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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장용, 50년차 배우의 꿈 "대중과 더 가깝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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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사랑해요 당신 장용(사진=컬처마인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희윤 기자] “연기를 보는 분들이 항상 재밌게 보고 감동받을 수 있도록 연기자로서 최선을 다해 연기해요. 나중에라도 ‘이런 배우가 있었지’하며 떠올릴 수 있다면 너무 멋있지 않나요?”

장용은 경력으로 치면 50년이 넘는 중견배우다. 그런 그가 여전히 ‘최선을 다해 연기한다’는 말을 한다. 한 우물만 파도 이 정도면 한 분야의 정점을 논해도 될 만한데, 그는 아직까지도 '지금 이 순간'을 연기하고 싶은 천생 배우다. 주로 푸근한 서민가장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어 익숙하지만 실은 매체를 통해 얼굴을 알리기 전부터 연극무대에 서왔던 그다.

■ 매체에서 무대로 한 발자국

장용의 공식적인 데뷔는 1971년. TBC 11기 공채 탤런트로 처음 얼굴을 알렸다. 그러나 그는 이미 1965년부터 연극 활동을 해왔다. 군대에 다녀온 뒤에도 연극을 해오다 좋은 기회를 얻어 TV에 출연하게 됐다. 어느덧 배우로서 친근함의 대명사가 됐지만 여전히 연기에 대한 고민은 깊다.

“다양한 역할을 맡진 못했다고 생각해요. 연기에 대해 주문하는 분들도 내게서 뽑아내고 싶은 모습이 대체로 친숙한 모습이었죠. 사실 어떤 역할을 시켜줘도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주로 친근한 배역을 해왔어요. 그러다 보니 상대를 배려하는 연기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연극 ‘사랑해요 당신’에 출연한다. 그는 이 작품만은 언제든지 다시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이미 작년 봄과 가을에 대학로에서 두 번 공연했어요. 2018년 시즌엔 무대도 바뀌고 장면도 몇 군데 수정됐는데 할 때마다 새롭죠. 부담감도 덜했지만 반성은 하게 됐어요. 작년보다 더 좋은 연기를 했다면 어떨까 하는 점이나, 어떤 부분을 잘못 표현한 건 아닌가하며 깨달은 점이 많았죠”

그는 연극 ‘사랑해요 당신’에서 이순재와 더블캐스팅돼 자극을 공유하는 사이다. 장용도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연기 경력을 가졌지만, 이순재가 무려 10살이 많고 데뷔 차이도 10년 정도 빠르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이순재 선생을 보며 많이 자극받죠. 나도 저 나이까지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항상 노력해요. 연기자라는 게 지속적으로 선발되는 직업이니까 그때까지 누가 날 뽑아줄까 하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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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사랑해요 당신 오미연과 장용(사진=컬처마인 제공)


■ 연극 ‘사랑해요 당신’의 매력

연극 ‘사랑해요 당신’을 관통하는 주제는 치매다. 그가 말하길 치매는 다른 병과 달리 본인보다 배우자나 가족들이 더 힘들다. 다만 작품에선 이 문제가 있어 가족 간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작품은 나이가 지긋한 부모님 세대와 젊은 자식 세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에요. 지금은 핵가족 시대라 가족 간 대화가 부족한 현실이죠. 여기서 오는 단절감 등 각종 갈등들과 종종 부딪치지만 대화로 풀어갈 수 있어요. 어차피 사람 사는 모습은 똑같잖아요. 누구나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그림이 참 정겹고 보기 좋죠. 그래서 이 공연은 참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어요. 호흡도 잘 맞죠. 이순재, 정영숙 페어와 장용, 오미연 페어의 색깔이 달라 서로 다른 매력을 보여줘요. 작품을 통해 관객 분들이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으면 해요”

그는 작품에서 남편 한상우를 연기한다. 한상우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한국적인 아버지상이다.

“한상우는 자상한 아버지가 아니에요. 말 그대로 전형적인 한국의 아버지상이죠. 집안에서 자식들에게 하는 건 전부 엄마한테 맡겨놓고, 밖에서 일해다 돈벌어다주는 그런 아버지에요. 대한민국 아버지들이 으레 그렇듯 무뚝뚝하고 감정이 섬세하지 못하죠. 자식들과의 갈등도 소위 이런 대화의 부족이지 않나 싶어요. 마음속으로는 사랑한다지만 평소 표현하지 못한 지점들 때문에 부딪히는 것을 나중에 자식에게 미안하다 전하죠. 이런 감정의 결들을 표현하는 인물이에요”

그는 연기에 대한 특별한 노하우가 없다고 설명한다. 단지 작품을 읽고 나서 한 인물을 정직한 방식으로 풀어가는 배우다.

“작품을 읽다보면 그 사람의 성격이 나와요. 이 사람은 ‘이러이러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라면 정확히 그렇게 표현하는 거죠. 장용이란 배우가 가진 매력을 작품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뽑아내는 거예요. 배우는 막이 오르면 감정선을 갖고 끝까지 가야 하잖아요. 실수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연기에 임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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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사랑해요 당신 장용(사진=컬처마인 제공)


■ 연기는 곧 삶이다

“드라마와 연극을 병행하고 있어요. 드라마는 일주일 단위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대본이 나오면 촬영 스케줄과 연극 시간이 겹치지 않도록 하고 있죠. 그래서 밤늦게 촬영할 때도 있고 새벽부터 나갈 때도 있어요. 몸은 정말 피곤하죠. 그렇지만 오랫동안 그런 생활패턴으로 살아서인지 늘 긴장돼있고 결국 또 해내요”

그는 매체연기와 무대연기가 모두 잘 맞는 배우다. 오랜 시간 매체연기를 해왔을 뿐이지, 두 연기 모두 배우로서 지향해야 할 완성형에 가깝다.

“매체연기와 무대연기는 형식이 다를 뿐이지 더 어려운 건 없어요. 매체는 잠깐 리딩하고 맞춰보고 바로 촬영해야 하니까 순발력이 요구돼요. 반면 무대는 긴 시간 호흡을 유지하는 연속성이 있으니까 대사를 틀리든 잘못 표현했든 간에 에너지를 짜내서 해내야만 하죠. 다만 실수를 용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금 더 어려울 수 있겠네요”

그에게 연기란 직업이기 이전에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삶 그 자체다. 그야말로 꾸준히 매일 해온 것이 바로 연기다.

“연기는 삶 그 자체에요. 다른 걸 해본 적도 없지만 직업이면서도 보람 있고 더 충실하게 잘해보고 싶죠. 그래서 배우의 노력은 끊임없어요. 배우들마다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다르고 개성도 다르죠. 어느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도 여러 가지 모습이 될 수 있잖아요. 궁극적인 목표는 딱 한 가지라도 도달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죠. 이를 통해 시청자들이나 관객들에게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배우이고 싶어요. 이 배우가 나오는 작품이면 언제든지 믿고 볼 수 있겠다 싶은 배우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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