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인터;뷰] 연극 ‘정동진’ 연출가 김진욱, 날 것 그대로가 와닿는 이유
이미지중앙

연극 정동진 연출 김진욱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희윤 기자] “공연만큼은 항상 웃으며 하자는 마음이에요. 다들 좋아서 하는 일인데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겁게 해야죠”

극단 ‘웃어’의 대표이자 연출가 김진욱은 꾸밈없다. 어느 날 공연계 한가운데 툭 떨어져 거침없이 도전장을 내밀었을 법한 야생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함께 하는 동료들은 그를 ‘대장’이라 부른다. 그만큼 소탈한 캐릭터다. 어쩌면 연출이 아닌 무대 위의 그가 더욱 매력적이지 않을까 싶다.

■ 진솔하게 풀어낸 연극 ‘정동진’

김진욱이 연출한 ‘정동진’은 수작이다. 조그마한 역을 무대로 여러 인간 군상들의 삶을 풀어간다. 모나지 않고 군더더기가 없다는 점에서 더욱 솔직하고 명료한 감정을 전달한다.

“예쁘고 순수하고 사람 냄새 나는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가족입니다’ ‘섬마을 우리들’ 등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가족적이면서 일상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그려내고 싶었거든요. 그런 점에서 ‘정동진’은 소소한 사랑이야기가 사람이야기로 잘 풀어져 나왔어요. 작품의 인물들도 실제 정동진에 가서 본 인물들을 모티브로 만들었죠. 그러다 보니 배역도 많고 연령대도 다양해 배우들이 참여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어요. 여러 의미로 사람 냄새가 나는 작품이에요”

그의 말마따나 ‘정동진’은 사람 냄새가 난다. 사랑, 인연, 추억, 그리움 등 여러 감정들이 작품 안에서 상존한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정서 자체에 집중한 결과다.

“작품을 만들며 하나의 바람을 갖게 됐어요. 어른 세대와 젊은 세대의 소통적인 측면을 솔직하게 그려보고 싶었죠. 자식은 부모가 하는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부모는 자식에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풍토가 마련됐으면 해요. 그런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품을 만들었어요. 요즘은 정과 소통이 부재하는 시대잖아요. 서로가 서로를 무시하지 않고 진심으로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했죠”

작품의 매력은 소소한 감정의 이끌림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와 매력적인 인물들이 수 놓여 더 쉽게 와 닿는다. 그 중심에는 인간이라는 풍경이 세밀하게 펼쳐져 있다.

“작품을 보면 꼭 100%는 아니더라도 자기 모습하고 닮아있는 지점들이 꽤 있을 거예요. 사람들 각자가 인물에 감정을 이입해 자기 삶을 돌아보거나, 타인을 보고 느껴왔던 지점들을 떠올릴 수도 있겠죠. 어쩌면 놓치고 있는 부분들을 마주한다거나 이웃 간 정을 다시 되새겨볼 수도 있어요. 결국 ‘정동진’은 관객 분들이 그냥 자기 모습 그대로 편안하게 볼 수 있는 한 편의 연극이에요”

그럼에도 작품에는 어딘가 특별한 구석이 있다. 연극적인 요소로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남녀 더블캐스팅이다. 고정관념을 깬 연출로 남자 버전과 여자 버전을 따로 둔 독특한 구성이다.

“더블캐스팅은 성별의 차이뿐이지 각자가 갖고 있는 건 다르지 않다고 봐요. 다만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대사가 공존하는 가운데 받아들여지는 부분은 다르게 나타나겠죠. 남자 배역으로 원하는 지점과 여자 배역으로 원하는 지점이 각기 달라 관객 분들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더 풍성해지리라 생각해요. 각 버전의 내용과 느낌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색깔과 역할에 따라 또 보는 재미가 달라요”

공연이 거듭되며 ‘정동진’은 점점 발전하고 있다. 배우들도 디렉팅을 받고 나면 시기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엄청난 연습량으로 하루하루 농익은 연기를 선보인다.

“배우들이 너무 잘해줘 고마워요. 연출 면에서 구성이 허술한 부분이 많은데도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서 채워지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들이 믿어주고 잘 소화해줘 작품도 흐름을 잘 타고 있어요. 연출을 하며 항상 스스로는 부족하다 여기거든요. 그래서 앞으로는 구성을 더 잘 짜야 한다고 느껴요. 배우들이 더 쉽게 다가가도록 만들어야죠”

이미지중앙

연출 김진욱


■ 놀 줄 아는 연출과 열일하는 극단의 특별한 동거

2014년 5월 창단한 극단 ‘웃어’는 햇수로 5년째 활동 중이다. 소소한 작품 색깔을 선호하는 덕에 관객층 폭도 넓고 다양하다.

“극단 ‘웃어’는 소중한 사람들이 한 명 한 명 모여 시작됐어요. 특별히 극단을 만들어야지 하고 모인 건 아니에요. 정말 연극이 좋아서 모인 사람들이죠. 다만 ‘웃어’라는 극단 명칭과 관련한 특별한 이야기가 하나 있어요. 스승인 김한길 연출 위로 오태석 연출이 있거든요. 오태석 연출이 제자인 김한길 연출에게 지어준 딸 이름이 ‘우서’인데요. 이를 ‘웃어’로 바꾼 게 극단 이름이 됐죠”

‘웃어’ 멤버들은 단순히 무대 위에만 서는 배우들이 아니다. 배우들은 공연을 다 만들어놓고도 가만히 앉아 있질 못한다. 무대 아래로 내려오면 작품을 위해 스스로 발로 뛰며 기회를 만들어나간다.

“극단 식구들은 우리끼리 ‘으쌰으쌰’ 하자는 분위기에요. 배우들이 공연하는 건 기본이죠. 직접 나서서 포스터를 붙이기도 하고 기획부터 제작, 홍보에 이르기까지 스태프가 돼 자발적으로 움직여요. 특히 정선희 배우는 스스로 기획을 자처해 끊임없이 지원사업에 신청하며 좋은 기회를 발굴해내고 있어요”

극단이라서 연기만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배우들은 작품 전반에 관한 사항을 직접 체감하며, 공연 내외적으로 깊은 애정을 쌓아나간다.

“‘웃어’ 식구들은 봉사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세상에는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점들이 정말 많거든요. 봉사활동을 하는 극단이라고 하면 처음 보는 사람들은 신기해하고, 이에 매료돼 들어오고 싶어 하는 배우들도 있을 정도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배우들이 일련의 모든 과정들을 모두 좋아서 자발적으로 행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이미지중앙

배우 안혜경과 연출 김진욱


■ 지금, 우리, 사는 이야기

“어떤 작품이든 따뜻함을 느낄 수 있으면 된다고 봐요. 관객 분들은 작품을 통해 휴식을 취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앞으로도 만들어가야죠”

그가 연출한 ‘정동진’은 소소한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다. 따뜻한 한 편의 드라마 같다. 대학로를 가득 메운 로맨틱 코미디 장르와는 궤를 달리한다. 그럼에도 그는 상업적이고 획일화된 공연계에 대해 결코 부정적이지 않다. 고마울 건 고맙다고 한다. 어찌 됐건 상업극이 관객들로 하여금 대학로를 찾도록 만드는 일등공신임은 분명하다는 입장이다.

“연극은 관객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관객의 예술이기도 해요. 배우나 연출도 그 부분을 이해하고 서로 공존해야죠. 단순히 이런 현상을 꼬집기보단 한국적인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만들어졌으면 해요. 우리의 이야기를 많이 꺼내놓으면 관객 분들도 쉽게 보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잖아요. 실생활과 가깝고 받아들이기 쉬운 작품일수록 연극이 멀거나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거예요”

그는 관객들을 위한 또 다른 이야기를 빚고 있다. ‘임대아파트’라는 작품이다. 자신의 스승인 김한길 연출이 만든 작품으로 이미 대학로에선 널리 알려져 있다.

“전작 ‘사건발생1980’과 마찬가지로 김한길 연출의 ‘임대아파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워낙 잘 알려진 작품이라 잘해도 본전이죠. 그런데 너무 많은 배우들이 오디션에 지원해서 걱정이에요. 정애화 배우, 안혜경 배우, 허동원 배우, 김동민 배우, 정선희 배우, 박지선 배우, 정희진 배우, 우민제 배우, 김시우 배우 등 꼭 배우를 시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거든요. 이 마음으로 연출을 시작하게 된 만큼 공존하자는 의미를 잊지 않으려고 해요. ‘웃어’ 식구들에게는 늘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죠. 그들과 평생 함께하고 싶어요”
cultur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