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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 잇 수다] '쇼퍼테인먼트' 홈쇼핑+예능 결합, 매출과 우려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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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오쇼핑)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한수진 기자] “채널을 돌리는데 홈쇼핑 방송에서 개그 프로그램이 나오더라고요. 내가 잘못 봤나 다시 확인했더니 홈쇼핑 채널이 맞더라고요. 홈쇼핑을 즐겨 보는 편은 아닌데 보다보니 재밌어서 저도 모르게 계속 시청했어요”

최근 직장인 김준용(30) 씨는 TV를 보다가 흥미로운 방송을 접했다. 홈쇼핑 채널에서 개그맨들이 출연해 콩트를 하고 있는 모습을 시청한 것이다. 방송에서는 코믹한 분장을 한 개그맨들이 제품 시연을 해보였다. 개그맨 황제성은 홈쇼핑 방송에서 판매하고 있던 면도기를 이용해 직접 면도하는 시범을 보였다. 여기에 직업적 재치를 발휘해 면도기를 겨드랑이에까지 갖다 대며 웃음까지 유발했다.

현재 이러한 홈쇼핑 방송을 두고 ‘쇼퍼테인먼트’라고 부른다. 홈쇼핑에 예능과 쇼핑을 결합해 만든 신조어다. 쇼퍼테인먼트는 단순히 재미만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구매까지 유도한다. 앞서 언급한 방송에선 여러 개그맨들이 출연해 총 4개의 상품을 소개했는데 이중 면도기, 아이스크림, 청소기 3개 상품이 매진됐다.

해당 방송은 tvN '코미디 빅리그'와 CJ오쇼핑의 협업 기획프로그램인 '코빅마켓'의 일환이다. 지난달 28일 방송된 ‘코빅마켓’에선 단 2시간 15분 만에 10억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도 이 같은 변화에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CJ오쇼핑은 T커머스 채널 'CJ오쇼핑 플러스'에서 예능 형태의 미디어커머스 6개 프로그램을 론칭한다. 최근 CJ E&M과 합병을 계기로 '코빅마켓'과 같은 문화컬래버레이션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롯데홈쇼핑도 올초 문화컬래버레이션 '엘스테이지'를 론칭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뮤지컬 '타이타닉'과 '닥터지바고'의 티켓 판매가 이뤄졌다. 판매율도 좋았다. '타이타닉'의 경우 한 시간 동안 4200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현대홈쇼핑도 뮤지컬 '시카고' 티켓 판매에 나서 약 1시간 동안 4억3천만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매진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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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오쇼핑)



■ 쇼퍼테인먼트 최초 시도는 UV가 했지만..성공 사례는 루시드폴

최초의 문화와 홈쇼핑의 컬래버레이션은 지난 2010년 CJ오쇼핑과 그룹 UV의 2집 ‘천상유애’ 앨범 판매였다. 게스트로 개그맨 장동민, 유상무까지 출연해 다양한 재미를 안겼다. 화제성은 좋았다. 하지만 판매로 이어지진 못했다. 앨범 하나로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5년 뒤 CJ오쇼핑은 다시 한 번 앨범 판매에 나섰다. 가수 루시드폴이 UV 방송을 본 것을 기억하고 직접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CJ오쇼핑은 앞선 실패 사례를 발판 삼아 '앨범+동화책+엽서+직접 재배한 귤' 1000장 한정 패키지를 구성했다. 새벽 2시 방송이었음에도 해당 상품은 매진됐다. 다음해인 2016년 뮤지컬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뮤지컬 ‘마이 버킷리스트’ 스페셜 패키지를 판매, 새벽 2시 방송에도 불구하고 총 800개 패키지 중 500여개를 판매했다.

CJ오쇼핑 관계자는 “단순히 상품을 파는 장치가 아니라 문화까지 보여줄 수 있는 최초의 시도였다. 당시 마케팅이 회자되면서 화제가 엄청났다. 쇼케이스 형식을 빌어서 단순히 판매 목적이 아닌 무대를 직접 보여주는 시도를 했다. 그러면서 하나의 문화의 장을 연 계기가 됐다. 문화 콘텐츠와의 홈쇼핑의 컬래버레이션이라는 건 단순히 판매의 의미가 아니라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해줄 수 있고 재미와 경험의 장을 넓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는 2030대 젊은 고객들의 구매 비중 증가로도 이어졌다. CJ오쇼핑의 인기상품을 주문한 연령대 비중이 전체적으로 낮아졌는데 한 아이스크림 제품의 경우 20대 주문비중이 평균보다 70% 가량 늘었다. 롯데홈쇼핑은 더 나아가 걸그룹 오마이걸과 함께 지난 3일 업계 최초로 아이돌 앨범 판매에 나서며 젊은층 유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CJ오쇼핑도 오는 12일 슈퍼주니어 앨범을 판매할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쇼퍼테인먼트로 인해 많은 시청자들을 TV로 발길을 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억지스러운 판매 목적이 아닌 볼거리까지 제공하는 재밌는 홈쇼핑이 된 것이다. 기존 딱딱하게 여겨지던 홈쇼핑에 긍정적 이미지 부여했다. 특히 젋은층에 대한 접근성이 넓어졌다"며 "현재 여러 방송사에서 문화와 결합한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쇼퍼테인먼트가 더 확장돼 업계 분위기를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자사 제품 홍보를 위한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CJ오쇼핑의 자사 식기 브랜드 오덴세가 같은 계열 방송사 tvN 예능프로그램 '윤식당2'를 통해 노출된 적이 있다. 이후 판매율이 40% 이상 증가했다. '코빅마켓'의 경우도 같은 예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앞선 사례들로 매출 상승 효과는 입증됐다. 또 홈쇼핑엔 젋은 세대 유입을, 뮤지컬 등 접근성이 떨어졌던 문화엔 대중의 관심을 이끌 수 있다. 접근성이 어려웠던 두 콘텐츠가 결합함으로써 양측 업계에 긍정적 변화를 이끌 것은 분명하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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