 비롯해 일반적이지 않은 가사에 입힌 난해한 곡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전달하며 밀도 높은 연기로 무대를 꽉 채운다.

다만 출연배우 3인의 음성이 겹치는 지점에서 표현되는 가사전달력이 좀 아쉽다. 메시지가 탁월해도 관객들이 알아들을 수 있어야 더 의미 있을 수 있다. 작품 전반에서 목소리가 포개지는 부분이 많아 관객들에게 좀 더 친절하게 다가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뮤지컬 ‘스모크’는 오는 7월 15일까지 서울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공연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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