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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뷰] 뮤지컬 ‘명성황후’ 가장 한국적인 볼거리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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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명성황후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희윤 기자] 역사와 픽션은 다르다. 뮤지컬 ‘명성황후’는 우리 근대사의 흐름을 압축적으로 담아내 역사책 같은 구성을 취하지만 역사 그 자체는 아니다. 단지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한 허구의 이야기다.

명성황후는 열강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다 최후를 맞는다. 언뜻 조선의 최후와도 겹쳐지는 그의 죽음은 일제 강점기 설욕의 차원에서 세대를 불문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그렇기에 실제 ‘명성황후’의 업적과는 관계없이 감동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공연으로서 가치 있는 이유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명성황후’는 19세기 말 격변의 시대에 허약한 국권을 지키기 위해 일본에 정면으로 맞서다 비참한 최후를 맞은 명성황후의 삶을 풀어낸 뮤지컬이다.

정극적인 요소에 충실한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서사를 이끌어가는 중심인물이 없다는 점이다. 작품은 각각 배역에 대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여지를 주지 않는다. 특별한 구석이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큰 작품이 있고 그 안에 각 장면들이 나열돼 있다면, 각 장면마다 배우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돼 톱니바퀴처럼 주어진 상황을 충실히 연기한다. 덕분에 장면 전달이 과하지 않고 균형 잡혀있어 관객 입장에서도 보기 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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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명성황후


무엇보다 작품에 활기를 불어넣는 건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무대다. 원형 무대는 끊임없이 회전하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모든 장면에 상황을 부여한다. 특히 왕의 처소부터 무과시험장, 해상전쟁, 명성황후가 최후를 맞는 장면까지 활용되는 무대는 박진감 넘치는 전개를 도우며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무대 위에서 꽃처럼 피어나는 역동적인 안무도 돋보인다. 칼군무를 연상케 하는 스펙터클한 안무는 화려함과 웅장함을 더해 대극장 공연의 위엄을 과시한다. 특히 당대를 반영하는 의상의 일치단결이 한국적인 안무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또 객석까지 울려 퍼지는 명성황후의 노래가 극의 감동을 고조시키며 진한 여운을 전한다. 특히 김소현은 목에 핏줄까지 세우며 열연을 펼쳐 다소 밋밋할 수 있는 ‘명성황후’ 캐릭터를 살리고 종극에는 파급력 높은 아리아로 감동의 전율을 더한다.

다만 초반부 장면 간 전환이 뚝뚝 끊어져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는 점은 아쉽다. 작품으로서 하나의 유기적인 구성이기 위해 연결부가 좀 다듬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서사의 완결성과 객석과의 친밀도를 모두 획득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뮤지컬 ‘명성황후’는 오는 4월 15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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