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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가족뮤지컬 대가 허승민 “아이에게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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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 허승민(사진=문화기획 이유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희윤 기자] “가족뮤지컬은 우주도 가고 바다로도 가야 해요. 이걸 공연장에서 어떻게 표현할까 생각하면 재밌죠”

연출가 허승민은 가족뮤지컬 분야에선 천만 영화감독 같은 존재다. ‘구름빵’, ‘뽀로로와 별나라요정’ ‘꼬마버스 타요’ ‘why’ 시리즈 등 온 가족이 관람할 수 있는 뮤지컬을 만든 장본인이다. 손만 대면 터지는 그의 가족뮤지컬 대박 행진은 현재진행형이기에 더 흥미롭다.

■ 가족뮤지컬 ‘why? 하늘을 나는 거북선’

“‘why’ 시리즈는 벌써 3탄 째에요. 시즌 1, 2 때부터 호평을 많이 받아 더 큰 의미가 있죠. 물론 열어봐야 아는 거지만 새로운 걸 계속 준비하고 있어요. 가족뮤지컬은 말보단 보여줄 게 훨씬 많거든요. 교육과 재미 면에서 더 적극적인 시도를 해야죠. 전작들보다 더 발전된 형태로 공연을 디자인하고 있어요”

그는 지난 2015년 ‘why? 마법사와 쫓겨난 임금’, 2016년 ‘why? 발명도둑을 잡아랏’에 이어 가족뮤지컬 ‘why? 하늘을 나는 거북선’을 연출한다.

“‘why? 하늘을 나는 거북선’은 학습만화 ‘why’ 시리즈 중 이순신 장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에요. 초등학교 아이스하키 팀이 경기 중 타임워프를 하죠. 과거 이순신 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나 협동이나 지략 등을 배우는 내용이에요. 아이들이 작품을 보며 위인 이순신에 대한 교육적인 내용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고, 무엇보다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죠. 그래서 스토리텔링이 중요해요. 단순히 정보를 주면 금방 잊게 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받아들이면 아이들에게 오랫동안 남아있죠”

그는 아이들에게 오래 남는 즐거운 공연을 연출하고자 관객들과의 소통을 중시한다. 그중에서도 특별하고 새로운 형태의 소통을 고민한다.

“대개 가족뮤지컬은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요. 단순히 질의응답 형식이 아닌 극 속에 참여하는 구조나 장치가 있어야죠. 물론 이걸 어떻게 재밌는 형태로 만들까 고려해야 해요. 극 속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날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에 주안점을 둬야죠. 그래서 관객들을 응원하는 관중들로 처리한다든지, 해전 장면에선 객석을 조선수군이나 일본수군 진영으로 설정하기도 해요. 관객이 깃발을 통해 수신호를 보내기도 하죠”

물론 관객들을 참여시키는 장치와 흥미로운 스토리를 모두 다 살리긴 쉽지 않다. 그럼에도 그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즐겁고 친근한 공연을 만들고자 균형을 잡아간다.

“공연의 목적은 결국 재밌어야 하잖아요. 세련되고 퀄리티 있는 코미디를 그리려고 노력하죠. 무엇보다 즐거움과 교육적인 부분이 모두 잘 녹아들었으면 해요. ‘why’ 시리즈는 주로 아이들이 보지만, 책 한 권을 보는 것보다 눈앞에서 라이브로 펼쳐지는 공연을 보는 게 훨씬 크게 다가올 수 있잖아요. 그래서 재밌는 공연을 봐야 해요. 교육적인 부분이 아무리 높아도 즐거움이 없으면 기피하게 되듯 내용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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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 허승민(사진=문화기획 이유 제공)


■ 어른이 바라본 아이들의 공감코드

“기본적으로 이순신 장군하면 떠오르는 보편적인 메시지가 있잖아요. 용감하고 정직하며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면모들이죠. 백의종군이란 코드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내고자 했어요. 무겁지 않아야 쉽게 전달될 수 있잖아요. 정답은 없지만 늘 답이 있죠. 항상 이걸 찾아가요”

그에게 있어 연출은 아이들을 객석에 앉혀놓고 장면들을 믿게 만드는 일이다. 분명 한계도 있지만 관객들로 하여금 바라보게 하고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공연을 보고 나면 아이들이 할 이야기가 많아져요. 작품에선 전쟁 중 마을 사람들이 주먹밥을 만들어 먹는 장면이 있는데, 아이들의 상상력으론 직접 주먹밥을 먹었다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또 이순신과 직접 대화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같이 일본군을 물리쳤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부모님과 아이들이 서로 할 얘기가 많아지는 거예요. 간혹 아이들만 공연장에 들여보내는 부모님도 있는데 같이 봐야 좋죠. 그래야 서로 나눌 얘기가 있어요”

그는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공연을 경험하는 차원에서 즐겁게 관람하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그래서 그는 작품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 집중한다.

“아이들은 재밌으면 의자에서 몸을 앞으로 내밀어요. 그래서 표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야 하죠.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언어중심 연극에 비해 가족뮤지컬은 비주얼적인 작품들이 많잖아요. 다른 공연에 비해 여러 가지 재료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죠. 아이들 공연인 만큼 노래 한 곡도 가만히 서서 못 불러요. 몇 차례의 퍼포먼스가 들어가야 눈에 들어오죠. 상식적인 걸 상식적으로 올리기만 해선 재미가 없어요.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꽃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괴상한 벌레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죠”

아이들을 좋아해 오랜 시간 그들을 위한 공연을 연출하다보니 그 역시 어른이지만 아이들의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내가 재밌겠다고 생각하면 반 정도는 아이들 생각과 일치해요. 나머지 반에서 반은 ‘이렇게 하면 재밌을 거야’라는 시도가 있고, 남은 부분은 어른의 시각이죠. 이건 실패하는 지점이에요. 어른과 아이는 코드 자체가 달라요. 아이들이 재밌어할 부분을 계속 캐치해야 하죠. 그래서 관객들을 통해 배우고 아이들을 만나면서 여전히 배워가는 중이에요. 물론 그 안에서 노하우도 생기지만 이걸 바탕으로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해보죠. 한번 했던 걸 다시 하는 건 재미없잖아요. 하지만 새로운 게 나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그래도 요즘은 무대기술이 좋아져 표현 수단의 제한이 좀 없어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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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 허승민(사진=문화기획 이유 제공)


■ 휴머니즘을 꿈꾸다

“여태껏 공연계는 예술만 보고 세상에 다가가려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공연은 실제로 공연장을 와야만 볼 수 있잖아요. 물론 이제까지 다양한 움직임이 있었던 건 분명하지만, TV나 영화 등 다른 장르에 시선을 많이 빼앗기거나 진입장벽도 높은 편이죠.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사람들이 공연을 삶의 소스로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그는 공연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극성을 갖고 움직이며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요즘은 캐릭터나 애니메이션이 가족뮤지컬을 주도하고 있어요. 명작동화나 책을 통해 공연을 만드는 건 쉽지 않죠. 그래서 누가 작품을 잘 만들었는가보단 유명 캐릭터 권리를 확보했는가의 대결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주로 상업적인 것들만이 살아남고 있죠. 작품은 다양해졌지만 창작품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들이 있어야죠. 다양성은 생겼지만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해요”

그는 관객들을 위해 이것저것 계속 섞으며 연출에 임한다.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은 마음에 예술과 기술이 만나고, 복지와 예술이 만나는 등 복합적인 지점에서 작품을 구상한다.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들은 많아요. 특히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점들을 많이 찾고 있죠. 가족뮤지컬은 사회적인 부분들과 내 개인적인 일이 확장됨과 동시에 주변인들도 비전을 갖고 임할 수 있어요. 지금 시대에서 공연계의 새로운 원조는 바로 작품을 심어주는 일이죠. 어떤 사회든 공연하는 방법은 다양해요. 문화를 나누려는 사람이 고민하고 제안하면 더 쉽게 와 닿는다고 믿죠”

연출가는 뭔가를 새롭게 만드는 사람이다. 새로운 개념을 작품 안에서 찾고 관객에게 보인다. 그리고 그가 보인 작품은 인생의 축소판처럼 또 하나의 작은 우주를 펼친다.

“무슨 소재든 사람이 들어있는 것들을 많이 다뤄보고 싶었어요. 어떤 질문을 던져도 휴머니즘은 다른 가치보다 기댈 수 있는 점이 더 높잖아요. 내 스스로도 사람 냄새가 나고 인간적인 부분들을 좋아한다는 걸 작품을 하면서 느꼈죠. 결국 이런 것들이 즐거움을 통해 나와야 해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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