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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 잇 수다] 김선아가 그린 얼굴들은 왜 매력적일까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한수진 기자] 데뷔 21년차 배우 김선아는 언제 봐도 반가운 얼굴이다. 특출 나게 예쁜 외모는 아니지만 질리지 않는 특유의 매력이 존재한다. 아마 그 매력의 반할은 ‘연기력’ 덕분일 거다.

김선아는 길게 호흡을 끌어가는 나름의 침착함과 여유가 있다. 그래서인지 영화보단 드라마에 어울린다. 작품을 거듭할 때마다 매력이 배가 되는 배우기도 하다. 다양한 얼굴을 녹여내는 그의 연기는 정감과 색다름이 오고간다. 그게 바로 이 배우가 롱런할 수 있던 ‘전략’이지 않을까.

■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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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방송화면)



김선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친근함’이다. 이러한 이미지를 보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작품이 바로 ‘내 이름은 김삼순’이다. 한국 드라마의 전형적인 백마 탄 왕자 줄거리를 담은 ‘내 이름은 김삼순’엔 조금 특이점이 존재했다. 바로 백마 탄 왕자가 사랑하게 되는 인물이 공주가 아닌 대한민국의 평범한 노처녀라는 점이다.

김선아는 삼순이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여배우로서 비주얼을 과감히 버렸다. 예쁜 옷, 날씬한 몸매 등을 뒤로 한 채 현실감 있는 캐릭터를 위해 머리를 질끈 묶고 과감히 살을 찌웠다. 고작 뿔테안경을 쓴 채 파격변신을 했다던 기존의 ‘신데렐라’와는 결이 달랐다. 비주얼 자체로 현실감이 넘쳤다. 이를 받쳐주는 그의 연기는 더할 나위 없었다. 당시 유행하던 과장된 대사톤이 아닌 자격지심에 갇힌 30대 노처녀가 할 법한 말투를 구사했다. 설득력 있는 캐릭터가 백마 탄 왕자라는 판타지와 결합하며 공감과 환상을 자극했다.

■ ‘여인의 향기’의 이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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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방송화면)



‘여인의 향기’ 속 연재도 삼순이처럼 노처녀다. 하지만 캐릭터에 주어진 상황은 더 나빴다. 시한부였고, 성희롱하는 직장 상사를 견디다 못해 백수의 삶을 택한 인물이다. 연재는 삼순이보다 4살이나 많지만 상황은 더 궁핍했다. 삼순이 때와 비교해 연기의 결은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다만 인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14kg을 감량했다.

죽음을 앞둔 상황인 만큼 절절한 신들이 주를 이었다. 김선아가 아픈 연기를 하면 정말 아파보였다. 눈물을 흘리면 그대로 절절함이 느껴졌다. 그가 표현한 다양의 감정선들은 단편적으로 흘릴 수 없을 만큼 무거웠다.

■ ‘품위 있는 그녀’의 박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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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방송화면)



복자는 김선아의 재발견이라고 할 정도로 또 다른 전성기를 안겨준 작품이다. 삼순이, 연재와는 캐릭터 방향이 아예 다르다. 전과자에다가 잘못된 욕망이 그릇된 삶으로 이어져 비극적 죽음을 맞이하는 인물이다. 복자는 간병인으로 몸이 아픈 재벌 회장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유혹의 손길을 뻗친다. 구수한 사투리를 내뱉지만 회장을 꼬셔내는 과정은 다소 섹스어필적인 부분이 많다. 가슴을 일부러 밀착시킨다던지. 김선아가 이런 연기를 하는 모습이 오히려 재미적 요소로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 복자는 김선아의 첫 악역이었다. 사투리 연기도 겸해야 했다. 이중적인 모습도 다분했다. 사람에 따라 앞면이 바뀌었지만 죄책감이 아예 없는 인물도 아니다. 자신이 뺏어온 것들을 보며 그 역시 눈물을 흘렸다. ‘베테랑’ 속 조태오나 ‘리턴’ 속 김학범처럼 무조건적인 악을 그리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이해하기 퍽 어려운 인물이었음에도 김선아는 결국 공감을 이끌어냈다. 온도차가 확연했던 눈빛 연기는 아직까지 눈가에 서린다. 악역인 복자의 죽음이 애처롭게 느껴질 만큼.

■ ‘키스 먼저할까요?’의 안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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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M C&C)



지금의 김선아는 안순진의 얼굴을 하고 있다. 자식의 잃은 아픔을 지녔고, 회사에서도 퇴물 취급을 받다 결국 쫓겨나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주위 사람들은 그를 아끼고 사랑한다. 심지어 전남편까지 그렇다.

또 순진은 이름과 달리 성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것에 부끄럼이 없다. 팍팍한 현실에 돈 많은 손무한(감우성)에게 접근했다 진실로 그를 사랑하게 되는 순수함도 지녔다. 이런 조건들이 과연 사랑받는 여자의 모습을 띨 수 있는 지 의문을 갖게 하지만 김선아는 이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한다.

코믹 연기에도 능하기에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에 활기를 더하기도 한다. 첫 방송 때 김선아가 ‘사랑해도 될까요’를 개사해 불렀던 장면은 다시 봐도 웃음을 유발한다. 반면 먼저 떠나간 딸을 떠올리며 눈물 흘리는 모습은 너무 애처로워 가슴이 절절해질 정도다.

김선아는 늘상 매력적인 캐릭터를 탄생시킨다. 작품을 고르는 안목도 한 몫 하겠지만 본인이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능력 또한 일품이다. 김선아의 얼굴들, 참 매력적이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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